[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자동차보험료 인하론이 고개를 들면서 손해보험사들이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고유가에 따른 운행량 감소로 개선세를 지속했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지난달 집중호우에 따른 차량 침수 피해 여파로 상승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그 여파가 크지 않아 보험료 인하 여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손보업계는 연말까지의 손해율을 집계한 후 내년 4월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모두 80%대를 기록했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보험계약자로부터 받은 보험료 중 사고 등의 발생으로 피해자에게 지급된 보험금 비율이다. 손해율이 80%라는 것은 고객으로부터 보험료로 100원을 받아 보험금으로 80원을 지급한 것을 의미한다.

손보사들은 통상 77~80%를 자동차보험 손해율의 적정 수준으로 본다. 자동차보험을 유지하기 위한 사업비율이 대략 20% 수준에서 형성된 탓이다. 자동차보험으로 흑자를 내려면 손해율에 사업비율을 더한 합산비율이 100%를 넘지 말아야 한다.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3.0%로 7월 대비 3.2%포인트 올랐고, DB손보는 6.2%포인트 오른 83.0%, 현대해상은 2.8%포인트 오른 80.9%를 나타냈다. 메리츠화재는 2.4%포인트 오른 80.0%, KB손보는 3.7%포인트 상승한 83.1%를 기록했다.

이들 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올해 2월 이후 70%대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집중호우로 차량 침수 피해가 늘면서 대형 손보사를 중심으로 손해율이 상승했다.

손보업계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8일부터 23일까지 손보사에 접수된 침수 차량은 1만1988대였다. 이 가운데 폐차 처리 대상인 전손 차량은 7026대로 전체의 58.6%에 달했다.

이달 들어 태풍 힌남노에 따른 대규모 차량 침수 피해가 추가되면서 9월에도 손해율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실제 손보사들이 부담하는 손해액은 예상보다 많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금감원은 최근 상반기 자동차보험 사업실적 자료에서 8월 집중호우로 인한 손보사의 손해액은 재보험 가입에 따라 400억원으로 피해액의 28.2% 수준에 그친다고 밝혔다.

실제로 대형 5사의 올해 1~8월 평균 손해율은 삼성화재가 77.7%, DB손보가 77.0%, 현대해상이 78.4%, 메리츠화재가 75.3%, KB손보가 77.2%로, 전년 동기(1~8월) 대비해서는 여전히 모두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교통법규 강화와 유가 상승으로 사고율 하락 추세가 이어진 가운데 침수 피해에 따른 손해액 상승은 제한된 영향만 미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금감원은 양호한 영업실적 시현과 자동차사고 감소를 위한 강도 높은 범정부적 대책 추진 등 손해율 안정화 여건이 조성된 만큼 손보사의 보험료 인하 여력을 면밀히 점검하고, 손해율 등 영업실적에 부합하는 보험료 조정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손보업계는 “상반기까지는 안정된 손해율을 유지했으나 하반기 들어서는 집중호우, 태풍과 더불어 겨울철 빙판, 폭설 등 손해율 상승 요인이 남아있는 만큼 올해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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