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유럽 연합(EU) 관계 당국들이 기후 변화에 대응한다는 차원에서 탄소 국경 조정제(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Regulation) 도입을 공언한 가운데 역내 산업계 대비 국내 기업들이 다소 불리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에 EU 관계자들과 회동해 의견을 적극 피력하고, 온실 가스 저감 기술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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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무역협회 정문./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
23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2019년 12월 역내 순 탄소 배출량을 2050년까지 제로화 하겠다며 'EU 그린딜'을 발표했다. 기후 중립적인 녹색 경제를 달성하기 위함이다. 이와 동시에 일부 산업군에 CBAM을 도입하겠다고도 했다. 이후 지난해 7월에 EU 집행위는 해당 규정 초안을 내놨다.
올해 3월 EU 각료 이사회는 일반적 접근을, 지난 6월에는 EU 의회에서 수정안을 채택했다. 각료 이사회와 집행위의 입장은 비슷하지만 의회는 과도기·무상 할당 폐지 시기·배출 범위와 관련해 집행위와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다음달 중에는 EU 각료 이사회-집행위-의회 간 3자 협의가 진행되는데, 이 자리에서는 규정안 내용을 확정해 내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CBAM은 온실 가스 배출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생산한 상품을 EU 지역으로 수출할 경우, EU 배출권 거래제(ETS) 아래 온실 가스 배출권 비용과 연동된 배출권 비용을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다시 말해 탄소 누출을 규제해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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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U CBAM 관련 집행위원회·의회·이사회 의견 비교 도표./자료=한국무역협회 제공 |
대상 품목과 관련, 집행위는 △일부 철강 △알루미늄 △비료 △시멘트 제품 △전기 수입 등 시행 초기에는 생산 과정이 단순한 제품에만 적용하고 이행 법률을 통해 대상 품목을 복합품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의회는 유기 화학·플라스틱·수소·암모니아도 포함하자는 입장으로, 3자 중 가장 강경하다.
이에 따라 관할 당국의 허가를 받은 EU 수입 업자만 대상 품목을 들여올 수 있게 된다. 가능. 허가받은 신고자는 매년 5월 31일까지 전년도에 수입한 대상 품목에 내포된 온실가스 배출량과 그 배출량에 상응하는 CBAM 인증서 수를 제출할 의무를 지게 된다.
CBAM 인증서는 실제 배출량에 근거해 총 수입량과 제품의 탄소 배출량을 곱한 수치로 결정된다. 인증을 위한 실제 배출량 정보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기본값을 적용해 제품의 탄소 배출량을 산정하게 된다. 인증서 가격은 집행위가 EU ETS의 공동 경매 플랫폼에서 할당량의 매주 최종 시세의 평균가로 계산해 다음 주 첫째 날 홈페이지에 공시한다.
한편 EU가 탄소 중립 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한국 기업에 미칠 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CBAM은 사실상 비관세 무역 장벽으로, 우리 기업의 환경 관련 생산 비용 상승을 야기해 상대적으로 EU 산업계 대비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대상 품목의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과 CBAM 신고서 제출, 인증서 구매 등 행쟁적 부담과 관련 규정 준수 비용은 EU 지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에게 압박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이야기다.
때문에 CBAM 규정에 관한 최종 법률 내용을 숙지하고, 법률 내용이 확정되기 전 EU 정책 입안자들과 교류해 실제 배출량 보고·검증 등 절차적 단순성·투명성에 대한 의견을 적극 제시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대상 품목에 해당되는 업계를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온실 가스 배출량 관련 데이터 수집 △관리 체계 고도화 △객관적인 인증 체계 구축·인정 방안을 확립해야 한다"며 "근본적으로는 온실 가스 감축 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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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은 이산화탄소를 일산화탄소로 전환하는 전기 화학 촉매 기술을 개발했다. 이 성과는 '어플라이드 커탤리시스 비: 인바이러멘털(Applied Catalysis B: Environmental) 온라인판에 게재됐다./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
한편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은 온실 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일산화탄소로 전환하는 전기 화학 촉매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 발판을 마련했다. 이 성과는 '어플라이드 커탤리시스 비: 인바이러멘털(Applied Catalysis B: Environmental)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전기 화학적 전환 기술은 전기를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일산화탄소와 같은 유용한 탄소화합물로 바꾸는 기술로, 온실 가스 감축을 위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산화탄소는 초산·플라스틱을 비롯한 다양한 화학 제품을 생산하거나 합성 연료유, 메탄올과 같은 대체 연료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원료 물질이다.
업계에서는 이산화탄소 전기 화학적 전환에 높은 활성을 보이는 금∙은과 같은 귀금속 촉매를 값이 싼 철·니켈 등으로 대체하고, 이를 원자 수준으로 조절해 성능을 개선해 나가는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차세대 촉매 개발 역량 확보 외에도 외부 전문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전기화학반응기 규모를 확대하고, 양산 가능한 기술도 추가로 확보해 탄소 중립에 기여한다는 목표다.
이성준 환경과학기술원장은 "수십년에 걸친 에너지∙화학 연구개발 과정에서 축적된 촉매 역량이 탄소 저감 기술 개발에 접목시켰다"며 "탄소 중립 기술 개발을 위해 촉매·공정·합성 등 SK 연구·개발(R&D) 핵심 역량을 심화하고 적용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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