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올해 국정감사 증인 명단에도 기업인들이 상당수 포함되면서 ‘기업인 망신 주기’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매년 국감을 앞두고 기업인을 무더기로 호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인들이 기업인들에게 호통치는 모습이 ‘구시대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산업 현장 최전선에서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기업인들에게 국회가 이른바 ‘갑질’을 하는 것은 현 세태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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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국정감사 증인 명단에도 기업인들이 상당수 포함되면서 ‘기업인 망신 주기’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매년 국감을 앞두고 기업인을 무더기로 호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은 지난 9월 23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2년도 국정감사 증인 등 출석요구의 건’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기립표결로 통과되고 있는 모습. /사진=공동취재사진 |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다음 달 4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에 상임위 별로 기업인이 일반 증인 및 참고인으로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재벌 기업 회장과 시중 은행장, 민간 기업인들을 국감 증인으로 신청하고, 또 부르더라도 오랜 시간 대기하고 짧게 답변하고 돌아가는 이런 일은 국회가 갑질을 한 게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국감에 기업인을 호출하는 행위 자체가 ‘국회 갑질’일 수 있다는 우회적인 비판이다. 그러나 주 원내대표의 이 같은 지적은 매년 국감 시즌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6년 전 국감을 앞두고 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단체들은 ‘국정감사 기업인 증인채택에 대한 경제계 입장’을 발표해 “기업인의 증인‧참고인 채택이 최소화되기를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국정감사 증인과 참고인은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국가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정확한 사실관계의 파악이 필요한 때를 제외하고는 기업인 증인채택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입장문을 냈던 2016년은 물론, 이후에도 기업인에 대한 증인 및 참고인 신청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역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외교통일위원회(외통위),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등 상임위 별로 기업인들이 일반 증인 및 참고인 명단에 올라와 있다.
국회 외통위와 산자위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미국 주도 반도체 공급만 협력체 ‘칩4’에 따른 한국 기업 영향을 묻기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을 명단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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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인들이 기업인들에게 호통치는 모습이 ‘구시대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산업 현장 최전선에서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기업인들에게 국회가 이른바 ‘갑질’을 하는 것은 현 세태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지난 7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질의응답이 오가는 모습. /사진=공동취재사진 |
이밖에도 포스코그룹의 최정우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도 증인 출석을 요구 받을 것으로 보인다.
환노위에서는 최태원 회장을 포함해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등의 소환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토위에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최정우 포스코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정몽규 HDC그룹 회장 등이 이름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과방위는 유영상 SK텔레콤, 구현모 KT, 황현식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 대표와 네이버, 카카오, 쿠팡, 우아한형제들 등 플랫폼 기업 대표, 구글·넷플릭스 한국 대표 등이 증인 신청 목록에 올라와 있다.
올해에도 기업인들 대다수가 국감 증인‧참고인 명단에 오르자, 재계에서는 국감에 기업인들을 호출하는 것은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되기보단 손실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랜 시간 대기하고 짧게 답변하는 식으로 하루를 낭비하는 물리적인 시간도 문제지만, 질의 대부분이 기업인 망신 주기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기업가 정신이 훼손되고 기업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인들에게 망신을 주는 국회의원에게 호의적이던 시대가 지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기업인들에게 호통을 치는 것이 ‘구시대적인’ 행위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재계 관계자는 “국감장에서 기업인들을 불러 호통 치는 것이 멋있어 보이는 시대는 지났다”며 “실리에 밝은 2030을 중심으로 정치인보다 기업인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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