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우여곡절 끝에 국내주식에 대해서도 소수점 단위 거래서비스가 시작됐다. 1주당 수십만원대를 호가하는 대형주들에 대한 투자자 접근성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각 증권사와 연관이 있는 계열사 종목에 대해서는 거래가 불가능하다. 이밖에도 증권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서비스가 서비스 개발과 관리비용 대비 ‘효율’이 얼마나 좋은지 의문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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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여곡절 끝에 국내주식에 대해서도 소수점 단위 거래서비스가 시작됐다. 다만 국내주식 소수점거래 서비스를 추진하던 단계와 현재의 주식시장 상황이 너무 달라져서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KB국민은행 |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부터 국내 주식에 대해서도 소수점 단위 거래가 가능해졌다. 쉽게 말해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주식을 1주 미만 소수점 단위로 쪼개서 거래할 수 있다는 의미다. 본래 해외주식에 대해서만 가능하던 서비스였지만 이제 국내주식에 대해서도 투자가 가능하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이미 지난 6월부터 단위·통합·참가자 테스트 등을 거쳐 서비스 출시를 준비해 왔다고 이날 밝혔다. 신성철 한국예탁결제원 전자등록업무부 소수단위주식거래추진반 팀장은 "주 단위가 아닌 '금액 단위' 투자가 가능해져 적금과 같이 매월 일정 금액을 주식투자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소수점 거래는 대략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일단 증권사가 투자자로부터 0.1주, 0.2주 등 소수단위 매수 주문을 받아 취합하면 부족분은 자기재산으로 채워 한국예탁결제원에 신탁한다. 그러면 한국예탁결제원은 이를 여러 수익증권으로 분할 발행해 나눠준다.
다만 국내주식 소수점 거래가 가능한 증권사는 일단 5곳으로 국한된다. NH투자증권, KB증권, 키움증권, 한화투자증권은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모두 소수점거래를 할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일단 오프라인으로만 개시를 했고, 다음주 정도부터 MTS 서비스도 지원될 예정이다.
다음 달이 되면 서비스 가능 증권사들은 더욱 많아진다. 내달 4일 삼성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서비스를 실시하고, 올해 말께에는 다올투자증권, 대신증권, 상상인증권, 유안타증권, IBK투자증권 등이 합류한다. 내년 이후엔 교보증권을 포함한 10~12개사가 더 참여한다.
투자자들이 유의할 만한 사항은 하나가 더 있다. 증권사별로 거래가 가능한 종목 숫자와 최소 거래단위, 주문접수 시간 등이 상이하다는 점이다. 특히 공정거래법상 출자제한 규정 때문에 일부 증권사들의 경우 계열사 주식은 거래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삼성증권이나 한화투자증권에서는 계열사 주식을 쪼개서 살 수 없다. 또한 실시간 체결이 불가능하다는 점, 모든 종목에 대해서 다 소수점 거래가 되는 것이 아니라 350~700개 종목만 가능하다는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본래 소수점거래 서비스는 지난 2월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을 받는 등 큰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실제 거래가 가능해지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소수점 주식 취득에 따른 과세 이슈 때문에 올해 안에 출시가 불가능하다는 전망까지 나오기도 했다. 결국 지난주 기획재정부가 소수점 주식투자에 배당소득세·양도소득세를 매기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서비스 출시가 가능해졌다.
다만 국내주식 소수점거래 서비스를 추진하던 단계와 현재의 주식시장 상황이 너무 달라져서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은 여전히 나온다. 예를 들어 주당 가격이 100만원을 넘어가는 소위 ‘황제주’가 전무해졌다는 점이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LG생활건강, 태광산업 등이 한때 주당 100만원을 호가했지만 지금은 모두 100만원 아래로 주가가 떨어져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처음 서비스가 구상되던 단계에 비해서 여러 모로 기대치가 저하된 부분은 분명히 있는 것 같다”면서 “증권사들 입장에선 프로세스 구축 등 해야 할 일이 많은데 비용과 노력 대비 효용이 작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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