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잠재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한화그룹이 2조원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하면 지분율 49.3%로 최대주주에 오르게 되는 내용이다. 채권단인 한국산업은행의 지분은 기존 55.7%에서 28.2%로 낮아지게 된다.
산은은 대우조선이 오랜 적자에 시달려 회생 불능인 데다, 매각이 예비 인수자를 미리 정한 후 공개경쟁입찰을 거쳐 최종 인수자·매각가를 결정하는 '스토킹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진행돼 긍정적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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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잠재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한화그룹이 2조원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하면 지분율 49.3%로 최대주주에 오르게 되는 내용이다. 채권단인 한국산업은행의 지분은 기존 55.7%에서 28.2%로 낮아지게 된다./사진=대우조선해양 제공 |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전날 대우조선과 한화그룹이 2조원의 유상증자 방안을 포함한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해 '예비인수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오늘(26일) 발표는 한화그룹을 최종 인수 대상자가 아닌 우선협상 대상자 격인 스토킹호스로 선정한다는 것"이라며 "향후 일정 기간 동안 한화를 뛰어넘는 더 좋은 오퍼(제안가)를 넣는 기업을 기다리겠다"고 부연했다.
산은은 이날부터 다음달 17일까지 약 3주간 경쟁입찰 인수의향서(LOI) 공고를 내고 최대 6주(4+2주)간 상세 실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화는 우선협상자로서 투자 우선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유리한 고지에 있다.
이처럼 대우조선 매각은 스토킹호스 방식을 따른다. 스토킹호스는 예비인수자를 지칭하는 말로, 위장마·은신마를 뜻한다. 경매절차에 참여자가 너무 없으면 대상물건이 헐값에 팔릴 수 있는 만큼, 예비입찰자를 내세워 흥행을 유도하는 인수합병(M&A) 방식이다.
이번 매각에 비춰보면 최대 6주간의 기간 내 예비입찰자인 한화보다 더 높은 인수가액을 제시하는 기업이 나타나면 한화가 이를 수용해 인수가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 한화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경쟁사가 최종 투자자로 선정될 수도 있다.
문제는 매각가격이다. 그동안 대우조선 정상화를 위해 정부가 산은·수출입은행을 통해 투입한 자금은 약 7조 1000억원이다. 정부가 투입한 자금 대비 2조원이라는 인수가가 월등히 적어 '헐값매각'으로 비춰지는 이유다.
하지만 대우조선의 자산총액 12조 224억원 중 부채가 10조 4741억원에 달하는 반면, 자기자본은 1조 5483억원에 불과하다. 부채비율은 지난 6월 연결기준 676.5%에 달한다. 더불어 최근 대우조선 하청지회의 장기 불법파업으로 8월 말 피해 누적액이 1조 3000억원으로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방산부문만 필요한 한화가 상선부문까지 통으로 떠안은 게 대우조선으로선 다행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강 회장도 "여러 제반여건을 고려했을 때 지난 21년간 산은이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로 있었고 지난 2015년 부실화 이후 대우조선이 7년간 산은 품에 있었지만 그동안 기업가치는 속절 없이 하락했고 작년 1조 7000억원, 올해 상반기 6000억원의 손실을 낼 정도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 판단했다"며 "국민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R&D 투자라든지 경영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민간 주인찾기를 통해 그 회사를 정상화하는 것이 국민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봤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헐값매각 이슈에도 불구, 스토킹호스 절차에 따라 좀 더 높은 인수가액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에도 채권단은 스토킹호스를 통해 관리기업들을 정상화한 바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지난 2020년 7월 거래가 종결된 동아탱커 매각건과 최근 KG그룹 품에 들어간 쌍용차 매각이 꼽힌다.
지난 2019년 4월 회생절차를 개시한 해운사 동아탱커는 11월 예비입찰자인 구조조정 전문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파인트리파트너스와 스토킹호스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가는 580억원이었다. 뒤이어 경쟁입찰에서 파인트리 외 SM그룹 해운계열사 '대한상선'과 경영컨설팅사인 '베이스에이치디'가 LOI를 제출했는데, 대한상선만 최종적으로 본입찰에 나섰다.
대한상선은 당시 파인트리가 제시했던 가격보다 높은 약 600억원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파인트리 측도 대한상선이 제시한 가격을 지불하겠다고 밝히면서, 2019년 12월 31일 동아탱커의 최종우선협상대상자로 낙점된 바 있다. 이듬해 7월 동아탱커는 최종 M&A 거래를 종결하면서 완전한 민간회사로 탈바꿈했다.
쌍용차의 경우 우선협상자였던 에디슨모터스와의 인수합병 본계약이 무산된 이후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재매각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KG그룹, 쌍방울그룹, 파빌리온PE, 이엘비앤티가 참여했는데, 막판에 KG그룹과 파빌리온PE가 컨소시엄을 꾸리면서 예비입찰자로 선정됐다.
막판 변수는 쌍방울그룹이었다. 쌍방울 측은 공개입찰에서 컨소시엄이 제시한 약 3500억원보다 300억원을 더 높게 써냈지만 최종 투자자로 선정되지 못했다. 당시 쌍용차와 매각주간사는 재매각에서 제안금액의 규모나 크기 외에도 재원 조달의 확실성과 회사로 유입되는 자본금 및 부채 등도 중요 요소로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KG그룹(KG모빌리티)은 최근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7309만 8000주의 신주를 인수대금 3655억원으로 취득해 지분율 61.86%를 점유하는 게 주요 골자다. 쌍용차는 다음달께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종결을 신청할 예정이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1년 6개월만에 기업회생절차를 마무리하게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대우조선에 투입된 정책자금이 상당하지만 재무적으로 회생 불가능에 가까운 게 현실"이라고 평하면서 "대내외 투자환경이 좋지 못한 데다, 사업 시너지 등을 고려할 때 현재로선 한화가 최종 후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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