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의 카타르 월드컵 모의고사 두 경기가 모두 끝났다. 벤투호는 23일 코스타리키와 2-2로 비겼고, 27일 카메룬전은 1-0 승리로 장식했다.
카타르 월드컵 이전 대표팀의 마지막 완전체 평가전이어서 많은 축구팬들의 관심이 쏠린 2연전이었는데, 상당 부분의 화제는 이강인(21·마요르카)에게 쏠렸다.
어려서부터 발군의 기량을 보이며 '축구천재'로 불린 이강인은 1년 6개월만에 A대표팀에 합류했다. 지난해 3월 일본과 친선경기에 출전해 실망스런 모습을 보인 이후 벤투 감독의 외면을 받던 이강인은 이번 시즌 소속팀에서의 활약상을 바탕으로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이강인은 마요르카의 주전으로 자리잡아 1골 3도움을 올리며 스페인 라리가 도움 부문 공동 선두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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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타리카전 당시 벤치에 앉아 대기한 이강인(가운데). 이강인은 이 경기뿐 아니라 27일 카메룬전에서도 벤치만 지켰고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사진=더팩트 제공 |
하지만 이강인은 두 경기 모두 결장했다.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벤치만 지켰고, 벤투 감독은 한 번도 출전 기회를 주지 않았다. 카메룬전 후반 막판에는 관중들이 입을 모아 '이강인'을 연호하며 그가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뜻을 강력히 나타냈지만 벤투 감독은 5명이나 교체 카드를 쓰면서도 끝내 이강인을 그라운드에 내보내지 않았다.
경기 후 눈에 띄는 장면이 있었다. 굳은 표정의 이강인에게 손흥민(30·토트넘)이 다가갔다. 손흥민은 이강인을 따뜻하게 안아줬다.
손흥민이 왜 그랬는지는 다 안다.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해 속상했을 후배를 진심으로 위로해준 것이었다.
손흥민도 이에 대해 "나도 그 나이대에 매번 경기에 출전하진 않았다. (대표팀에 오면) 경기에 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자신의 대표팀 막내 시절을 돌아보면서 "팬이라면 당연히 (이)강인이의 (뛰는) 모습을 보고 싶을 것이다. 나 역시 강인이가 어떻게 하는지 보고 싶었다. 강인이를 참 좋아한다. 강인이가 조금 더 성숙해져가는 과정이다. 그런 경험이 쌓일 것"이라고 얘기했다.
'선배'로서 경기에 뛰고 싶은 어린 후배 이강인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따뜻한 포옹으로 위로와 격려를 전했던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손흥민은 한국대표팀의 '캡틴'이었다. 팀 전체를 생각해야 하는 위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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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흥민이 카메룬전이 끝난 후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더팩트 제공 |
손흥민은 이강인을 출전시키지 않은 벤투 감독의 결정에 대해 "대표팀이 강인이를 위한 팀은 아니다. (선수 기용은) 제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고 팬분들이 결정할 수도 없다. 감독님이 결정한다. 어떤 이유가 있어서 그런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벤투 감독은 경기 후 이강인을 기용하지 않은 데 대해 "경기 상황에 따른 전술적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손흥민은 "한편으론 강인이에게 너무 많은 집중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강인이가 그걸 보면 '당연히 경기 뛰겠네'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모든 관심이 강인이한테만 가면, 강인이에게도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오로지 카타르 월드컵만 바라보고 감독과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야 할 때인데 이강인 기용 문제로 대표팀에 논란이 생기는 것을 경계한, '캡틴'다운 지적이었다.
손흥민이 끝으로 팬들에게 남긴 말도 "지금처럼 응원해주신다면 월드컵에서 국민들과 팬분들이 축제를 즐기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한국축구대표팀 에이스이자 주장으로서의 다짐이었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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