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민우 인턴기자] 영화에 이어 드라마 ‘화정’과 ‘징비록’에서 광해군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면서 양갈래로 나뉜 그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광해군에 대한 관심은 2012년에 개봉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광해:왕이 된 남자’를 통해 시작됐다. 이어 KBS ‘왕의 얼굴’, KBS1 ‘징비록’과 MBC ‘화정’에 이르기까지 잊을만 하면 다시 등장해 ‘광해군 다시보기’에 대한 관심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 KBS1 '징비록' 포스터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이유는 현재 한반도가 처한 국제정세와 밀접하게 연관됐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 일본 사이에서 어떤 외교전략을 택하는지에 따라 정세가 시시각각 바뀌는 상황은 과거 명과 후금 사이에서 나라의 운명을 책임져야 했던 광해군의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

‘광해:왕이 된 남자’에서는 광해군의 긍정적인 이미지가 확대 노출됐다. 대동법 실시, 궁궐 공사 중단, 중립외교 등 백성의 편에 선 군주의 모습 위주였다. ‘화정’과 ‘징비록’ 역시 임진왜란 당시 백성들의 동요를 막고 전국을 돌며 의병을 모아 왜군과 싸우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화정’에서 정인홍은 그를 가리켜 “임진왜란 때도 백성을 지킨 것은 광해며 백성 모두가 인정하고 기다린 성군 중의 성군”이라고 칭송했다.

반박하는 이들도 많다. 광해군의 업적으로 알려진 대동법은 이원익이 주도했다. 광해군 시기 경기도에서 시범적으로 시행된건 사실이나 온전하게 자리잡은건 그로부터 100년이나 지난 뒤의 일이다.

궁궐 공사 중단설도 사실과 다르다. 광해군은 즉위한 뒤 불탄 궁궐뿐만 아니라 창덕궁과 경희궁 등의 궁궐들을 지으라고 명했다. 알려진바와 반대로 무리한 토목공사로 인해 백성들의 원망을 불러일으킨 셈이다.

SBS ‘뿌리깊은 나무’에서 강조된 경연(經筵)도 대폭 줄어들었다. 토론은 피하고 친국(임금이 직접 죄인을 심문하는 것)은 열심히 했다는 주장도 있다.

   
▲ MBC '화정' 광해군 / 사진=iMBC

현재 방송되고 있는 ‘징비록’은 임진왜란이 중심이기에 광해군에 대한 시각은 현 상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영창대군 시해를 기점으로 폭군으로 변하기 시작한 ‘화정’의 광해군은 ‘리더십과 중립외교’대 ‘폭군’으로서의 업적대결이 불가피하다.

시청자들은 지나친 미화와 역사왜곡은 자칫 광해군에 대한 대중적인 인기만을 높일 뿐, 실제 객관적인 평가를 막을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우려하고 있다. 특히 KBS가 ‘징비록’ 방송 전후로 ‘역사저널 그날’을 통해 광해군에 대한 세밀한 분석을 내놓은 것과 달리, ‘화정’을 바라보는 시각은 곱지 않다.

광해군은 2012년 영화 이후 줄곧 국민들에게 가장 관심받는 왕으로 자리잡아왔다. 다양한 각도로 분석한 그의 일대기가 스크린과 전파를 통해 전달됐지만, 사실에 기반한 세밀한 분석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일었다. 과연 역사왜곡 논란이 드리워진 ‘화정’이 어떻게 위기를 돌파할지, ‘징비록’의 광해군은 어떻게 국난을 극복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영화 '광해:왕이 된 남자'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