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IRA 시행·EU 기준 강화 따라 배터리 원료 규제 심화
SK온·포스코홀딩스·LG엔솔, 호주·아르헨·캐나다서 공급
캐나다 온타리오 주정부, 삼성SDI 배터리 공장 건설 타진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양극재의 핵심 원자재인 리튬 수입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배터리 업계가 원료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할 목적으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함에 따라 이 같은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 리튬./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30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리튬 평균가격은 톤당 7만404달러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얀 석유'로 통하는 리튬은 배터리에서 리튬 이온이 양극·음극을 오가며 전기를 발생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는 배터리 소재인 양극재의 핵심 원자재로, 올해 3분기 삼원계 양극재(NCM 811 기준) 제조 원가 중 약 65% 가량을 차지한다. 국내 리튬 수요는 전량 해외에서 수입해 충족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중국에 대한 의존도는 64%에 달해 절대적인 수준이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중국 내 기후 변화나 양국 간 정치적 갈등이 불거질 경우 국내 리튬 조달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IRA 법안에 서명했고, 이에 따라 배터리 역내 생산 요건을 맞춰야 하는 사실상의 규제가 생겨났다. 또한 유럽 연합(EU) 역시 원자재 환경 기준을 강화해 중국산 원료를 활용해 제작한 배터리는 국제 시장에서 퇴출 수순을 밟게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K-배터리 회사들은 '탈 중국'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호주는 세계 최대 리튬 생산국임과 동시에 니켈·코발트 등 다른 배터리 핵심 광물도 보유하고 있다. 미국과도 자유 무역 협정(FTA)을 체결한 만큼 배터리 원소재에 관한 추가 사업 기회가 기대된다.

SK온은 지난 29일 호주 글로벌 리튬과 양해 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향후 글로벌 리튬이 소유·개발 중인 광산에서 생산되는 리튬 정광(스포듀민)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길이 열렸다. 이 외에도 글로벌 리튬이 추진하는 50만 톤 규모의 리튬 정광 생산 프로젝트에 지분을 출자할 기회도 얻게 된다.

SK온 측은 지정학적 불안정성에 대처하기 위해 캐나다·브라질·아르헨티나 등 다양한 나라에서 원소재 확보 노력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 아르헨티나 염수 리튬 공장./사진=포스코그룹 제공

지난 3월 포스코홀딩스는 리튬을 확보하기 위해 아르헨티나 염호에 40억달러(한화 약 5조7356억 원)를 투자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염수 리튬 공장은 연간 생산량 2만5000톤 수준으로 예상된다. 준공을 마치면 2024년까지 양산 규모를 5만 톤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호주 필바라미네랄스와는 리튬 정광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원료 공급망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3일 캐나다 광물업체 3곳과 코발트·리튬 공급 업무 협약을 맺었다. 일렉트라와는 내년부터 3년 간 코발트 전구체 화합물인 황산코발트 7000톤을, 2025년부터는 5년 간 아발론으로부터 수산화리튬 5만5000톤을, 10년 간 스노우레이크의 수산화리튬 20만 톤을 공급받기로 했다.

한편 삼성SDI는 △미국 인디애나주 △헝가리 △말레이시아 등에서 공장을 건립하고 있는 가운데 캐나다 온타리오 주정부로부터 전기차 배터리 공장 설립 요청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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