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국감)가 4일 본격 시작된 가운데, 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면 조사를 요구한 것을 두고 여야가 극한의 대치를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정치 보복 올가미'라고 강력 반발했고 국민의힘은 '살인 방조 정권'이라고 맞섰다. 새 정부 첫 국감이 '정쟁'으로 얼룩질 우려가 제기된다.
감사원은 지난 9월 28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문 전 대통령 측에 서면 조사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감사원은 이날 평산마을 비서실로 전화해 서면 조사를 요청했고, 비서실은 감사원이 조사하려는 내용이 정확히 무엇인지 확인을 요청하며 질문서 수령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자 감사원은 같은 날 다시 비서실로 이메일을 보내 "문재인 전 대통령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점검 감사와 관련해 사실관계 등을 명확히 규명하고자 질문서를 송부하고자 한다"라며 "수령하고자 하는 경우 감사원 직원이 방문해 전달하고자 하니 전달받을 관계자와 장소 및 시간을 말씀해 달라"라고 했다. 이에 문 전 대통령 비서실은 이메일을 받은 지 이틀 뒤인 30일 관련 메일을 반송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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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및 더불어민주당 소속의원들이 10월 4일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문 전 대통령은 감사원의 서면조사 요구에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며 직접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도 “문 전 대통령을 정치보복의 올가미에 가두려는 윤석열 정권의 음모”라고 강력 반발했다. 또한 감사원이 특정 사안을 넘어 문재인 정부 34개 분야에 대해 전방위 감사를 벌이는 건 감사권 남용이라며 감사원을 공수처에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4일 "이미 헛발질로 판명 난 북풍 몰이를 빌미로 전직 대통령에 대한 보복 감사를 시도하고 있다"라며 "국민을 지키라는 총칼로 경쟁자를 짓밟았던 독재정권처럼 정의를 지키라는 사정 권력으로 공포정치에 나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민생경제 상황이 초비상인데 외교 참사로 국격과 국익이 자유낙하하고 있다”라며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사적 이익을 위해 남용하다가 과거 정권들이 어떤 결말을 맞았는지 꼭 되돌아보길 바란다. 지금 휘두르는 칼날이 결국 스스로에게 되돌아갈 것임을 잊지 말라”라고 경고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특권을 가질 수 없다며 무슨 봉건시대 왕이냐고 맞받았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문 전 대통령을 향해 "오히려 당황스럽게 무례하다고 화를 내신 것을 보고 정말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에 뭔가 문제가 많구나, 문제가 없으면 있는대로 그냥 말씀하시고 답변하시면 될 텐데 왜 저렇게 과민반응을 보이는지 모르겠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구나 지금까지 감사나 이런 과정에서 드러난 것을 보면 (피격 당한 해수부 공무원이) 살아있는 동안 6시간 이상이나 조치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에 대한 전혀 조치가 없었고, 대통령실의 조치가 어떻게 됐는지 묻고 조사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이고 그 직을 맡았던 분은 답변하는 것이 의무"라고 강조했다.
전임 원내대표였던 권성동 의원도 이날 “국가기관의 질문 앞에 무례를 운운했다는 것은 민주사회의 대통령이 아닌 봉건시대 왕의 언어”라며 “감히 무례하다고 하셨나? 목함지뢰로 다리가 잘린 군인에게 ‘짜장면 먹고 싶냐’고 물었던 것이 바로 무례다. 온 국민이 주적 북한에 분노할 때, 대한민국의 지도자는 침묵하고 고개를 숙였다. 이것이야말로 대통령이 국민에게 범할 수 있는 최악의, 최대의 무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국민의힘 차기 당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김기현 의원도 이날 "국민을 죽음으로 내몰고 그 시신이 불에 타 훼손되는 걸 방치한 것으로 보이는 대통령의 무책임함에 그날의 진실을 따져보자는데 '대국민 선전포고이자 정치보복'이라니 문 전 대통령은 자신이 여전히 이 나라의 제왕이라 생각하나 보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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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9일 박진 장관 해임건의안에 항의하는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이처럼 여야가 전직 대통령에 대한 감사원의 서면 조사 요청을 두고 한치 물러섬이 없는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면서 국감이 '정쟁'으로 물들고 있다. 이날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첫 국정감사장에서도 여야는 문 전 대통령 서면 조사 요구서를 두고 불꽃튀는 공방전을 벌이면서 국감장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하기도 했다.
회의 시작에 앞서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법사위 회의장 자신의 자리에 놓인 노트북 뒤편에 '정치탄압 중단하라!'라고 쓰인 피켓을 붙였고,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도 '정쟁국감 NO 민생국감 YES'라고 쓰인 피켓을 만들어 노트북에 붙이면서 맞불을 놨다. 결국 회의는 53분 여가 지나서야 겨우 개의 됐다.
포문은 야당 법사위원인 기동민 의원이 열었다. 기 의원은 "최근 상황은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몰아치는 듯한, 특히 사정 기관을 내세워서 정치적 꼼수를 부려 국면을 전환하려는 정치적 노림수가 보이는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국민의힘 간사인 정점식 의원은 2016년 탄핵국면에서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거론하면서 "이 시점에 다시 문 전 대통령께 (발언을) 돌려드리겠다. 감사원도 전직 대통령이라고 예우할 것이 아니라 그냥 피조사자로 다루면 된다. 즉각적인 강제조사를 촉구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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