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6일 미국 핵항모 로널드 레이건호의 한반도 재출동에 대응해 단거리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최근 12일 사이 이틀에 한 번꼴로 탄도미사일 시위를 벌여온 북한은 이날 이례적으로 외무성 공보문을 내고 미국과 한국 등의 대응을 규탄했다.
지난달 8일 핵무력정책 법령 공포 이후 ‘핵 질주’를 시작한 북한이 한미일 연합 해상훈련을 계기로 도발 수위를 끌어올리면서도 한미의 군사행동에 맞춤형 대응에 나섰다.
북한은 지난달 26~30일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참가하는 동해상 한미 연합해상훈련 및 한미일 3국 연합 대잠수함전 훈련 도중에도 탄도미사일을 쏘며 대응했다. 통상 한미연합훈련이 끝난 이후 도발해온 과거 패턴을 고려할 때 상당히 이례적인 것이다.
북한은 한미훈련이 예고된 25일 평안북도 태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이스칸데르(KN-23)으로 추정되는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1발을 발사했으며, 한미훈련 도중인 28일에도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SRBM 2발을 발사했다. 또한 한미일 훈련이 예고된 29일에는 평안남도 순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SRBM 2발을 발사했다.
이후에도 북한은 10월 1일 국군의 날을 기해 평양 순안에서 동해상으로 SRBM 2발을 발사했으며, 4일에는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1발을 발사했다. 북한이 IRBM을 쏜 것은 지난 1월 30일 이후 8개월여만이며, 5년만에 일본열도를 통과하는 미사일 도발로 기록됐다.
북한은 또다시 이틀만인 6일엔 평양 삼석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SRBM 2발을 발사했다. 이 역시 북한의 IRBM 발사 이후 미 핵항모 레이건호 항모강습단이 재출동에 대응한 것이다. 아울러 이날 한미일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문제를 회부했다. 비록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추가 대북제재는 물론 대북 규탄성명 채택도 불발됐지만 한미일을 비롯한 11개국이 장외 성명을 발표했다.
안보리 회의에서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북한이 악화된 국제정세 속에서 더욱 공격적 형태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일삼고 있고, 핵무력정책 법령을 발표하는 등 국제사회의 핵 비확산 체제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안보리 차원의 단합된 대응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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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노동신문은 18일 전날 평양 순안공항 일대에서 발사한 2발의 탄도미사일에 대해 전술유도탄의 검수사격시험이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2022.1.18./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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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훈련을 마치고 한반도를 떠났던 미국의 핵항모가 뱃머리를 돌려 재출동한 것도 상당히 이례적으로, 한미일 3국은 6일 동해 공해상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미사일방어훈련을 벌였다. 북한 미사일의 표적정보를 공유해 탐지, 추적, 요격하는 절차를 숙달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이번 훈련엔 우리군의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과 미국 해군의 레이건호 항모강습단 예하 이지스구축함 벤폴드함, 일본 해상자위대의 이지스구축함 초카이함이 참가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 외무성 발표에 대해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미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의 한반도 전개에 대한 맞대응 조치라는 것을 공식화했다”며 “북한 수뇌부나 군부의 강경한 입장이 없는 것은 수위 조절한 느낌을 주지만, 레이건호의 한반도 재전개를 주시하겠다고 해 계속해서 맞대응 미사일을 발사하겠다고 예고했다”고 평가했다.
양 교수는 이어 “북한은 안보리 소집 전후에 경고성 미사일 발사를 하다가 레이건호가 떠날 시점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당분간 도발과 억제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 한반도 긴장고조,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구도 형성 등이 예측된다”고 전망했다.
앞서 대통령실도 5일 거듭되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7차 핵실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단계별 시나리오를 밟아가는 게 아닌가 판단한다”며 “중거리탄도미사일에 이어 앞으로 다른 미사일 도발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을 정도로 도발이 빈번하다”고 밝힌 바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핵실험을 포함한 핵무기 고도화의 명분을 한미의 행동에서 찾는 비례적 대응 방식을 구사하고 있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1월 8차 당대회에서 제시했던 강대강 원칙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과거 개발 과시 정도가 이젠 기술적 고도화로 행동 패턴이 변화했다”고 분석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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