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자산관리 회사에서 탑클래스로 유명한 자산설계사가 잘못 된 영업방식 끝에 슬픈 결말을 맞았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12일 사기 혐의로 전직 자산설계사 이모(41·여)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2009년 11월부터 2010년 4월까지 3차례에 걸쳐 피해자 김모(84·여)씨로부터 3억48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김씨에게 "보험일시급 형태로 돈을 맡기면 주식과 연계된 보험상품을 설계해 고수익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실제로 김씨가 보험 등에 투자한 돈은 3억4천800만원 중 5천만원에 불과했다.

경찰 관계자는 "나머지 돈은 대부분 입금 당일 보험대납금이나 고객에게 위탁받은 주식투자 등에서 발생한 손실을 갚고 이익금을 지급하는 등에 사용됐다"고 말했다.

조사결과 이씨는 국내 모 대형보험사에서 상당한 실적을 올렸고, 2007년 이 자산관리회사가 출범할 당시 스카우트됐다. 이후 강남 본사에서 일하면서 3년 연속 최고 실적을 낸 영업사원에게 주어지는 '탑클래스' 칭호를 획득할 정도로 잘 나갔다.

나름 유명해진 이씨는 각종 자산관리 세미나에서 강사로 활동했고, 강남권에 사는 자산가인 김씨도 이 과정에서 만나게 됐다.

그러나 이씨의 실적은 빚을 내서라도 할당량을 채워넣는 '무리수'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경찰 조사에서 이씨는 "고객 자산관리 과정에서 손실이 많이 발생했기 때문에 보험 실적을 유지하려고 개인대출을 받고, 가족의 돈 수억원까지 유용하는 등 손해를 봐 왔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에게 받은 돈 대부분을 다른 고객에게 송금한 까닭도 자신과 가족의 돈만으로는 당장 갚아야 하는 돈을 메울 수 없었던 탓이었다.

경찰은 "돌려막기식으로 애초 알린 목적과 다르게 돈을 사용했고, 이씨가 김씨에게 소개한 자산관리사가 수익률 보장을 명목으로 보험금을 일시금으로 받는 금융상품도 실제론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탑클래스란 위치를 고수하려고 돈을 돌려막았던 것이 결국 김씨의 차례에서 한계에 부닥쳤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2010년 5월 가족과도 인연을 끊은 채 갑작스레 모습을 감췄다가 5년만인 지난달 30일 경상남도 창원에서 다른 사람의 신분증을 이용해 숨어있다가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 관계자는 "사기 피해를 막으려면 가입하는 상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요구해야 하고, 개인 계좌로 입금을 요구할 경우 사기일 가능성이 큰 만큼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