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시중은행에 따라잡히면서 저축은행의 자금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저축은행은 그간 시중은행보다 높은 예금금리를 내세워 고객을 확보하고 자금 이탈을 방지해왔으나 더 이상 메리트가 없게 됐다.

   
▲ 사진=미디어펜

8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평균 3.58%로 은행권 평균인 3.36%와 불과 0.22%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케이뱅크는 지난 7일 12개월 만기 정기예금(‘코드K정기예금)’ 금리를 기존보다 1.10%포인트 오른 연 4.6%로 조정했다. 은행권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 가운데 가장 높은 금리다.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은 1년 만기 기준 연 4.55%의 금리를,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은 1년 만기 기준 연 4.5% 금리를 제공한다. KB국민은행은 ‘KB Star 정기예금’에 1년 기준 연 4.23% 금리를 적용한다.

이에 저축은행들도 예금금리를 올리고 있으나 시중은행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은 수준이다.

저축은행 중 1년 만기 기준 정기예금 금리가 가장 높은 곳은 KB저축은행이다. KB저축은행은 지난 7일 정기예금 금리를 최대 0.8%포인트 인상해 연 4.8%를 제공한다.

OK저축은행은 지난달 28일 정기예금 우대금리를 인상해 최대 연 4.25% 금리를 적용한다. JT저축은행은 지난달 30일 비대면 회전식 정기예금 금리를 최대 0.60%포인트 인상해 연 4.20%까지 제공하며, 웰컴저축은행은 지난 4일 정기예금 금리를 0.2%포인트 올려 4%를 제공한다.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통상 1%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났다. 그러나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은행들이 금리인상에 속도를 내면서 격차가 좁혀지더니 급기야는 역전된 것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당분간 지속돼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간 금리 역전 현상도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은 한은이 오는 12일과 다음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최대 1% 포인트 더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저축은행은 현재 예금금리 인상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해 7월 법정 최고금리가 기존 연 24%에서 연 20%로 인하되면서 예금금리를 인상하는 만큼 대출금리를 올리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예금금리 인상은 자금의 변동이 얼마나 생기는지를 보고 결정할 문제로 자금이 빠지지 않고 버틸만한 수준이라고 판단되면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고 빠진다고 하면 따라서 올릴 것”이라며 “요즘에는 금리가 더 오른다고 하니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정기예금보다는 입출금이 자유로우면서 금리도 높은 파킹통장에 많이 가입하는 추세다. 정기예금보다는 파킹통장이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자금이 빠진다고 하면 힘들지만 예금금리를 올리는 수밖에 없다”며 “다만 예금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대출금리도 같이 올리기에는 부담이 있다. 저축은행의 경우 대출금리는 이미 높은 수준으로 더 올리기 힘든 반면 은행의 경우 예금금리를 올리는 만큼 대출금리를 올릴 수 있어 큰 부담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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