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 바이오 가능성 지속 강조…네트워크 활용 사업 시너지 확대
삼성, 공격적 투자로 시장 지배력 강화…'압도적 글로벌 1위' 전략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삼성은 바이오 사업을 반도체에 버금가는 미래 먹거리로 육성해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이루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새로운 도전 목표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부회장은 일찌감치 바이오 사업의 가능성을 포착하고, 관련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5년 중국 보아오포럼에서 "삼성은 IT, 의학, 바이오의 융합을 통한 혁신에 큰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러한 혁신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더 적은 비용으로 이용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바이오 사업에 대한 육성 의지를 밝힌 바 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1일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설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제4공장을 방문해 생산 시설을 직접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 일선에 나선 이후 삼성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할 때마다 바이오 사업을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거론하며 집중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재용의 글로벌 네트워크, 삼성의 바이오 사업 지원군

이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서 누바 아페얀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을 만나 △삼성과 모더나 간 코로나19 백신 공조 △향후 추가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앞서 8월에는 모더나 최고경영진과 화상회의를 통해 성공적인 백신 생산을 통해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바이오 산업 전반으로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부회장은 코로나19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2020년에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화이자 백신 국내 조기 도입에도 기여했다. 이 부회장은 산타누 나라옌 어도비 회장 겸 화이자 수석 사외이사를 통해 화이자 최고위 경영진과의 협상 계기를 마련했다. 

당초 2021년 3분기부터 화이자 백신이 국내에 도입될 예정이었으나, 이 부회장이 '가교' 역할을 함으로써 3월부터 백신 50만명분이 조기에 도입돼 코로나 팬데믹 극복에 큰 힘이 됐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누바 아페얀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이 지난해 11월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서 만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바이오 네트워크'가 삼성에 대한 글로벌 바이오 업계의 신뢰와 평판을 높이고, 삼성의 바이오 사업뿐만 아니라 한국의 바이오 산업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삼성, 바이오로 '제2 반도체 신화' 만든다

삼성은 지난 2010년 바이오를 '신수종 사업'으로 선정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위해 설립됐으며, 허허벌판의 갯벌 인천 송도에서 직원 30명으로 시작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인천 송도 매립지에 1공장 건설을 시작했고, 이번에 제4공장을 가동하며 사업 시작 10년 만에 글로벌 CDMO 1위로 올라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사업 초기 제1공장 건설 현장에 글로벌 바이오 기업의 담당자들을 초청, 설득해 첫 위탁생산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제는 글로벌 톱 제약사 20곳 중 12곳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기업 가치도 인정 받고 있다. 삼성바이오의 시가총액은 약 60조원으로, 코스피 4위에 자리할 정도다.

삼성은 공격적인 투자 및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 확대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인 바이오 사업을 계속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CDMO 분야에서는 이번에 가동을 시작한 4공장에 이어 5, 6공장 건설에 나서는 한편, 생산 기술과 역량을 고도화해 '압도적 글로벌 1위'를 더욱 공고히 할 계획이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이 11일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설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제4공장 준공식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피에 캐티뇰 삼성바이오로직스 제조센터장,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이 부회장,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 노균 삼성바이오로직스 EPCV센터장, 제임스 박 삼성바이오로직스 글로벌영업센터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32년까지 바이오사업에 7조5000억 원을 투자하고 4000명 이상 직접 고용할 계이다. 바이오시밀러 분야도 제품 파이프라인을 확대, 고도화해 글로벌 수준으로 사업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삼성은 최근 바이오젠이 보유했던 바이오에피스 지분 전체를 인수해 개발/임상/허가/상업화 등 바이오 R&D 역량을 내재화 했다. 이를 두고 제약 업계에서는 "삼성이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할 기반을 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증된 바이오 역량…시너지 확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모더나 백신 생산 과정을 통해 '검증된 실력'을 전세계 바이오 업계에 선보이기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맺은 뒤 생산기술 이전 기간을 3개월로 단축했으며, 짧은 기간에 높은 수율을 달성하며 안정적인 백신 생산을 조기에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도 스마트공장 인력을 파견해 공장 자동화 노하우 등을 지원했다. 업계는 삼성이 코로나 백신을 국내외에 공급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이 글로벌 백신 생산 허브로 성장하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1일 인천 송도에 위치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방문해 연구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은 △바이오 전문인력 양성 △원부자재 국산화 △중소 바이오텍 기술지원 등을 통해 국내 바이오 산업 생태계 활성화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과감한 투자 △이를 통한 삼성의 미래 성장산업 선점 △압도적인 제조 기술력을 삼성 바이오 사업의 고속 성장 배경으로 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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