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기준금리 3% 시대가 열렸다. 한국은행은 12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현행 연 2.5%인 기준금리를 3.0%로 인상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이른바 '빅스텝'을 밟은 것은 지난 7월 금통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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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제공. |
한은이 지난 7월 사상 초유의 빅스텝을 단행한 이후 또다시 빅스텝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여전히 물가상승률이 높은 수준인 데다 한국과 미국간 기준금리 격차 확대에 따른 환율과 물가의 추가 상승 압력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은은 지난해 8월 이후 총 7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당시 0.5%이던 기준금리는 1년만인 지난 8월 2.5%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은이 이날 빅스텝을 단행함에 따라 국내 기준금리는 지난 2012년 7월 12월(3.00%) 이후 약 10년 3개월 만에 3%대로 올라섰다. 시장에선 한은이 다음 달 추가 인상을 포함해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를 3%대 중반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빅스텝 등 통화 긴축 강화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도 한은이 빅스텝을 단행한 가장 큰 이유는 고물가의 고착화를 막기 위해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5.6% 오르며 상승률이 6%대로 올라섰던 6월과 7월에 비해 낮아졌지만, 여전히 5%대의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한은은 금리 인상으로 경기 회복세가 다소 꺾이더라도 일단 고물가부터 잡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창용 총재도 지난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은 국정감사 모두발언에서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앞으로 상당 기간 5~6%대의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고물가 상황의 고착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여기다 한미간 금리 격차에 따른 환율과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금리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3.00~3.25%로 한국의 기준금리보다 0.2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다만 연준이 다음 달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고, 이어 12월 빅스텝을 밟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미간 금리 역전 폭은 다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간 금리 역전 폭이 커질수록 외국인의 자본이 대거 유출될 가능성이 커지며, 원화 가치도 떨어질(원·달러 환율 상승) 우려가 크다. 원화 가치 하락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결국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다음은 통화정책방향 전문이다.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재의 2.50%에 3.00%로 상향 조정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하였다.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환율 상승으로 인해 물가의 추가 상승압력과 외환부문의 리스크가 증대되고 있는 만큼 정책대응의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세계경제는 높은 인플레이션 지속, 미 연준의 긴축 기조 강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경기 둔화가 이어졌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 달러화 강세 기조 강화로 주요국의 통화 가치가 절하된 가운데 장기시장금리가 큰 폭 상승하고 주가가 하락하였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금융불안이 나타났다.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국제원자재가격 및 글로벌 인플레이션 향방,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및 미 달러화 움직임,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경제는 소비가 회복 흐름을 이어갔지만 수출 증가율이 낮아지면서 성장세가 둔화되었다. 고용 상황은 큰 폭의 취업자수 증가가 이어지는 등 개선세를 지속하였다. 앞으로 국내경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년 성장률은 지난 8월 전망치(2.6%)에 대체로 부합하겠지만 내년은 지난 전망치(2.1%)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물가는 석유류 가격 오름세 둔화에도 개인서비스 및 가공식품 가격의 상승폭이 확대되면서 5%대 중후반의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였다. 근원 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과 기대인플레이션율도 4%대의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환율 상승의 영향 등이 추가 물가상승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상당기간 5~6%대의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년 및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전망치(5.2% 및 3.7%) 에 대체로 부합하겠지만, 경기 둔화에 따른 하방압력에도 불구하고 환율상승, 주요 산유국의 감산 등으로 상방 리스크가 큰 것으로 판단된다.
금융시장에서는 미 달러화 강세와 엔화, 위안화 약세 등에 영향받아 원/ 달러 환율이 크게 상승하고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이 순유출되는 등 외환부문을 중심으로 변동성이 확대되었다. 장기시장금리는 큰 폭 상승하였고 주가는 크게 하락하였다. 가계대출은 소폭 감소하고 주택가격은 하락폭이 확대되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국내 경기가 둔화되고 있지만, 물가가 목표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향후 금리인상의 폭과 속도는 높은 인플레이션의 지속 정도, 성장 흐름,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자본유출입을 비롯한 금융안정 상황,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판단해 나갈 것이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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