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억 원 투자, 퍼크 셀 라인 전환·설비 도입
IRA 시행에 미국 태양광 시장 집중 공략 계획
진천 공장 수출액, 내년 2조 원 상회 넘을 전망
[미디어펜=박규빈 기자]한화솔루션이 고효율 태양광 셀 연구·개발(R&D)·생산 능력을 강화해 미국·유럽 등 글로벌 시장 내 태양광 기술 리더십을 강화한다. 13년 이상 태양광 셀 기술에 지속 투자해 확보한 역량으로 차세대 제품을 생산해 글로벌 탑 티어로서의 기술적 우위를 유지해 나가겠다는 포석이다.

   
▲ 한화큐셀 관계자가 셀 신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한화솔루션은 전날 충청북도 진천군 소재 큐셀 부문(한화큐셀) 공장에서 탑콘(TOPCon, Tunnel Oxide Passivated Contact) 셀을 내년 4월부터 상업 생산하겠다고 13일 밝혔다.

현재 세계 태양광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기존 퍼크(PERC) 셀은 후면에 반사막을 삽입해 빛을 반사시켜 발전 효율을 높인 제품으로, 평균 효율은 23% 수준이다. 

이에 비해 탑콘은 셀에 얇은 산화막을 삽입해 기존보다 발전 효율을 약 1%p 높인 것이 특징이다. 현재 시제품의 효율은 약 24.4%가 나온다. 셀의 효율이 오르면 모듈 설치 면적 대비 전력 생산량이 늘어남에 따라 적은 면적에서도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이 같은 한화그룹의 태양광 사업은 2010년 8월 중국 솔라펀파워홀딩스 인수로부터 시작한다. 이후 2012년 10월 독일 태양광 기업 큐셀을 품은 한화그룹은 2015년 2월 음성 공장, 2016년 1월 진천 공장, 2019년 1월에는 미국 조지아주 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한화큐셀이 태양광 사업에 진심을 보이는 이유는 기후 변화 대응·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주요 국가들의 신재생 에너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미국·유럽 외 국내에도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 한화큐셀 관계자가 셀 생산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사진=한화솔루션 제공

한화큐셀은 내년 상반기 양산 예정인 탑콘 셀을 활용해 연간 20~30%의 성장이 예상되는 미국 태양광 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국내 재생 에너지 시장이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상황에서 한국산 탑콘 셀을 활용해 만든 고효율의 모듈 제품으로 미국의 주거·상업용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태양광·풍력 등 미국 내 재생 에너지 시장을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된 산업 진흥 정책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 of 2022)이 통과됐다. 현재 1.7GW 수준의 모듈 생산량을 보이는 한화큐셀 미국 조지아 공장은 내년 하반기 3.1GW를 확보하게 되는 만큼 IRA 수혜에 따라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맞을 전망이다.

따라서 진천 공장의 태양광 수출액은 올해 약 1조7000억 원에서 내년에는 2조 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화큐셀은 전체 사업장 기준 연간 모듈 생산량이 12.4GW로, 4개국에 걸친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 시설·독일 광발전 (PV, Photovoltaics) R&D 센터 등 글로벌 네트워크 규모를 동시에 갖춘 사업장이다. 지난 13년 간의 태양광 연구·개발(R&D) 노하우를 보유한 한화큐셀은 '퀀텀(Q.ANTUM)' 기술을 적용한 셀과 모듈을 각각 40억장, 25GW 넘게 생산해왔다.

   
▲ 한화큐셀 진천 공장 젼경./사진=한화솔루션 제공

모듈 기술과 관련, 한화큐셀은 8년 넘게 R&D를 진행해왔고, 첨단 레이저를 사용해 기존 셀을 반으로 나눠 표면 면적당 높은 출력을 발휘하고 있다. 여기에 고효율 하프셀·와이어링 디자인을 결합해 저항과 광학에 의한 손실을 줄여 모듈 효율성을 20% 제고했고, 제품 수명 기간 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 했다는 게 한화큐셀 측 전언이다.

태양광 시설은 물리적 공간을 필요로 한다. 때문에 조밀하게 배치할 수록 공간 효율성이 높아지는데, 한화큐셀은 모듈 내 셀 간격을 최소화해 이를 이뤄냈다.

통상 태양광 패널은 일조량이 많은 임야 지대나 건물 옥상에 설치되는 만큼 온열에 의한 손상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화큐셀은 고온에 대한 안정성을 높여 더운 날씨에도 높은 전력량을 생산할 수 있도록 했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셀에 생긴 미세 균열로 인한 전기 손실을 낮춤으로써 최고 수준의 장기적 성능을 향상시켜 신뢰성을 보증한다"고 언급했다.

2016년 한화큐셀의 셀 효율과 출력은 17.8%·4.3W였으나 올해는 기판과 전극의 직접적인 접촉이 없고, 전기적 손실을 최소화 하는 독자적인 탑콘 기술을 적용해 24~25%·7.9W까지 높아졌다. 현재 이는 기존 PERC 1개 라인을 개조해 시양산 과정에 있으며, 내년 중 3개의 신규 라인을 추가하고 월 평균 140메가 와트(MW)분을 양산할 계획이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당사는 경쟁사 대비 탑콘 셀 개발 시작에서 3년 가량 뒤졌음에도 셀 효율과 제조 비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내년이면 확실한 기술적 우위를 갖게 된다"고 귀띔했다. 또 "지난해 음성까지 포함한 한국 공장 매출은 약 1조2000억 원에 달하고, 내년 생산량은 셀 5.2GW, 모듈은 5GW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셀 제조 현장./사진=한화솔루션 제공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11월부터 연 300MW 용량의 탑콘 셀 파일럿 라인을 가동 중이다.

이미 지난 5월에 총 1800억 원을 투자해 한국 공장의 셀 생산 능력을 기존 연간 4.5GW에서 5.4GW로 확대하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 중 1300억 원을 투자해 내년까지 탑콘 셀 양산을 위한 라인 전환과 설비 도입을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내년 4월부터는 연간 3.9GW의 퍼크 셀과 1.5GW의 탑콘 셀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최경덕 한화큐셀 운영팀장은 "탑콘 셀과 기존 퍼크 셀은 제조 공정·호환성이 높아 이미 대규모 퍼크 셀 생산 라인을 보유한 진천 공장에서 제조하기에 적합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25%가 넘는 셀 효율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탑콘 이후 신 개념 셀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또한 재생 에너지 학계에서는 기존 퍼크 및 탑콘 등 실리콘 기반의 셀의 발전 효율한계가 이론적으로 최대 29% 수준을 넘어서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한화큐셀은 좀 더 넓은 폭의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2026년 6월에는 차세대 태양광 기술인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기반의 텐덤(Tandem) 셀을 세계 최초로 양산한다는 목표 아래 2025년 셀 효율과 출력을 29.5%·9.7W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이론적 한계 효율은 44%이고 실제 양산 시 효율도 35%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데, 한화큐셀은 40%를 달성해 프리미엄 시장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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