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환율-고물가...기업들, 금리 인상 여파로 이자 부담 배로 올라
자금난 가중되는 상황...국내 경기 사정 고려한 신중한 통화 정책 필요
[미디어펜=조우현 기자]환율과 물가가 오른 데다 금리까지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 인플레이션으로 생산 비용이 증가하고, 금리 인상 여파로 이자 부담이 배로 높아지면서 자금 사정이 악화되는 형국이다.

기업들의 자금난이 지속되자 재계에서는 기업들의 금융 방어력을 위한 정부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조사에서도 기업들의 자금난은 고스란히 드러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6일 한국평가데이터(KoDATA)와 897개 제조업 상장사의 분기별 현금흐름보상비율을 분석한 결과, 올해 2분기 현금흐름보상비율은 45.6%로 지난해 2분기 대비 43.8%p 감소했다고 밝혔다. 

   
▲ 기업들의 자금난이 지속되자 재계에서는 기업들의 금융 방어력을 위한 정부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는 영업활동 현금유입이 48조 9000억 원 → 31조 2000억 원으로 36.2% 감소한 반면, 단기차입금은 60조 8000억 원 → 71조 4000억 원으로 17.4% 늘어난 결과다. 

대한상의 김현수 경제정책실장은 “현금흐름보상비율은 실제로 지급가능한 현금을 기준으로 산출되기 때문에 기업들의 감당여력을 더욱 명확하게 보여준다”며 “고금리 추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앞으로가 더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역시 금리 인상으로 금융비용이 늘면서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시간이 갈수록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경련이 매출 1000대 기업 중 제조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을 대상(100개사 응답)으로 조사한 결과 조사 결과 기업들은 자금 사정이 나빠진 이유로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를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대출금리 인상 등 금리 영향이 47.0%로 가장 많았고, 이어 원자재 가격 상승(23.0%), 환율 상승(17.0%)이 뒤를 이었다.

대한상의 조사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응답 기업 4곳 중 3곳이 자금운용 리스크의 주요 원인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부담 증가’(73.3%)를 꼽았다. 고환율로 인한 ‘외화차입 부담 증가’(25.2%), ‘자금조달 관련 규제’(18.3%)가 뒤를 이었다.

이 같은 자금운용의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는 ‘매출부진에 따른 현금흐름 제한’(63.7%), ‘생산비용 증가’(57.5%), ‘고금리 부담’(43.6%)을 꼽은 기업이 많았다. 

그러나 악화하는 자금 사정과 달리 올해 연말까지 자금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여 기업들의 위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재계에서는 국내 경기 상황을 고려한 통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들의 금융 방어를 위해 신중한 금리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전경련 조사 결과 안정적인 자금 관리를 위해 정책당국에 바라는 과제로는 환율 등 외환시장 변동성 최소화(24.7%)와 경제주체의 금융방어력을 고려한 금리 인상(20.7%) 등이 가장 많이 꼽혔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국내 경기상황을 고려한 통화정책과 단기적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을 위한 정책자금 지원을 늘리고, 기준금리와 시중금리와의 갭을 줄이고, 자금조달 수단을 다양화하는 금융정책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한미 금리가 역전된 상황에서 추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 “하지만 기업들의 금융방어력을 고려한 신중한 금리 인상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