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존연수 증가, 리콜대상 운행 지속…사상 최초 평생보증 예측치 빗나가
환율도 2020년 대비 24.7% 상승…현대차 1.36조 원, 기아는 1.54조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올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되는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세타2 직분사(GDI) 엔진 관련 비용 증가 등 2조9000억 원 규모의 품질비용을 실적에 반영한다. 

글로벌 완성차 산업에 갖가지 악재가 이어지는 상황에 호실적을 기록한 만큼, 이 기회에 대대적인 품질비용을 선반영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 현대자동차와 기아 양재동 본사. /사진=미디어펜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18일 품질비용 약 1조3600억 원을 올 3분기 실적에 충당금으로 반영한다고 공시했다. 기아 역시 1조5400억 원의 품질 충당금을 반영한다고 공시했다.

대상은 세타 GDI 엔진 관련 소비자 보상과 보증 등이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어 반도체 부족 사태 등으로 북미 신차 교체수요가 감소했다. 

동시에 기존 운행 차량의 잔존가치가 상승하면서 품질비용이 점진적으로 증가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품질비용 반영이 이런 현상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추가적인 충당금 설정과 선제적인 고객 보호 조치를 위해 약 1조3600억 원(현대차 기준) 규모의 품질 비용을 반영할 예정"이라며 "품질에 대한 고객 신뢰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전기차 시대가 도래할 때까지 과도기를 책임질 내연기관의 품질 안전화를 위해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하고, 품질 이슈 재발 방지에 주력하기로 했다.

현대차·기아는 이날 오후 5시 국내외 기관투자자와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열어 구체적인 내용을 밝혔다.

앞서 현대차‧기아는 2020년 3분기 실적에도 각각 2조1000억 원과 1조2600억 원, 도합 3조3600억 원의 품질 관련 비용을 반영한 바 있다.

2년 만에 당시 충당금 규모에 육박하는 비용을 추가로 반영한 배경으로 양사는 '대외변수 확대에 따른 비용 추정 전제 변경'을 들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반도체 수급 이슈로 중고차 사용 연한이 길어지고 폐차율이 축소되면서 당초 예상보다 (세타2 엔진) 교체 빈도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의 자동차 잔존연수는 첫 충당금 예측 시기인 2020년 12.4년에서 올해 13.1년으로 증가했다. 이로 인해 주행거리 16만km 이상의 고마일리지 차량 비율이 상승하면서 클레임 빈도도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엔진교환율 산정 기간도 기존 9개월에서 19개월로 확대 반영했다고 현대차그룹 측은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 역시 품질비용 확대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2020년 첫 충당금 예측 당시 비용 적용 환율은 1150원이었으나 올해 1435원까지 치솟았다.

현대차‧기아는 2020년 첫 충당금 예측 당시 반영한 개선 항목의 현실화가 미흡했다는 점도 인정했다. 

회사 관계자는 "전례 없는 평생 보증정책 제공으로 그에 대한 경험치가 부족했고, 공정 개선에 따른 엔진 개선율을 다소 높게 추정했다"고 설명했다.

양사 모두 1조 원 이상의 충당금이 반영되면서 3분기 실적 전망도 당초 예상치를 크게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 현대자동차 공장 생산라인. /사진=현대차 제공


당초 증권가에서는 3분기 현대차 영업이익이 사상 최초로 3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었다. 기아 역시 3분기 기존 사상 최고 실적인 2분기 2조2341억 원을 넘어서는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내다봤었다.

하지만 품질비용 충당금 반영으로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1조6000억 원대, 기아는 1조 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현대차 1조6067억 원, 기아 1조3270억 원) 대비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대차‧기아는 "품질 비용 최적 관리 운영, 평생 보증 시장 대응력 증대, 엔진 품질 확보 체계 강화 등 근본적인 개선책 마련과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품질 이슈 재발 방지에 주력해 품질에 대한 고객 신뢰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에 대해 호실적을 충분히 활용한 전략으로 평가 중이다. 올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이 점쳐지는 만큼, 상당 부분을 품질비용으로 미리 반영해 향후  리스크에 선제 대응해 불확실성을 해소하겠다는 의미다.

현대차가 관련 품질비용을 올해 3분기 실적에 반영하게 된 배경에는 여러 가지 변수가 존재한다.

먼저 반도체 수급 이슈로 인한 중고차 사용 연한 증가와 폐차 비율 감소 등이 영향을 줬다. 미국의 평균적인 차량 잔존연수는 2020년 기준 12.4년이었다. 올해 잔존연수는 13.1년으로 증가했다. 리콜 대상인 차들이 여전히 운행 중이라는 의미다.

여기에 지난 2020년 세타 엔진 리콜 당시 산정했던 품질비용도 일부 예측을 벗어났다.

현대차는 "전례가 없었던 사상 최초의 '평생 보증정책'을 제공하다 보니 일부 예측이 빗나갔다"며 "2020년 품질비용을 예측했던 당시 환율이 1150원이었던 반면, 올해 환율 변화에 따라 약 1435원이 됐다. 그만큼 추가 비용 반영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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