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BNK·DGB 등 지방금융지주사가 잇단 최고경영자(CEO) 리스크에 비상이다. 회장 아들 회사로의 일감 몰아주기, 불투명한 계열사 CEO 선임절차, 뇌물수수 등의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 가운데, 금융당국과 검찰이 이들 금융사를 상대로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최근 금융권이 ESG경영을 강화하는 가운데, 그룹 지배구조(G)에 치명상을 입으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18일부터 BNK금융과 BNK캐피탈, BNK자산운용 등 3개사에 대한 현장검사를 착수했다. 금감원 측은 "외부 공익신고에 따라 진행하는 수시검사"라는 입장이지만, 지난 11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그룹 부당 내부거래 의혹 △채권 몰아주기 의혹 △그룹 회장 후보군을 내부 인사로 제한 등이 거론됐던 만큼, 이들 문제를 살펴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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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NK·DGB 등 지방금융지주사가 잇단 CEO 리스크에 비상이다. 회장 아들 회사로의 일감 몰아주기, 불투명한 계열사 CEO 선임절차, 뇌물수수 등의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 가운데, 금융당국과 검찰이 이들 금융사를 상대로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사진 왼쪽부터 김지완 BNK금융 회장, 김태오 DGB금융 회장/사진=각사 제공 |
국감 당시 이복현 금감원장은 BNK금융의 부정행위 의혹에 대해 "BNK금융의 특이거래와 관련해 잘 점검해 보고 사실관계가 맞다면 법규 위반이 될 수 있기에 금감원의 권한 내에서 잘 살펴보겠다"고 답한 바 있다.
그 중에서도 뜨거운 감자는 김지완 BNK금융 회장의 아들 회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다. 당시 국감에서는 BNK자산운용이 2018년 4월 핀테크 사모펀드를 꾸려 김 회장의 아들이 영업이사로 근무하는 A업체에 80억원을 투자한 사실이 알려졌다. 문제는 해당 펀드에 연체가 발생하면서 부터다. 펀드가 연체되자 계열사인 BNK캐피탈은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50억원을 대출하는 등 부당 내부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김 회장의 아들이 한양증권 대체투자 센터장으로 이직한 뒤 한양증권의 BNK금융 계열사 채권 인수액이 급증한 점도 논란이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한양증권의 BNK금융 계열사 채권 인수액은 2019년 1000억원에서 올해 8월 1조 1900억원으로 폭증했다.
특히 BNK금융의 사외이사로 몸담고 있는 유정준 이사는 김 회장의 추천 인사로, 과거 한양증권 대표를 맡은 바 있다. 사실상 '채권 몰아주기' 아니냐는 의혹과 동시에 지주사가 김 회장의 입맛에 따라 좌우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차기 그룹 회장 후보군을 제한했다는 의혹도 있다. 강 의원에 따르면 김 회장은 하나금융지주 부회장과 상임고문을 거쳐 지난 2017년 9월 BNK금융지주 회장에 올랐다. 이듬해 회장 승계과정을 변경해 외부인사 추천을 제한했고, 지난해 12월에는 계열 은행인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부행장을 후보군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했다는 후문이다. 김 회장은 '3연임이 불가능하다'는 내부 규정에 따라, 내년 3월께 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강 의원은 당시 국감에서 "김지완 회장 본인은 외부 추천으로 2017년 지주 회장이 된 인사인데, 2018년 외부인사 추천을 못하도록 내부규정을 제한했다"며 "본인을 제외하곤 누구도 회장에 오르지 못하도록 원천봉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산은행 노조는 당국의 신속한 조사를 요구한 상태다. 노조는 성명에서 "책임경영을 추구해야 할 금융지주의 경영진이 계열사를 동원해 가족의 이익을 위한 부당한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며 "위법 행위 여부에 대한 금융당국의 철저한 수사가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DGB금융은 김태오 회장과 경영진의 뇌물 혐의로 법원 재판을 앞두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해 12월 김 회장과 은행 글로벌본부장(상무) A씨, 글로벌사업부장 B씨, 캄보디아 현지법인 DGB 특수은행(SB)의 부행장 C씨 등 대구은행 임직원 4명을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이들은 대구은행이 2020년 4~10월 캄보디아 현지법인 특수은행이 상업은행 인가를 받기 위해 현지 금융당국 등에 로비할 목적으로 뇌물을 건넨 혐의(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 위반)를 받고 있다. 대구은행은 현지 브로커에게 350만달러(한화 약 41억원 상당)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당시 대구은행장을 맡고 있었다. 지난해 말 기소돼 4차례 공판까지 약 1년간 재판을 받고 있다. 다음달 30일 다음 공판이 예정돼 있다.
이들 지주사의 CEO 리스크는 이번만이 아니다. 김지완 회장은 전임 성세환 전 회장이 주가조작 혐의로 자리에서 물러난 후 외부 출신 인사로 선출됐다. 김태오 회장은 박인규 전 DGB금융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2018년 채용비리 혐의로 물러나게 됨에 따라 바통을 이어받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ESG경영을 외치며 투명경영을 주장하지만, CEO리스크로 인해 불명예 퇴진이 우려된다"며 "지방금융권의 지배구조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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