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의 숙청과 관련해서는 김정은 체제에 발탁된 군 수뇌 처벌이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현영철이 김정은 체제에 첫 숙청 대상자인 리영호 전 총참모장과 함께 군부파로 분류되던 인물이었던 점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군 수뇌부와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현영철은 8군단장만 8년간 할 정도로 주로 야전 사령관으로 활동해오다가 리영호가 숙청된 직후인 2012년 7월 그 후임으로 승진했다. 이후 다시 전방 5군단장으로 한 차례 좌천됐으나 2014년 6월 전격 무력부장으로 발탁됐다.
집권 4년차를 맞는 김정은이 그동안 간부급만 총 70여명을 총살했고, 이 중 최고위급은 리영호 전 총참모장과 고모부인 장성택 중앙당 행정부장이다.
물론 리영호에 대한 처형 정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김정은 체제 들어 소위 ‘군부파’로 알려진 인물들이 차례로 숙청되고 있는 것은 명확해보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선군정치를 표방하고, 군 총정치국이 사실상 군을 통제해오면서 그동안 북한 군부파들의 반발이 있었다는 전언이 있다.
북한 내부에 정통한 소식통은 “최근 북한 매체가 사망 보도를 낸 김격식 전 인민무력부장을 비롯해 리영호, 현영철, 변인선 총참모부 작전국장 등이 군부파로 분류되던 인물들로 모두 권력에서 멀어졌다”고 전했다.
변인선 역시 지난 1월 숙청된 것으로 이번에 정보당국이 확인했다. 결국 김정일 시절 무력부장이던 김일철을 위시해 김격식, 현영철을 잇는 역대 인민무력부장이 모두 제거된 셈이다.
김격식은 자연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군 간부가 사망했는데도 이례적으로 장의위원회도 구성되지 않고 언론보도도 대폭 축소돼 의구심을 낳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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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달 30일 '불경죄'로 숙청한 현영철 전 인민무력부장(왼쪽)이 같은 달 24∼25일 김 제1위원장이 주재한 조선인민군 제5차 훈련일꾼대회에서 조는 듯한 모습이 포착돼 눈길을 끈다. 2013년 12월 12일에도 설렁설렁 박수쳤다는 이유로 김 제1위원장의 고모부이자 그의 '후견인'으로 알려진 장성택을 처형했었다. 오른쪽 사진은 북한이 공개한 포승줄에 묶인 처형직전의 장성택./사진=연합뉴스 |
이번에 현영철의 숙청과 관련해서는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김정은의 잦은 군부대 시찰로 인해 불만이 터져나온 것이 화근이 됐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김정은이 군부대 시찰을 자주 하면서 부대 병사들과 초급 지휘관들이 군 수뇌부의 명령을 듣지 않는 등 오히려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군부파들은 김정일의 선군정치로 군인들이 군사훈련 대신 건설 현장에 투입되는 것에 불만이 컸다”며 “현영철은 특히 현재 200만 군력을 70만으로 축소해 잘 먹여서 정예부대로 만들 것을 주장해왔다”고 전했다.
앞서 한 북한 전문가가 ‘미디어펜’에 밝힌 대로 현영철이 무력부장으로 모스크바를 방문해 러시아 국방장관과 면담한 사실이 있는 만큼 러시아로부터 최신형 무기를 도입하려던 계획이 무산된 책임을 물었을 가능성도 높다.
이 전문가는 “모스크바에서 지난 9일 열린 2차 세계대전 승리 70주년 전승행사가 끝난 이후 북러 간 추진되던 사업을 결산하는 총화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고, 이때 현영철의 숙청이 결정됐을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이 진행해온 사업을 반성하는 총화에서 현영철이 러시아 국방장관과의 면담 내용을 에둘러 표현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전했거나 무기도입 불발에 대한 책임을 묻는 말에 자기 식의 반론을 명확히 했다면 불경·불충이 된다.”
현재 군 수뇌부의 반발을 반영하듯 김정은은 2013년 6월 ‘유일영도체계 10대 원칙’을 개정했다. 이 원칙에 포함된 ‘김정은 권위훼손(3조)’, ‘당 방침·지시 집행 태만(5조)’, ‘동상이몽·양봉음위(6조)’ 혐의로 장성택이 처형됐고, 이번에 현영철도 같은 혐의를 받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결국 김정은은 아직까지도 군 수뇌부의 지지를 받지 못하자 이들을 차례로 숙청하거나 처형하는 ‘공포정치’를 구사하고 있으며, 공포정치가 가속화할수록 역풍을 맞을 우려도 커질 것은 분명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