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정부가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론화에 시동을 걸고, 연말 유엔총회에 상정될 북한인권결의안도 공동제안할 전망이다.
정부는 연말 유엔총회에 상정될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4년 만에 다시 참여하기로 하고 유럽연합(EU)이 주도하는 국제 협의에 동참하고 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정부는 유엔총회에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북한인권결의안 협의에 적극 동참하고 있고,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하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지난 문재인정부가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2019년 이후 공동제안국 명단에서 빠졌던 것과 달리 윤석열정부는 북한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국제사회 기류에 적극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임 대변인은 이 같은 정부 방침의 배경에 대해선 “인권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서 존중돼야 하고 북한인권 문제 역시 보편적 인권의 문제로서 원칙에 기반한 일관된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가치외교로서 인권, 평화, 자유, 번영 등 글로벌 보편 원칙을 추구하는 우리정부의 기조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북한인권 문제를 유보했던 문재인정부의 판단에서 달라진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정부는 이미 담대한 구상을 발표하고 북한과 언제든지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고 말했다.
|
|
|
▲ 북한 노동신문이 24일 지난 70여년 동안 김일성광장에서 있었던 열병식과 당 창건기념일 등 경축행사를 조명하는 내용을 보도했다. 2022.9.24./사진=뉴스1 |
2005년부터 매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돼 온 북한인권결의안은 즉결심판 등 북한의 인권침해 상황을 규탄하고 개선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매년 EU가 만든 초안을 주요국이 회람한 이후 문안을 협의하고, 유엔총회 산하 제3위원회를 거쳐 연말 유엔총회에서 채택하는 절차를 밟는다.
한국은 2008년부터 2018년까지 결의안의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으나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불참한 바 있다. 하지만 윤석열정부 들어 지난 7월 5년간 공석이던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에 이신화 고려대 교수를 임명하고, 답보 상태이던 북한인권재단 설립을 국회에 촉구하는 등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이와 함께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는 20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토의에서 처음으로 탈북여성들의 인권 문제를 제기했다. 안보리 비공개 토의에서 이 문제가 제기된 바 있지만 공개 토의에서 언급된 것은 처음이다.
황 대사는 “탈북여성들이 북한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감금과 인신매매, 송환과 고문 및 처벌 등 잔인한 위험을 수년간 견딘 후에야 한국에 도착한다는 것은 끔찍하고 가슴아픈 일”이라면서 “북한 주변국들에게 탈북민들에게도 ‘농 르풀망’(non-refoulement·송환 금지) 원칙이 동등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 인권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신호”라며 반겼다고 미국의소리 방송이 21일 전했다. 로버트 킹 전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전날 이 방송에 윤석열정부의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협의 동참 및 공동제안국 참여 긍정 검토에 대해 “매우 반가운 신호”라고 했다.
또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기념하는 부시연구소의 북한 출신 조셉 김 연구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한국정부가 북한의 지속적인 인권침해를 규탄하는 유엔 결의안을 공동 후원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은 유익하다”면서 “하지만 긍정적 검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한국정부는 이를 따라가는게 아니라 그런 노력을 주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