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글로벌 100대 반도체 기업 조사 결과 한국은 3개뿐
투자·R&D 활성화 위한 세부담 완화 등 경쟁력 강화 방안 필요
[미디어펜=조한진 기자]‘반도체 코리아’의 수익성이 ‘칩4’(한국·미국·일본·대만 4자 간의 반도체 공급망 관련 협의체)가운데 유일하게 하락세인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시총 100대 반도체 기업에 한국은 3곳만 이름을 올린 가운데 투자·연구개발(R&D) 활성화를 위한 세부담 완화 등 경쟁력 강화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올해 1월~9월 평균 시가총액 기준 상위 100대 반도체 기업의 경영지표를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100대 기업 중 칩4에 속한 기업은 총 48개사로 조사됐다.

이 중 한국 기업은 3개(삼성전자, SK하이닉스, SK스퀘어)로 미국(28개사), 대만(10개사), 일본(7개사)에 크게 뒤처졌다.

   
▲ 반도체 생산라인 클린룸/사진=삼성전자 제공

2018~2022년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글로벌 시총 순위는 전부 떨어졌다. 시총은 기업 성장성, 경쟁력의 종합지표인데, 2018년 이후 삼성전자 2계단, SK하이닉스 4계단씩 하락했다.

2018년 글로벌 반도체 시총 1위였던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TSMC(대만), 팹리스 엔비디아(미국)에 자리를 내주며 3위로 밀렸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10위였지만 19위였던 팹리스 AMD(미국) 등에 추월당해 14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매출액 순이익률은 2018년 16.3%에서 2021년 14.4%로 수익성이 1.9%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비해 2018∼2021년 경쟁국들의 수익성은 미국 3.9%포인트, 일본 2.0%포인트, 대만 1.1%포인트씩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경련은 반도체가 한국 수출의 5분의 1(2021년 19.9%)을 차지하는 대표산업이지만, 글로벌 동종업계에서 시총 순위에서 밀리고 수익성도 저하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의 ‘영업현금흐름 대비 설비투자’는 2021년 63.1%로 칩4 중 최고로 나타났다. 전경련은 한국, 대만처럼 반도체 생산에 강점을 가진 부문은 매년 대규모, 최신 설비투자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생산단가를 낮추는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한국기업들은 매년 수십조원을 설비투자에 쏟아 붓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매출액 대비 R&D투자’는 2021년 8.3%로 칩4 중 가장 낮았다. 전경련은 R&D투자 비율은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에서 높고 한국·대만의 메모리·파운드리처럼 생산공정이 중요하면 낮은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한국기업들은 D램·낸드 등 기존사업 기술개발 및 AI, 차세대 메모리 등 미래기술 확보를 위해 R&D투자(2018∼2021 1.2%p↑)에 집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법인세 부담률은 2021년 26.9%로 칩4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13.0%), 대만(12.1%)의 2배 수준이다.

한국의 법인세 부담률은 2018년 25.5%로 4개국 중 최고였는데 3년 새 1.4%포인트 증가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법인세율 인하, 투자촉진책 등 감세 정책을 펼친 결과 법인세 부담률이 2018∼2021년 3.4%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의 법인세 부담률은 4개국 중 4년 연속 최저로 조세환경이 가장 유리한 것으로 분석됐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주요국은 반도체 산업 패권 장악을 위해 국가차원에서 투자유치와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반도체 산업 우위를 유지하려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미국처럼 25%로 높이는 등 공세적인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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