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강원도 레고랜드에서 시작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의 추이가 심상치 않다. 정부는 회사채와 단기 자금시장의 자금경색 해소를 위해 50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부랴부랴 결정했으나, 만시지탄이라는 지적이 함께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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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와 한국은행은 지난 23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 주재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해 ‘50조원+α’ 규모의 시장안정 조치를 발표했다. 사진은 추 부총리가 지난 5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김상문 기자 |
24일 정부와 은행권에 따르면, 정부와 한국은행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은행회관에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해 ‘50조원+α’ 규모의 시장안정 조치를 발표했다. 회의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이창용 한은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등이 참석했다.
회의에 참석한 이들의 면면은 한국경제의 수맥을 담당하고 있는 최고위급의 집합이다. 이번 사안에 대한 무게감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정부와 금융당국의 대응 속도가 너무 늦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상황은 이미 매우 심각해져 있다. 지난달 강원도가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을 위해 발행한 2050억원 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ABCP에 대한 지급보증 철회 의사를 밝힌 이후 채권시장이 빠르게 경색됐기 때문이다. 최고 신용등급(AAA) 채권의 미매각이 속출하고 단기기업어음(CP) 금리가 급등하는 등 채권시장의 혼란이 만만치 않다.
정부는 채권시장 유동성 공급에 초점을 맞춰 대응에 나섰다. 이날 발표된 대응책의 내용을 보면, 총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조성해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오늘인 24일부터 채안펀드 가용재원 1조6000억원을 활용해 회사채와 CP 매입을 재개하고, 매입 대상에는 시공사가 보증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ABCP를 포함한다. 나머지 채안펀드 재원은 각 금융기관에 자금요청(캐피털콜)을 해 증액한다.
산업은행·기업은행·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의 회사채와 CP 매입 규모는 기존 8조원에서 16조원으로 2배 확대한다. 증권사 등 금융회사가 발행한 CP도 매입 대상에 포함하며, 한국증권금융 재원을 통해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증권사에 3조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도 하기로 했다. 덧붙여 추 부총리는 강원도의 ‘지급보증 거부 사태’ 등에 대해서는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레고랜드에서 시작된 자금경색이 정부의 대규모 자금 투입으로 이어진 배경에는 채권시장의 현재 위기가 건설사‧증권사‧은행 등으로 연결된 ‘머니체인’을 건드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감지되기 때문이다.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증권사와 건설사가 보증을 선 PF ABCP와 PF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규모는 32조3908억원에 달한다. 이 물량이 시장에서 소화되지 않으면 보증을 선 건설사와 증권사 등이 이를 떠안게 된다.
안 그래도 환율 급등을 비롯해 경제 전반의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뜻하지 않은 요소로 경제위기가 촉발될 수 있다는 경계감이 확산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3년물 기준으로 국채와 회사채(AA-)의 금리 차이(스프레드)가 지난 21일 1.3%포인트까지 벌어졌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위기이던 지난 2009년 9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의 국가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역시 지난 21일 0.62%포인트(62bp)로 연초 대비 2배 폭등했다.
자금의 ‘맥’이 촘촘하게 연계된 현재 상황에서 정부가 너무 늦은 수습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서로 다른 사인을 내면서 시장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다”며 “투자심리 급랭으로 건설사‧증권사‧은행들이 모두 연쇄위기를 겪을 수 있는 만큼 보다 빠르게 대책을 내놓아 시장의 동요에 선제 대처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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