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분 침범 상선 퇴각 이후 1시간 뒤 방사포 사격, 계획된 도발
4차례 ‘서해 사태’ 있을 만큼 불만 NLL 무력화 시도 이어질 수도
총참모부 발표 ‘南확성기 도발’ 주장 속내 주목…합참 “운용 안해”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24일 새벽 서해 북방한계선(NLL) 북방 해상완충구역 안에 10발의 방사포 사격을 감행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한 중국 당대회가 끝나자마자 무력도발에 나선 것으로, 앞서 북한 상선 1척(무포호·5000톤급)이 NLL을 침범했다가 우리군의 경고통신 및 경고사격을 받고 돌아갔으며, 이후 1시간이 지나 북한이 방사포 사격을 감행해 계획된 도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 상선 1척은 이날 새벽 3시 40분쯤 NLL을 넘어와서 우리군의 경고에도 40여분간 머물렀다. 우리군이 20여차례 경고통신하고, 2차례에 걸쳐 각각 10발씩 기관총으로 경고사격을 하면서 공군전투기를 띄우자 그제서야 북한 상선은 새벽 4시 20분쯤 이북으로 올라갔다. 이후 북측은 1시간여가 지난 이날 오전 5시 14분경 북한 황해남도 장산곶 일대에서 서해 NLL 북방 해상완충구역 안에 10발의 방사포를 쏜 것이다.
  
또한 북한은 이날 오전 일찍 총참모부 대변인 명의 발표문을 내고 우리군의 북한 상선에 대한 경고사격을 ‘구실’이라고 밝히면서 오히려 남한측이 도발했다며 경고했다.

총참모부 대변인은 “24일 새벽 3시 50분경 남한 2함대 소속 호위함이 불명 선박단속을 구실로 백령도 서북쪽 20㎞ 해상에서 아군 해상군사분계선을 2.5~5㎞ 침범해 해상사격을 하는 해상적정이 벌어졌다”면서 “최근에 지상전선에서 포사격 도발과 확성기 도발에 이어 해상침범 도발까지 감행하고 있는 적들에게 다시 한 번 엄중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이번 도발에 대해 전문가들은 서해 해상경계선을 둘러싼 남북 간 논쟁이 재부상할 가능성을 예측했다. 북한 상선이 북한 당국의 승인없이 NLL을 침범했을 리가 없고, 북한은 위기고조 때마다 서해 북방한계선에서 갈등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현 서해 북방한계선은 1953년 8월 30일 유엔사가 설정한 것으로 북한도 전혀 이의를 제기하지 않다가 1973년 ‘서해 사태’ 이후 종종 ‘NLL 무력화’를 꾀해왔다. 

북한은 1973년 12월 열린 군사정전위원회에서 휴전협정 2조 13항목을 들어 황해도·경기도 도계선의 종점을 서쪽으로 연장한 직선이 남북 해상경계선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북한은 1999년 9월 등산곶-굴업도, 옹도-서격렬비열도의 등거리선인 ‘서해 해상군사분계선’과 2000년 3월 ‘서해 5도 통항질서’를 선포해 더 넓은 범위의 관할수역을 주장했다.

   
▲ 북한의 서해 NLL 포사격 이후 하루가 지난 1일 연평도 포구 앞에서 우리 군함 1척이 정박해 있다. 2014.4.1./사진=연합뉴스

북한의 NLL 부정은 1999년 1차 연평해전, 2002년 6월 2차 연평해전, 2009년 11월 대청해전, 2010년 연평도 포격전의 원인이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에서 공동어로수역 지정 및 평화수역 조성에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같은 해 열린 11월 국방장관회담과 12월 장성급회담에서 합의하지 못했다. 이후 2018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1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서해 평화수역 조성을 논의했으며,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 9.19 군사합의를 채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은 전술핵무기 운용에 대한 자신감을 배경으로 향후 그들에게 불리하게 그어진 NLL을 무력화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가 최악이고, 미중 전략경쟁 심화로 미중 협력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은 현 시점을 절호의 기회로 인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1953년 NLL 설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던 북한은 1994년 11월 이후 발효된 신해양법 제3조가 영해 폭을 과거 3해리에서 12해리 이내로 확대하자 북한이 1999년 9월 2일 개정된 국제해양법을 토대로 그들에게 유리하게 일방적으로 해상분계선을 선포했으며, 이후 서해상에서 3차례의 교전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우리군의 북한 상선 퇴거 조치 이후 1시간여가 지나 북한의 방사포 사격이 있었으니 북한의 대응은 우리측 대비태세를 떠보고 군사 대응을 하기 위한 의도성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이어 “최근 북한의 해상 및 육상, 공중에서의 맞대응식 군사도발이 9.19 군사합의 이행을 강조하려는 것인지, 파기할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면서 “하지만 그동안 서해상 남북 간 충돌은 우발적 상황에서 벌어졌던 사실을 상기할 때 우려스럽다. 9.19 군사합의 이행을 위한 남북 군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하고 운용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북한은 이날 총참모부 대변인 발표를 통해 남측에서 확성기 도발을 했다고 주장했으나 합동참모본부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혀 북한의 속내가 주목된다. 합참 관계자는 “최근 중부전선에서 응급환자 이송을 위해 헬기가 민통선 지역에 진입한 적이 있다. 이를 사전에 알리기 위해 GP에 설치된 대북경고장비로 통보한 적은 있지만 확성기를 운용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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