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적격담보증권에 은행채·공공기관채 포함 여부 논의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강원도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로 단기 금융시장에 자금경색 우려가 확대되면서 다음달 추가 기준금리 인상 폭을 둘러싼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고물가와 환율상승 압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면 긴축 강화 행보를 지속해야 하지만, 레고랜드 디폴트 사태로 기업들의 돈줄이 마른 상황에서 큰 폭의 금리인상이 자칫 자금경색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8월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다음달 24일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에선 당초 한은이 마지막 금통위에서 현재 연 3.0% 수준인 기준금리를 3.5%로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잡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11월과 12월 두 차례 남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일제히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한미 금리 격차에 대응하기 위해 한은이 빅스텝(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을 밟을 것으로 관측해 왔다.

금리 역전의 폭이 커질수록 외국인의 자본이 대거 유출될 가능성이 커지며, 원화 가치(원·달러 환율 상승)도 우려도 커진다. 원화 가치 하락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현재 미국의 정책금리는 3.00~3.25% 수준으로 연준이 내달 자이언트스텝에 나서면 한국과의 금리 격차는(금리 상단 기준) 1%포인트까지 벌어진다.

여기다 여전히 꺾이지 않는 물가 오름세도 부담이다. 한은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5%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며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경기가 다소 꺾이더라도 일단 고물가부터 잡는 것이 시급하다고 한은은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연준이 다음달까지는 큰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한 후 12월에는 빅스텝으로 기준금리 인상 폭을 늦출 수 있다는 속도 조절론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 레고랜드발(發) 자금시장 경색 우려가 커지면서 한은의 추가 금리인상 폭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은이 다음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후 내년 초 0.25%포인트 인상으로 최종금리가 연 3.5%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 23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의 자금시장 안정방안에 대해 "신용 경계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추진되는 미시적 조치"라며 "통화정책 운영에 대한 전제조건이 바뀌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부와 한은은 이날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레고랜드발 자금경색 우려에 따른 50조+α 규모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한편 한은은 오는 2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은 대출의 적격담보대출 대상에 공공기관채와 은행채 등을 추가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현재 적격담보증권에는 국채, 통화안정증권, 정부보증채 등 국공채만 담보로 하고 있다. 앞서 한은은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 당시 은행채를 적격담보증권으로 인정했다가 지난해 3월 한시적 조치를 종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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