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배 의원 "국토부가 항공사들에 입도선매 강요"
한국항공대·한서대, 대한항공·아시아나와 협약 체결
상당수 대학 운항학과들, 국토부·공항공사 시설 활용
인프라 투자·확보 소극적…사업용 면장 취득 압박도
[미디어펜=박규빈 기자]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특정 대학 출신 조종사 선(先) 선발·후(後) 교육 제도에 대한 질의가 나오자 현실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학별 비행 교육의 질이 다르며, 시장 논리에 따라 항공사들이 채용을 진행하는 것인 만큼 관계 기관이 강제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는 업계 내 입장이 있다. 또 교육 기관별 쿼터제에 기댈 게 아니라 비행 안전에 입각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 조종 실습 중인 한국항공대학교 울진비행교육원생./사진=한국항공대학교 비행교육원 제공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1일 국감 현장에서 민간 항공사 조종 인력 선 선발 후 교육 제도 등을 언급하며 국토부 항공정책실에 대한 감사원 특별 감사를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이 의원은 "국토부가 조종 인력 부족·비행 낭인 발생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17년 12월 취업 보장형 훈련 체계·저소득층 희망 사다리 확대·훈련 기관 안전 관리 강화 등이 담긴 '조종 인력 양성 체계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선발 인원을 확충하기 위해 항공사들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항공사가 1명당 2000만 원을 부담하게 하고, 말 잘 듣는 항공사에는 인센티브 슬롯 운수권 배분 시 우대를 하겠다는 당근을 제공했다"고 부연했다.

또한 항공사별 선 선발 제도에 따라 특정 대학 출신들이 대거 항공사 조종사 채용에 합격했다고도 했다. 2019년부터 2020년까지 523명을 선 선발했는데, 한국항공대학교 출신이 50%를 넘고, 한국항공직업전문학교(한항전)·한서대학교까지 포함하면 488명으로 93%가 넘는다는 것이다. 전체 11개 대학 중 청주대학교·중원대학교·세한대학교·가톨릭관동대학교·신라대학교·한국교통대학교 출신은 단 한 명도 없다는 말도 이어졌다.

청주대학교 비행교육원 등이 주축인 대학비행교육협의회(비교협)도 국토부가 사실상 입도선매를 강요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반박이 나온다. 모든 항공사 조종사 지원자들은 공개 채용 전형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다는 것이다. 서류 전형과 전문 지식·비행·영어 능력·신체 검사·면접을 실시하는데, 이는 한국항공대·한서대·한항전 출신에게도 마찬가지다.

◇선 선발 제도 만든 국토부, 항공사들에 특정 대학 출신 선발 종용?

본지 취재 결과 취업 보장형 훈련 체계는 국토부가 도입한 것이 아니고 채용 시장에서 각 항공사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해오던 제도였다. 한국항공대는 대한항공과 2003년부터, 한서대는 아시아나항공과 2010년부터 운영 협약을 체결해 해당 제도를 운영해오고 있었다.

   
▲ 대한항공 운항훈련센터에서 조종사들이 시뮬레이터 훈련을 받고 있다./사진=대한항공 공식 유튜브 채널 영상 '최고의 파일럿이 되는 길에 “대한이야기”' 캡처

한국항공대 관계자는 "조종사의 양성·교육 기관과의 연계는 전적으로 항공사가 결정하며, 대한항공 등 항공사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특정 출신의 특혜와 편중을 방지하고, 객관적인 채용 노력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항공사에 채용된 조종사 중 교육 경험이 풍부하고 우수한 자원을 배출하는 교육 기관 수료생이 많은 것은 당연하며, 취업률이 높은 학교에 우수 학생이 지원해 좋은 성과를 보이는 것을 특혜라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부연했다.

다시 말해 공정한 채용 경쟁을 거친 일인 만큼 수요와 공급의 경제 논리로 접근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 신생 항공운항학과·대학 중 상당수는 민간 항공기 운항 경력이 전무한 관리자의 채용과 자체 비행 교육 시설과 전문 인력에 대한 투자 없이 예비 조종사 학생을 모집해 비행 낭인을 양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평도 나온다.

민항기 조종사는 사업용 자격증·비행 시간 등 기본 자격 외에도 안전 운항을 위한 고도의 지식·기술·태도와 영어 능력을 필요로 하는 전문직으로 분류된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에도 조종사들은 비행 기술·지식·규정 이해·절차 준수·언어·자동화 관리·리더십·팀웍·문제 해결·의사 결정·상황 인식·정보 처리·업무 관리 능력 등이 요구된다고 명시돼 있다.

   
▲ 시뮬레이터에서 교관으로부터 교육을 받고 있는 조종사들./사진=대한항공 제공

비행 안전 문제가 발생하면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위상, 항공사에 큰 손실이 발생한다. 이 같은 이유로 항공사들은 대중교통 수단인 항공기에 의한 대참사를 방지하고자 실력 있는 우수 자원을 선별해 능력과 책임에 부합하는 고액의 연봉을 지급하는 것이다.

항공 전문가들은 "전 세계 항공기 사고의 약 80%는 인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며 "조종사는 개인 역량만으로 평가해야 항공 안전이 확보되므로 부실 조종사들을 만들어내는 교육 기관들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항공사들이 선 선발 제도를 선호하는 이유

대한항공·일본항공·유나이티드·브리티시 에어웨이즈·에어프랑스 등 국내외 항공사들은 공채 외 자체 조종사 양성을 통해서도 우수한 조종 자원 확보해 왔다. 이들은 선 선발 같은 자체 조종사 양성 과정을 선호하는 이유로 △투명한 자원 관리 △표준화된 교육 과정 △필요 교육 내용 반영 △인력 수급 안정성 등을 꼽는다.

단점으로는 자체 양성 과정을 직접 운영함에 있어 퇴교생들의 법적 소송·경영 침체 시 부담이 있다. 이 같은 이유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진에어·티웨이항공 등 국내 7개사가 비행 전문 교육기관과의 협력을 도모하는 것이다.

항공사 인사 담당자들은 이 제도를 통해 교육 과정 지원자의 기본 자질을 평가해 조종 자원을 선발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항공대 관계자는 "항공사가 요구하는 조종사는 고도의 전문성 확보를 위한 기본 능력과 자질이 필요하다"며 "선 선발 후 교육·부조종사 자격 증명(MPL, Muti-crew Pilot Licence) 등 자체 조종사를 양성해 수요-공급 체계를 안정화하고 채용 연계성을 높여 비행 낭인을 최소화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조종 훈련생들도 선 선발 제도에 긍정적인가

조종 훈련생들도 선 선발 제도를 선호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연간 1억~2억 원 수준의 비싼 교육비를 고려하면 취업 연계 과정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항공사가 인정한 기관의 검증된 교육 과정을 거치면 이후의 진로를 함께 관리할 수 있게 돼서다.

펜데믹 이전 사업용 조종사 자격 소지자는 내국인 다발기 기준 2015년 450명, 2016년 550명, 2017년 763명, 2018년 843명, 2019년 882명이 배출됐다. 하지만 항공사 채용 기준에 부합하는 조종사는 늘 부족했고, 항공사의 '조종사 빼가기' 경쟁과 자격을 소지한 '비행 낭인'은 연간 1000여 명씩 생겨나 사회 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 사업용 조종사 자격 소지자 배출 추이./사진=한국교통안전공단 내부 자료

조종 인력 부족 현상은 항공 산업의 급성장에 따라 생겨났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급증한 조종사 수요의 공급을 위해 취업 가능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함량 미달의 교육 프로그램과 인프라를 갖춘 교육 기관이 대거 생겨났다. 대학과 비행 교육 기관들은 준비 없이 학생을 모집해 학생들이 고비용을 투자하고도 필요한 기량과 지식을 갖추지 못한 채 이수 또는 졸업을 시켜 실업자를 양산했다. 비행 교육비는 등록금 외 별도로 청구돼 학생들의 경제난도 가중되는 판이다.

자격증 취득과 비행 시간 충족은 비행 교육 기관의 기본이며, 항공사는 인력 채용 시 수준 높은 지식·비행 기량·영어 능력·항공사 운항 적합성 등 여러 방면에서 검증한다. 반면, 이에 대한 세부 정보를 접하기 힘든 학생과 학부모는 본인의 자질과 교육 기관의 교수 능력을 모른 상태로 입과해 교육받는 안타까운 현실이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신생 항공운항학과들의 교육 체계 수준은?

전국 항공운항학과들은 2011년 이후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2011년 한국교통대·경운대·극동대, 2012년 청주대·초당대·군장대, 2013년 한항전, 2014년 중원대·충청대 등이다. 이들은 항공사 요구 수준에 부합하는 조종사 양성 체계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점도 문제다. 비행장·항공기 등 기본 요건도 갖추지 못해 국토부와 한국공항공사가 무안공항에 구축한 인프라를 활용하는 게 현실이다. 여전히 일부 대학들은 자체 교육 인프라 확보에 소극적이다.

이들은 입시에 있어 고등학교 내신 성적 등 일반 대학 기준을 적용할 뿐 운항 인·적성 검사·비행 적성 검사·신체 검사 등 항공사들의 요구 사항은 반영하지 않고 있다. 

   
▲ 2020년 11월 기준 조종사 양성 기관별 정원 현황./자료=국토교통부 제공

또 공군 영관 장교 출신 교수진이 '공군 조종 장학생'을 미끼로 항공운항학과를 신설하고,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민항기 경험이 없는 전투기 조종사였을 따름이다. 때문에 조종 자원 양성 전문성 확보에 의구심이 든다는 게 업계 평가다.

비교협 소속 모든 대학의 운항학과 졸업생들은 다양한 전문 교육 기관의 선 선발 과정에 지원해 항공사와의 연계성을 가지고 비행 교육을 받을 수는 있다. 일부 항공운항학과는 학생 유출 우려 등을 우려해 학생들의 선 선발 과정 지원을 제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일부 대학은 졸업 요건으로 사업용 조종사 자격증(면장)을 따오라고 하는 등 강압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도 한다.

비행 전문 교육기관 관계자들은 "이 자체로 항피아 아닌 ‘공피아‘가 문제 아니냐"며 "비행 경력 관리 시스템도 없어 항공사들의 신뢰 확보에 어려움이 따른다"고 했다.

◇신생 항공운항학과, 졸업생들의 취업 실적은?

실제 신생 운항학과의 졸업생 취업 실적도 처참하다. 비교협은 국토부 주관 선 선발 제도가 2018년에 생겼다고 하나 그 과정을 이수한 졸업생들은 2019년 이후 교육을 마쳤다. 이들 중 대다수는 코로나19 후폭풍으로 아직도 미취업 상태다. 민간 항공사들이 이들보다 전투기를 몰아본 경험이 있는 퇴역 장교들을 선호하는 경향도 한 몫 한다. 신생 운항학과에서 선 선발 수료생이 배출되기 전 항공사에 취업시킨 실적은 구체적인 데이터로 확인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선 선발 제도, 특정 대학에 대한 특혜인가?

한국항공대 부설 비행교육원이 운영하는 선 선발 제도는 대한항공 취업을 목표로 해외에 위탁하는 교육 과정인 항공사 조종사 양성 프로그램(APP, Airline Pilot Program)과정과 울진비행훈련원에서 운영하는 제주항공·진에어·티웨이·에어부산·에어서울향 과정으로 구분된다.

한국항공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대한항공 민경력 전형 합격자 231명 중 항공대 항공운항학과생은 25명으로, 전체 중 10.8%다. 나머지는 타 대학 항공운항학과생을 포함한 다양한 대학 출신들로 구성돼 있다.

   
▲ 한국항공대학교 수색비행교육원./사진=한국항공대학교 비행교육원 제공

2021년 대한항공 민경력전형에 합격한 APP 출신자의 합격자 분포를 보면 총 21명 중 한국항공대 운항학과생은 4명이며 나머지는 모두 타 대학 16명, 한국항공대 타 전공 1명으로 이뤄져 있었다.

한국항공대 항공운항학과에는 재학생들이 선택 이수할 수 있는 공군조종장학생 대상 120시간(MPC)·민항공지망자 대상 60시간(CPC) 등의 비행 교육 과정이 있지만, 항공사와 직접 연계하는 과정은 없다. 졸업생은 각자의 여건에 맞춰 비행교육원을 포함한 여러 선발 과정에 지원해 비행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한국항공대 관계자는 "모든 과정은 본교 항공운항학과 재학생이 아닌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과정"이라며 "선발은 모든 대학 졸업자와 예정자에게 일정한 기준을 동등하게 적용하고, 항공운항학과 재학생에 대한 가산점이나 우대 조건은 없다"고 못박았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