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회장 타이틀은 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끌 '뉴삼성'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이 회장은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폭하는 가운데 삼성의 '초격차' 확보는 물론, 미래 경쟁력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향후 삼성의 컨트롤 타워 부활 등 경영 시스템 정비와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이 회장이 풀어야할 과제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이사회가 2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하면서 삼성은 공식적으로 '이재용 회장' 시대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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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경기도 고양시 소재 킨텍스에서 열린 '2022년 국제기능올림픽 특별대회 고양' 폐회식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인재와 기술 중심 '초격차' 전략…조직 문화 혁신도
이 회장은 그동안 '인재'와 '기술'의 중요성을 끝없이 강조해 왔다. 지난 25일 이건희 회장 2주기 후 열린 사장단 간담회 에서도 이 회장은 "창업이래 가장 중시한 가지가 인재와 기술이다.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오고, 양성해야 한다"며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있다. 최고의 기술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들어 낸다"고 말했다.
실재 이 회장은 고 이건희 회장의 '인재경영' 철학 계승하고, 이를 더욱 발전시켜 삼성의 조직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이병철 선대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인재제일' 경영 철학을 이어받은 이재용 회장은, 평소 '임직원과 회사가 함께 성장하는 조직'을 만드는 데 큰 관심을 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이 회장은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지속 성장하며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초격차 기술력' 확보를 강조해 왔다. 앞으로도 이 같은 경영 철학을 중심으로 삼성의 미래 전략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지난 8월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해 "차세대뿐만 아니라 차/차세대 제품에 대한 과감한 R&D 투자가 없었다면 오늘의 삼성 반도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당부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조직문화 혁신'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조직의 활력과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직급 통폐합 등을 통한 수평적 조직문화 확산 △직급별 체류 연한 폐지를 통한 조기 승진 기회 및 과감한 발탁 승진 확대 △평가제도 개선 등을 골자로 하는 인사제도를 시행하고 있음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새로운 인사제도 개편은 이재용 회장이 이끄는 '뉴삼성' 비전을 구체화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며 "회사와 직원들이 함께 성장하는 '미래지향적 조직문화'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 회장은 미래지향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 직원들과의 직접 소통도 확대하고 있다. 또 벌 ICT 기업 경영진들과의 미팅 시에도 일하는 문화와 조직문화 발전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교환해 왔다. 이 회장은 지난해 미국 출장 중에도 구글, 아마존, MS 등 '혁신'을 통해 글로벌 리더로 올라선 기업들의 경영진과 만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육성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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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가운데)이 지난 6월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ASML CEO(왼쪽), 마틴 반 덴 브링크 ASML CTO와 촬영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
'뉴삼성' 경영 시스템 변화‥지배구조 개편은
이 회장이 취임하면서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에도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017년 2월 그룹의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을 폐지한 삼성은 현재 사업지원(삼성전자)·금융경쟁력제고(삼성생명)·EPC(설계·조달·시공) 경쟁력 강화(삼성물산) 등 사업 부문별로 3개의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 이다.
그러나 이 같은 시스템으로는 그룹의 미래 비전을 구체화 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룹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시스템 부재로 그동안 발생한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삼성 안팎에서는 미전실 부활, 삼성물산 중심의 지주회사 전환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룹 컨트롤타워가 부활할 경우 '과거로 회귀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어 삼성은 신중하게 경영 시스템 통합 작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삼성의 지배구조가 어떻게 변화할지도 관심이다. 2년 전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생명 3개사는 보스턴컨설팅그룹에 지배구조에 대한 용역을 의뢰했다. 최종 보고서는 아직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의 지배구조는 이 회장 등 오너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진다.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인 이 회장(17.97%)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삼성물산 지분 31.31%를 보유 중이고, 이 지분을 통해 삼성생명, 삼성전자를 간접 지배하는 형태다.
재계 등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이 회장의 지분이 1.63%인 상황에서 탄탄한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는 거버넌스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에서는 야당이 추진하는 보험업법 개정안도 삼성 지배구조의 변수로 지목된다. 이 법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총자산의 3%만 보유할 수 있어 20조원 이상의 나머지 지분은 모두 매각해야 한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보험업법 개정, 금산분리 완화 등의 움직임과 맞물려 삼성물산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에 대한 가능성이 나오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시나리오"라며 "지배 구조 관점에서 삼성이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현재의 그룹 지배 구조를 유지하면서, 이사회 구성과 관련해서는 외부 조력을 통해 최대주주 일가의 지배력을 유지하는 방향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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