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카카오T택시를 비롯한 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이 발생한 것을 계기로 데이터 이중화 문제를 넘어 카카오와 경쟁 가능한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택시호출 플랫폼 다양화를 위해 규제샌드박스를 비롯한 정책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플랫폼 업체가 적지는 않지만, 카카오T택시 비중이 90%에 달하는 상황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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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광화문을 운행 중인 카카오택시/사진=미디어펜 |
국토부는 타다·우티를 비롯한 타입1 플랫폼 택시 규제 완화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택시 면허 없이 렌터카를 빌려 운행하는 방식으로, 사회적 기여금으로 납부하는 매출 비중(5%)도 낮추는 등의 조치가 이뤄질 전망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최근 열린 국정감사에서 "시장 자율을 존중하나, 독·과점이 지속되면 소비자 편익이 저해될 뿐 아니라 창의력·경쟁력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면서 "택시 운송 플랫폼 시장 독·과점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협의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원 장관은 "독점 관련법 위반 사항이 없더라도 경쟁 촉진 및 이용자 후생 증대를 위해 공정위와 논의하고, 이와 관련해 (연말까지) 보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언했다.
업계는 앞서 KB금융이 티맵모빌리티에 2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힌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국내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에 대한 대형 금융사의 첫번째 대규모 투자로, 양사는 중고차·주차·발렛 등의 분야에서 금융과 모빌리티를 아우르는 서비스를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티맵모빌리티는 '한국산업 고객만족도 조사(KCSI)'에서 5년 연속 내비게이션 부문 1위에 오르고, 일일 사용자가 500만 명에 달하는 국내 2위 업체로, 2025년까지 기업가치를 4조5000억 원까지 높인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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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나기프트 플랫폼 모바일·웹 화면/사진=윈큐브마케팅 제공 |
빅데이터 분석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일일 카카오톡 활성 이용자가 3905만 명으로, 화재 전날 대비 207만 명 감소하는 등 메신저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같은 기간 라인은 43만 명에서 128만 명, 텔레그램도 106만 명에서 128만 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화재 복구가 이뤄진 뒤 카카오톡 사용자가 4000만 명을 다시 돌파하고, 다른 메신저들에서는 감소세가 나타나는 등 일명 '탈카카오' 현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톡에서 보기 어려운 이모티콘 등에 힘입어 관심을 받았으나, 동일한 플랫폼을 사용해야 소통이 가능한 메신저의 특성상 카카오톡 집중도를 낮추기 어려웠던 셈이다.
다만, 재미한인을 겨냥한 서비스 등 특수한 시장을 공략하는 플랫폼은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이 중 '마리나기프트'는 미국에서 한국으로 치킨·커피·백화점 상품권을 비롯한 모바일쿠폰을 발송할 수 있는 것으로, 미국 달러 결제 시스템도 탑재했다. MMS를 통해 주문 1건당 최대 10명에게 선물을 보낼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T택시 '먹통'에 따른 피해 보상이 기사들의 니즈를 충족하지 못하면 이같은 현상이 확산될 수 있다"면서 "소비자들이 대체 플랫폼을 찾는 등 독점에 따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시장의 움직임은 업계 전반에 걸쳐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정부차원의 규제 보다 부작용도 적게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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