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다빈 기자]최근 금리 인상의 여파로 집값 하락세가 지속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으로 시장 경착륙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과감한 부동산 규제완화에 나섰다.
하지만 소득수준별 대출규제인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돼 있고 대출금리도 이미 많이 오른 상태라 이번 규제 완화 방안이 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
|
▲ 정부가 '부동산 대출규제 단계적 정상화 방안'을 통해 무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을 50%로 완화하는 등 부동산 금융규제 완화 방안을 내놓았다.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7일 열린 대통령 주재 '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부동산 대출규제 단계적 정상화 방안'을 보고했다.
이번 부동산 대출규제 정상화 방안을 통해 무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50%로 완화된다. 투기·투기과열지구 내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도 허용된다. 현행 무주택자와 1주택자는 비규제지역의 경우 LTV가 70%, 규제 지역은 20~50%가 적용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부터 생애 최초 주택 구입 가구에 적용되는 LTV 상한을 80%로 완화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최근 부동산 시장 연착륙에 대해 우려가 많고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서라도 중요한 이슈인데 그동안 사실 규제가 강했다"며 "최근 금리도 오르고 정책 요건이 변해서 과감하게 하나 풀겠다"면서 "무주택자나 1주택자에게는 투기 지역에도 LTV를 50%까지 허용하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목표로 15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도 주택담보대출도 허용된다. 15억원 초과 대출 규제는 헌법재판소에 위헌확인 소송이 제기될 정도로 논란이 됐지만 정부는 당초 대출 한도 확대가 자칫 가계부채 부담을 가중하고 부동산 시장을 다시 자극할지 모른다는 인식에서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 금리 인상 여파가 지속되고 부동산 시장 심리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냉각되자 이번 조치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금리 상승기에 대출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마련된 안심전환대출 지원 자격도 완화된다. 김 위원장은 "주택 가격을 4억원에서 6억원으로, 부부 합산 소득은 7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대출 한도를 2억5000만원에서 3억6000만원으로 확대해 주거 관련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 실수요자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분양가 12억원 이하 아파트에 대한 중도금 대출도 허용된다. 정부는 앞서 분양시장 과열을 잠재우기 위해 2016년 8월부터 분양가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중도금 대출 보증을 제한해왔고 분양가 9억원이 넘으면 분양가의 70%가량을 차지하는 계약금·중도금을 대출 없이 자력으로 부담해야 했다. 그러나 최근 분양가가 가파르게 오르며 대출 규제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는 중도금 대출 보증을 분양가 12억원 이하 주택까지 받을 수 있도록 확대하기로 했다.
투기과열지구(39곳)와 조정대상지역(60곳)도 다음 달 중으로 해제가 추진된다. 정부는 지난 9월에도 조정대상지역 101곳 중 41곳, 투기과열지구 43곳 중 4곳을 해제했는데 한 달 만에 다시 추가 해제 검토에 나서는 것이다. 이에 최근 집값 하락폭이 가파른 지역 중 당시 해제 대상에서 제외된 경기지역 일부가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등의 규제에서 해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함께 투기과열지구 내 청약당첨자의 기존주택 처분 기한도 2년으로 연장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레고랜드 건' 등으로 부동산PF가 더욱 가시화되면서 시장의 경착륙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부동산 규제 정상화의 시기가 조금 늦었다는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규제완화의 내용이 비중있게 다뤄진다는 정부의 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며 "일부 파격적인 내용이 있어 향후 추가 조치가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침체한 주택 거래 시장을 정상화하고 실수요자의 자금 마련을 돕기 위해 부동산 금융규제를 완화에 본격적으로 나선 상황이지만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규제 완화 방안들이 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DSR 규제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지난 7월부터 총 대출액이 1억원을 넘으면 은행권 기준으로 DSR가 40% 제한을 받고 있다. DSR은 총소득에서 전체 대출의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총소득의 40%를 넘을 수 없다.
이 연구위원은 "기존에도 대출이 나오고 LTV 40%가 적용되든 금액대 주택들의 거래를 촉진시키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라며 "50%라는 수준도 대출을 실시한 금융기관의 입장에서는 위험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DSR 규제가 여전하기 때문에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지는 확신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장 거래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 주요 지역에서는 신규 아파트 분양가도 오르고 있다"라며 "청약당첨자 기존주택 처분기한 연장과 중도급 대출 보증 확대 관련 내용은 집값 하락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청약 당첨자들의 기존 주택 처분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한 내용이지만 기존 주택의 매매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다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