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상진 기자] 소송액만 5조원대에 이르는 론스타와 한국정부의 투자자·국가간 소송(ISD)이 1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시작됐다.

이날 워싱턴DC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서 열린 첫 심리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소송액 5조 원대에 이르는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한국 정부간 투자자·국가간 소송(ISD) 심리가 15일(현지시간) 시작됐다. 이날 미 워싱턴 D.C에 있는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서 열린 첫 심리는 양측 당사자와 법률 대리인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진행됐다.

1차 심리는 24일까지 진행되고, 다음달 29일부터 10일간 2차 심리가 열린다. 1차심리에는 론스타와 외환은행 매각과정에 관여한 김석동·전광우 전 금융위원장 등이 증인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악의 경우 한국 정부는 론스타에 최대 5조원을 물어줘야 할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 론스타는 2011년 11월 정부가 HSBC에 대한 외환은행 매각 승인 지연과 불합리한 과세로 46억8000만 달러(약 5조10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 외환은행 본점 / 사진=외환은행

소송 쟁점은 크게 3가지다. 론스타가 HSBC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려다 무산된 것이 한국정부의 승인 지연으로 인한 것인지, 론스타에 대한 8000억원대 세금 부과 적절성 여부, 론스타가 한국·벨기에 투자협정의 적용 대상이 되는지 여부다.

론스타는 2003년 10월 외환은행 지분 51%를 1조3834억원에 매입해 2012년 1월 하나금융에 3조9571억원에 팔았다. 론스타는 앞서 2007년 9월 HSBC에 외환은행을 5조9376억원에 팔기로 했었으나 무산된 바 있다. 론스타는 이를 두고 한국 정부가 매각을 지연시키는 바람에 2조원의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8000억원대의 세금 부과도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론스타는 ‘한국·벨기에 투자보장협정(BIT)’에 상대국에 투자할 경우 세금을 면제해 준다는 조건을 이용해 벨기에 현지에 자회사인 스타홀딩스를 세우고 2001년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를 인수했다. 이후 외환은행과 극동건설, 동양증권 빌딩도 구입했다 되팔아 4조6000억원의 이익을 냈다. 이 과정에서 국세청이 부과한 8000억원의 세금은 협정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한국정부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HSBC에 매각하려던 당시 ‘외환은행 헐값매각 소송,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의 사법절차’가 진행 중이었으므로 매각을 승인할 수 없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론스타 벨기에 법인은 실체 없는 페이퍼 컴퍼니로, 의사결정 및 이익은 모회사인 론스타에게 돌아갔기에 정당한 과세였다는 입장이다.

론스타의 자격논란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인수할 자격이 없는 산업자본이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은 당시 금융감독위원회가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위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론스타 자료에 의존해 LSF-KEB 홀딩스가 산업자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가 이후 적격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으므로 투자협정 보호 대상 자체가 아니라고 분석했다.

이 논리에 따르면 론스타가 내세운 한·벨기에 투자협정 중 ‘투자를 자국의 법령에 따라 허용한다’는 적법성조항에 위배된다고 볼 수 있다. 당시 은행법은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가 아닌 법인이 적격성을 갖추면 정부 승인을 얻어 은행 발행주식 총수의 10%이상을 취득할 수 있도록 규정했던 바 있다.

심리에 앞서 정부 합동대응팀 간사인 김철수 법무부 국제법무과장은 “기선을 제압하는 측면에서라도 잘하겠다. 타협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구체화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론스타 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ISD는 보통 심리부터 최종 판정까지 1년 이상이 소요된다. 합의하면 몇 달 안에도 끝날 수 있지만, 수년째 신경전을 벌여온 만큼 이번 소송전에서 서로 타협할 가능성은 적다. 치열한 공방전을 피할 수 없게 된 론스타 분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