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보험사들의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지게 됐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달 1~2일 열린 예정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지난 6·7·9월에 이어 또다시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보험사들을 둘러싼 건전성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금리상승기에는 보유 중인 채권 평가가치가 떨어져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급여력(RBC)비율이 하락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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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각사 제공 |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보험사들의 RBC비율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대부분 하락했다.
RBC비율은 보험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요청했을 때 보험사가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수치화한 것을 말한다. 가용자본(보험사의 각종 리스크에 따른 손실금액을 보전할 수 있는 자본량)을 요구자본(보험사에 내재된 각종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의 손실금액)으로 나눠 계산한다. 현행 보험업법은 RBC비율이 100% 이상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금융당국은 150%를 넘도록 권고하고 있다.
회사별로 살펴보면 NH농협생명의 올 3분기말 RBC비율은 107.28%로 전년 동기 대비 115.38%포인트 하락했다.
NH농협생명 관계자는 “금리 상승으로 인해 만기보유채권에서 평가 손실이 발생했다”며 “시장상황을 보면서 비상경영체계를 구축해 운영할 계획이며 필요 시 자본확충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DGB생명은 113.1%로 전년 동기 대비 91%포인트가 떨어졌다. 푸르덴셜생명도 250.2%로 전년 대비 105.5%포인트 낮아졌으며, 신한라이프는 266.7%로 전년 동기보다 31.65%포인트 하락했다. 한화생명 또한 157%로 직전 분기보다 10.6%포인트 하락했다.
이처럼 보험사들의 RBC비율이 악화된 것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것이다. 보험사들은 주로 국내외 장기채권에 투자하는데 금리가 상승하면 신규로 투자하는 채권은 수익이 증가하지만 기존에 보유한 채권은 가치가 하락하면서 재무건전성의 악화로 이어진다.
채권은 만기보유채권과 매도가능채권으로 분류되는데 현행 회계 기준에 의하면 만기보유증권은 원가로, 매도가능증권은 시장 가치로 각각 평가된다. 매도가능증권으로 채권을 재분류해놓으면 금리 하락기에는 채권의 평가이익으로 RBC비율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지만 반대로 금리 상승기에는 채권가격 하락으로 평가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채권 평가이익을 높이기 위해 만기보유증권 비중을 줄이고 매도가능증권 비중을 늘려온 보험사의 경우 타격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보험사들은 RBC비율을 끌어올리고자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등을 발행하며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고채 금리도 올라가자 개별 보험사가 발행하는 채권에 대한 수요도 떨어지면서 미매각이 발생하고 있어 자본확충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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