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대형악재 더해지며 불확실성 급속히 증가
   
▲ 이원우 경제부 차장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메리츠자산운용의 매각 소식을 듣는 심경은 착잡하다. 회사를 이끌던 존 리 전 대표가 지난 6월 차명투자 의혹으로 사임한 이후 매각 뉴스가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반년이 채 되지 않는다. 연예인급의 인기를 누리는 대표와 함께 ‘동학개미운동’의 선봉에 섰던 회사가 사라지면 그동안 개미들이 꾸었던 장밋빛 꿈은 모두 어디로 흩어지는 것일까.

존 리 전 대표에 대한 각자의 판단에 앞서 그가 개인투자자(개미)들의 마음속에 지핀 불씨의 크기는 결코 작지 않았다. 사방의 모두가 경제적 자유를 말하고, 어떻게든 투자에 나서지 않으면 바보가 된 것만 같았던 그 불안 속에서 사람들은 “밥을 먹듯이 주식이나 펀드를 사라”, “커피 한 잔 값을 아껴서 투자하라”는 ‘투자 현인’의 말을 묵묵히 실천으로 옮겼다.

정작 올가을 펼쳐진 것은 10~20년씩 주식투자를 해온 사람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극악한 난이도의 주식시장이었다. 한국 주식만큼 어려운 게 없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닌 현실이었다. 

미국주식이 떨어지면 한국은 당연히 떨어진다. 미국이 올라도 미국주식 선물이 떨어지거나 중국이 급락하면 한국은 떨어진다. 미국이 금리를 빠르게 올리면? 한국은 떨어진다. 미국이 금리를 천천히 올려도 ‘킹달러’ 환율 때문에 한국은 떨어진다.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 최근 들어 증시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2년3개월 만에 5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사진=김상문 기자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투자를 시작해 약세장을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는 세칭 ‘주린이’들은 말 그대로 살아있는 생물처럼 움직이는 한국 주식시장의 생동감에 혀를 내두르며 손을 털고 나가는 중이다. 최근 들어 증시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2년3개월 만에 50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가치투자라는 말이 무가치하게 느껴질 정도의 이 절망적 상황에도 아랑곳없이 현실은 더 나빠지는 중이다. 대한민국 수출은 2년 만에 감소로 전환됐고, 무역수지는 7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가장 긴 적자 행진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충돌 가능성까지 더해졌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북한은 속초 코앞까지 미사일을 날렸다. 그 뿐인가? 어린이들의 꿈을 위해 건립된 레고랜드는 어른들의 악몽이 되어 채권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마지막 ‘믿을 구석’인 반도체 산업의 전망마저 어두워진 게 작금의 현주소다. 

하나의 시장에 두 개 이상의 대형 악재가 동시에 발생하는 것을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라 한다. 슬프게도 한국 경제의 현 상황에서는 악재를 2개만 꼽기조차 쉽지가 않다. 모두가 각자의 찬란한 미래를 겨냥하며 힘차게 쏘아 올렸던 화살의 행방이 폭풍 속에서 묘연해져도, 회사는 매각돼 이름을 바꾸면 그만이다. 그러나 그들이 남긴 과거의 흔적까지 사라지는 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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