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한반도 분단 이후 처음으로 2일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는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특히 ‘이태원 참사’로 인한 국가애도기간인데도 북한은 이날 오전 동·서해상에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등 17여발의 미사일을 쐈고, 이중 1발이 NLL 이남 동해상에 탄착됐다.
북한 미사일의 탄착 지점은 속초에서 동쪽으로 불과 57㎞ 떨어진 지점이다. 울릉도를 정조준해 발사한 미사일을 속초 바로 코앞에서 떨어뜨려 NLL을 침범한 것으로 남한에서 6년 9개월만에 울릉군에 공습경보가 울렸다. 2016년 2월 7일 북한이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장거리미사일인 ‘광명성’을 쏠 때 백령·대청도에 공습경보가 내려진 일이 있었다.
북한의 이날 NLL 침범으로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처음으로 영해 침범 행위가 이뤄졌다. 하지만 12년 전 당시 연평도에 해안포와 방사포만 쏜 것과 크게 대비된다. 북한은 이날 모두 3차례에 걸쳐 17여발의 탄도미사일을 쐈다. 여기에 해상 완충구역 이내로 포병사격도 벌여 9.19 남북군사합의도 위반했다.
북한의 도발은 이날 오전 6시 51분경 평안북도 정주시와 피현군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SRBM 4발을 발사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오전 8시 51분경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SRBM 3발을 발사했다.
또 오전 9시 12분경 함경남도 낙원·정평·신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평안남도 온천·화진리와 황해남도 과일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SRBM 및 지대공미사일 10여발을 쐈다. 북한은 이날 오후 강원도 고성 일대에서 동해상 NLL 북방 해상 완충구역 내로 100여발의 포병사격을 벌였다.
북한이 총 6시간 36분동안 탄도미사일 17여발과 포탄 100여발을 퍼붓기 전 군부 핵심권력인 박정천 명의의 담화가 나왔다. 전날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 이어 이틀째 담화전을 벌인 북한은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을 언급하면서 “한미는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미가 지난달 31일부터 시작한 ‘비질런트 스톰’에 대해 박정천은 “북한을 겨냥한 침략적이고 도발적인 군사훈련”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이 북한을 향해 정권 종말을 핵전략의 주요 목표로 정책화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전날 외무성 대변인이 담화에서 “주권국가의 정권 종말을 핵전략의 주요 목표로 삼고 있는 미국이 북한에 무력사용을 기도할 경우 대등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밝힌 것을 반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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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국방부는 1일 미 핵추진 잠수함 USS 키웨스트(SSN722)의 부산작전기지 입항 사실을 밝혔다. USS 키웨스트는 지난달 31일 부산항에 입항했다. 미측의 핵잠수함 입항 발표는 이례적인 것으로 무력도발 수위를 높여가는 북한에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2022.11.1./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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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천 담화’ 직후 동·서해상에 탄도미사일과 포병사격을 쏘고 NLL 침범까지 감행한 북한의 도발은 한반도 긴장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핵보유국이 자신감을 기반으로 더욱 공격적인 군사행동을 취하는 현상이 나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9월 25일부터 북한이 보여준 전술핵미사일 실전 능력을 기반으로 자신들이 도발해도 한미가 대응할 수 없다는 확신에 따른 행동”이라며 “인도-파키스탄 사례에서 나타나는 ‘안정-불안정 역설’이 한반도에서 재현됐다. 핵을 가진 국가가 더욱 공격적인 군사행동을 취해 불안정이 증대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박 교수는 이어 “북한은 ‘핵보유국 인정’이라는 절대 목표를 향해 좌고우면하지 않는다. 중국 당대회 초반에도 도발했고, 이태원 참사로 비통에 빠진 한국여론도 고려하지 않는다”면서 “한반도 긴장을 지속적으로 고조시킨 후 7차 핵실험으로 방점을 찍고,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위상을 갖고 미국과 담한에 나서려고 한다”고 전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의 두차례 담화를 보면 최근 미 국방부가 발표한 2022 핵태세검토보고서(NPR)의 ‘정권 종말’ 부분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재차 표출했다”면서 “북한 특유의 담화전이 시작된 것으로 판단되며, ‘김여정 담화’ 등을 통해 더 강도 높은 비난이나 군사도발이 주시된다”고 말했다.
북한의 이날 미사일과 포탄 퍼붓기 도발에 따라 우리군은 행정안전부 민방공경보통제소를 통해 울릉도 지역에 공습경보를 발령했다 또 전군 경계태세를 격상한 상황에서 이날 오전 11시 10분부터 우리공군 F-15K와 KF-16의 정밀 공대지미사일 3발을 동해 NLL 이북 공해상으로 발사했다.
특히 북한이 도발한 미사일 낙탄 지역과 상응한 거리의 해상에 정밀사격했다고 합동참모본부는 밝혔다. 아울러 우리군은 동해상 북한의 포병사격에 대해 9.19 군사합의 위반 및 즉각 도발 중단에 관한 경고통신을 실시했다.
특히 비질런트 스톰 훈련의 일환으로 한미 F-35 스텔스 전투기들이 출격해 긴급 항공차단훈련을 실시했다. 긴급항공차단 임무는 적 지휘부 세력, 전구탄도탄 이동형 발사대 등 감시정찰(ISR) 자산이 탐지·식별한 긴급 표적을 공중에서 최단시간 내 타격해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이번 비질런트 스톰 계기 미국 해병대의 최신 F-35B가 처음으로 한국땅에 착륙했고, 한미의 총 240여대 전투기가 동원됐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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