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주진형 사장 취임이후 파격 행보를 보여온 한화투자증권이 이번에는 직원 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직원의 급여 가운데 일정 부분을 떼서 적립한 뒤 이를 펀드로 굴려 퇴직 후 연금 방식으로 지급하는 제도의 도입을 추진 중이다.
적립된 기금의 대부분은 자사주에 투자할 방침이다. 이는 북유럽 최대 은행 중 하나인 스웨덴의 한델스방켄이 모델이다. 박재황 부사장이 작년 하반기에 직접 현지답사를 다녀오기도 했다.
한델스방켄이 운영하는 '옥토고넨'은 일종의 공동 펀드 형태로, 한델스방켄은 개인 또는 부서별 성과급을 지급하는 대신 은행 실적에 따라 직원 명의로 일정 금액을 적립해 자사주에 투자한다. 직원들은 퇴직 후 직급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개인당 4억원 가량을 받게 된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회사 주식에 상당 부분을 투자함으로써 회사가 발전해 주가가 오를수록 직원이 퇴직 후 받는 연금도 늘어나게 된다"며 "직원의 노후가 보장되고 안정적인 상태가 유지돼야 당장 자신의 성과를 올리는데 급급하지 않고 고객에게 안정적이고 적합한 포트폴리오를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화투자증권은 회사의 이익이 아닌 직원 급여의 일부를 떼 적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 옥토고넨과의 차이점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조만간 구체적인 운영 방안을 마련해 직원들의 의견을 청취한 뒤 이르면 하반기부터 이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는 한화투자증권이 '책임 경영'의 일환으로 작년에 도입한 '임원 주식 보유 제도'와도 맥을 같이한다. 임원 주식 보유 제도는 임원들이 직급에 따라 일정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퇴임할 때까지 이를 보유하는 제도다.
주진형 대표는 앞서 지난 11일 자사주 4600주를 신규로 취득해 총 21만300주(0.24%)를 보유하게 됐다고 공시했다. 정해근 부사장과 박재황 부사장도 그동안 자사주를 꾸준히 사들여 각각 12만2100주(0.14%), 11만600주(0.13%)를 보유하고 있다.
증권업계가 유독 이직이 잦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방안은 파격적인 행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급여를 강제로 자사주에 투자하는 것에 대한 직원의 반발도 예상된다.
박재황 부사장은 "직원에 대한 과도한 성과보상은 고객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것이 이번 연금조성의 취지"라며 "다만 사장이나 임원 등 경영진이 아닌 일반 직원의 급여를 강제로 자사주에 투자하는 방안은 어려울 것으로 보여 보너스를 활용하거나 직원들에 취지를 이해시키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투자증권은 2013년 9월 주 대표 취임 이후 '고객과의 신뢰 회복'을 목표로 실험에 가까운 다양한 제도 개선책을 내놓고 있다.
작년 9월부터 '고위험등급 주식'을 선정한 데 이어 다음 달부터는 '주식 투자등급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직원 보상 제도를 개편해 무리한 금융 상품 판매에 제동을 걸었다.
단기적인 수익을 높이는데만 치중했던 업계 풍토에 경종을 울리고 '고객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내걸겠다는 것이다. '매도 리포트' 확대, '편집국' 설치 등의 방침도 이러한 맥락에서 비롯됐다.
한화투자증권 측은 "당장은 어렵겠지만 장기적으로 증권업계의 풍토를 바꿔 모두 상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조치"라며 "앞으로도 고객 보호를 위해 꾸준히 제도를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