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을 둘러싼 '국정조사(국조)' 여부를 두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대립각을 세우면서 여야 갈등이 재점화 하고 있다. 민주당이 정부 책임론을 앞세워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나서자 국민의힘이 검수완박법안(검찰청법 개정안) 폐지를 주장하면서다.
민주당의 국정조사 요구는 이태원 참사 전 위급함을 알리는 112신고 녹취록' 공개되면서 본격화됐다. 경찰의 부실 대응이 참사로 이어졌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고,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위기 관리 대응 능력이 부재 했다며 국정조사 필요성을 적극 부각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오는 10일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다음 주에는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3일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조속히 제출하겠다"라며 "신속한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반드시 내주 본회의에서 국정조사요구서를 처리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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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0월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이재명 대표도 지난 4일 "국회에 관련 자료들을 빠짐없이 신속하게 제공해 국민들께 공개하는 것이 이 문제를 풀어가는 가장 바람직한 길"이라며 "여·야당이 다 동의하고 있는 '국정조사'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국민의힘을 압박했다.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추진하면서 압박에 나서자, 국민의힘은 '검수완박법 폐지'로 맞대응에 나섰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지난 3일 페이스북에"민주당이 입법독재로 통과시킨 '검수완박법'으로 인해 검찰은 이태원 사고를 수사할 수 없다"라며 "대형사고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검수완박법 개정하자. 국정조사보다 그게 먼저"라고 역공을 폈다.
정 위원장은 "(검수완박법을 주도한) 민주당은 부끄러움도 없이 경찰 수사를 믿을 수 없다며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수사권도 없는 국정조사로 무슨 진실을 밝히겠다는 것이냐"라며 국정조사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국정조사니 특검이니 하며 이태원 사고를 '이재명 방탄용'으로 악용하려는 시도를 중단하고, 진실규명에 장애요인으로 여겨지는 검수완박법을 폐기하는 것부터 협조하라"라고 비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은 신속한 강제수사를 통해 여러 증거를 확보하고 보존하는 게 제일 중요하지, 강제 수단이 없는 국정조사를 지금 한다면 오히려 수사만 방해될 뿐이고 논점만 흐릴 뿐"이라며 "국정조사든 특검이든 진실 조사와 재발 방지에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국정조사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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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11/04 10:1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월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정조사는 국회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국회의장은 요구서를 지체 없이 본회의에 보고해야 한다. 또한 국회의장이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구성을 결정하면 '참여를 거부하는 교섭단체'를 배제한 채 조사위를 구성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협조해 주지 않을 경우, 169석의 다수석을 가진 민주당이 단독 처리가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은 애도 기간이 끝나기 하루 전인 지난 4일 '이태원 사고조사 및 안전대책 특별위원회'(이태원 사고 특위)를 구성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특위는 앞으로 ▲이태원 참사 원인 규명 및 경위 파악 ▲사고 희생자 및 부상자 지원 대책 점검 ▲유사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법적·제도적 안전대책 마련 등에 대해 논의한다. 당초 계획했던 여야정 협의체는 민주당이 동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무산됐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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