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빅스텝 단행 여부두고 시장 전망 엇갈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최종금리 목표를 기존 4%대 중후반보다 더 올리겠다고 밝히면서 향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폭도 커질 전망이다. 다만 한은이 당장 이달 24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지난 10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시장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8월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연준은 지난 2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로 올렸다. 지난 6·7·9월에 이은 4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조치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현 3.00~3.25%인 기준금리를 3.75~4.00%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4.00%로 올라선 것은 금융위기가 닥치기 직전인 2008년 1월 이래 14년 만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FOMC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향후 긴축속도 조절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금리인상 중단에 대해선 “매우 시기상조”이며 “최종 금리 수준은 당초 예상보다 높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9월 점도표(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에서 4.5∼4.75%(중간값) 수준이었던 이번 금리 인상기 최종 금리 전망치는 다음 달 5% 안팎으로 상향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씨티는 당장 이날 최종 금리 전망치를 기존 5.0∼5.25%에서 5.25∼5.5%로 올렸다.

연준이 고강도 통화 긴축에 나선 것은 4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최악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지난달 발표된 9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8.2%를 기록했다.

미국의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연 3.00%)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는 상단기준 1.00%포인트로 확대됐다. 한미간 금리 역전 폭이 커질수록 외국인의 자본이 대거 유출될 가능성이 커지며, 원화 가치도 떨어질(원·달러 환율 상승) 우려가 크다. 원화 가치 하락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결국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연준은 다음 달 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폭을 0.5%포인트로 낮출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금리 인상 기간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길어질 전망이어서 한미간 금리역전 폭을 최소화하고, 고물가와 고환율에 대응하기 위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폭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한은이 이달 금통위에서 현재 연 3.0% 수준인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지 여부를 두고선 시장 전망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5%대의 고물가와 고환율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한미 금리 역전 폭이 1.0%포인트 이상으로 확대되면서 한은의 ‘빅스텝’ 전제조건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점에선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다만 지난달 강원도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로 단기 금융시장에 자금경색 우려가 커진 점과 수출 진과 민간소비 회복세가 약화되면서 경제 성장 둔화 가능성이 높아진 점은 한은이 큰 폭의 금리인상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0.25%포인트 인상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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