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SSG 랜더스가 기적같은 역전 드라마를 쓰며 대망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한 발 앞으로 다가섰다. 김강민이 9회말 역전 끝내기 홈런을 날려 기적의 주인공이 됐다. 키움 히어로즈 에이스 안우진의 무실점 역투는 빛을 보지 못하고 물거품이 됐다.

SSG는 7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한국시리즈(7전 4승제) 5차전에서 키움에 5-4로 역전승을 거뒀다. 0-4로 끌려가 패색이 짙던 8회말 최정의 투런포로 추격하고, 9회말 대타 김강민이 3점홈런을 작렬시켜 거둔 너무나 극적인 역전승이었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앞선 SSG는 이제 1승만 더 올리면 SK 와이번스 인수로 재창단한 지 2년 만에 한국시리즈를 제패하게 된다. 한국시리즈에서 4차전까지 2승 2패로 맞선 후 5차전을 이긴 팀이 우승한 경우가 총 10번 가운데 8번이나 돼 SSG는 우승 확률 80%를 잡았다.

키움에게는 통한의 역전패였다. 선발 안우진이 6이닝을 2피안타 3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막는 역투를 펼쳐 7회까지 4-0으로 앞서며 승리를 눈앞에 뒀다. 하지만 8회 등판한 김재웅이 최정에게 투런포를 맞고, 9회 마무리 등판한 최원태가 김강민에게 끝내기 스리런포를 맞아 허망하게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벼랑 끝으로 몰린 키움은 남은 2경기를 다 이겨야 창단 첫 우승의 꿈을 이룰 수 있다.

중반까지는 완전히 키움의 페이스였다. SSG가 믿었던 선발 김광현을 상대로 키움 타선이 1회초 2점, 2회초 1점을 뽑아 초반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1회초에는 1사 후 전병우의 볼넷과 이정후의 2루타로 2, 3루 득점 기회를 잡았다. 야시엘 푸이그가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김태진이 2타점 중전 적시타를 쳐 2-0 리드를 안겼다.

2회초에는 선두타자 송성문의 우익선상 2루타에 이어 신준우의 볼넷, 김혜성의 중전 안타로 무사 만루 찬스를 엮었다. 김준완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냈으나, 계속된 1사 1, 2루에서 전병우의 병살타가 나오며 추가점을 못낸 것은 아쉬웠다.

김광현은 5회까지 7피안타 3볼넷 3실점하는 실망스런 피칭을 하고 0-3으로 뒤진 가운데 물러났다.

SSG 타선이 안우진의 구위에 완전히 눌려 한 점도 만회하지 못하자 키움은 6회초 추가점을 냈다. 바뀐 투수 문승원을 상대로 송성문의 볼넷과 보내기 번트 후 김혜성이 적시타를 때려 4-0으로 달아났다.

SSG의 반격은 8회말에야 시작됐다. 그 출발은 상대 실책이었다. 1사 후 최지훈이 친 땅볼을 유격수 신준우가 제대로 포구하지 못하는 실책을 범했다. 바로 다음 타자 최정이 키움 3번째 투수로 8회 등판했던 김재웅을 좌월 투런포로 두들겼다.

SSG가 2-4로 따라붙었지만 여전히 두 점 차였고, 키움은 9회말 최원태를 등판시켜 마무리를 맡겼다. SSG가 집중력을 발휘했다. 선두타자 박성한이 볼넷을 골라 나갔고, 최주환이 10구까지 가는 실랑이 끝에 우익수 쪽 안타를 쳐 무사 1, 3루 찬스를 엮었다.

여기서 SSG 김원형 감독은 아껴뒀던 대타 김강민 카드를 꺼냈다. 김강민은 2스트라이크의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린 후 최원태의 슬라이더가 가운데 높게 들어오는 실투가 되자 놓치지 않고 배트를 휘둘러 좌측 담장을 넘겼다. 그대로 경기를 끝낸 역전 끝내기 3점홈런이었다. 김강민은 두 손을 번쩍 치켜들었고, SSG 덕아웃과 응원석은 환희로 들끓었다.

한국시리즈에서 대타 끝내기 홈런은 김강민이 처음이며, 포스트시즌을 통틀어서도 1996년 박철우(당시 쌍방울)에 이어 두 번째다. 김강민은 만 40세 1개월 25일의 나이에 자신이 보유한 포스트시즌 최고령 홈런 기록을 또 갈아치우며 평생 기억될 감격적인 순간을 만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