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OPEC+ 감산·유류세 인하 한계
"중국 '제로 코로나' 완화 소식…수급 차질, 고유가 예상"
[미디어펜=박규빈 기자]시중에 유통 중인 경유 가격이 휘발유와는 달리 최근 1개월 새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국제 정세의 불안정성이 날로 커지고 있어 당분간 경유 가격 하락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 고속도로 휴게소 셀프 주유소./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8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경유 가격은 이날 오후 1시 30분 기준 제주도에서 전일 종가 기준 리터당 2005원을 기록했다. 이어 서울 1944원, 강원 1895원 등으로 나타나는 등 전국 평균은 1883.72원으로 집계됐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지난 6월 5일 2158원을 찍고 대폭 하락했지만 지난달 1일 리터당 1818원을 기점으로 6주째 계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휘발유 가격은 지속적인 내림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6월 5일 리터당 2138원에 거래된 휘발유는 현재 1659.41원으로, 5개월 새 478.59원이나 빠졌다. 경유와는 224.31원이나 차이나는 셈이다.

통상 경유는 휘발유 대비 저렴하다는 인식이 자리잡아왔다. 이는 과거에 정부가 휘발유를 사치품으로 판단한 승용차의 연료라며 건설 장비에 쓰이는 경유 대비 높은 세율을 적용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가격 추이를 보면 판이한 수준이다.

업계는 세 가지 이유를 들어 당분간 이 같은 가격 역전 현상이 장기화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우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 됨에 따라 원유 공급망이 불안정 해진 것에 기인한다. 유럽 연합(EU) 등은 세계 3위 산유국인 러시아에 대한 원유 금수 조치를 내렸고, 이에 따라 경유 재고가 바닥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유럽 자동차 시장은 디젤 차량이 절대 다수를 점하는데, 연료로 쓰는 경유의 60%를 러시아에서 구하지만 대체할만한 수입선을 구하지 못해 국제 유가가 치솟고 있다.

또한 러시아를 포함한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오펙 플러스(OPEC+) 회원국들이 지난달 4일 하루 200만 배럴씩 감산하기로 의결함에 따라 공급이 수요에 비해 달리게 됐다.

오일 프라이스에 따르면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의 가격은 지난달 10일 배럴 당 91.13달러였고, 18일 82.07달러로 주저앉았으나 지난 7일 종가 기준 91.58달러로 다시 껑충 뛰었다. 북해산 영국 브렌트유 또한 지난달 10일 배럴 당 96.19 달러였다가 18일 90.03달러로 내렸지만 재차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더니 지난 7일 97.72달러로 급등했다.

마지막으로 국내 관계 당국의 유류세 인하 정책의 한계도 꼽힌다. 휘발유와 경유는 리터당 각각 820원, 581원씩 세금이 부과되는데,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7월 1일부터 물가 안정 차원에서 법정 유류세 상한선인 37%를 깎아주고 있다. 지난 8월에는 국회가 유류세 탄력세율 조정 한도를 50%까지 확대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켜 휘발유는 리터당 410원, 경유는 290.5원 가량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유종에 따른 세금 수준 자체가 달라 경유가 휘발유보다 비쌀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동절기가 찾아오고 있는데, 천연 가스를 대체할 연료로 꼽히는 경유 수요가 늘어나는 등 국내 경유 가격의 선행 지표인 국제 유가가 계속 오르고 있어 당분간은 고유가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도 곧 '제로 코로나19'를 완화한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고, 석유 수요가 늘어 수급 차질 심화가 우려된다"며 "경유 가격은 내리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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