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저축은행의 건전성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금리인상기에 다중채무자 비중이 늘면서 연체율 상승 등 부실 위험이 커진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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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가 올 상반기 450만명을 넘어서는 등 크게 늘고 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연령별 다중채무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다중채무자는 450만9000명으로 이들의 전체 채무액은 598조3345억원에 달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특히 저축은행 대출자 중 10명 중 7명은 다중채무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 다중채무자 비중은 2019년 말 69.9%에서 2020년 말 71.2%로 증가했고, 올해 5월 말 기준 75.8%까지 늘었다. 최근 1년5개월 여 만에 4.6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고치다.
다중채무자는 빚으로 빚을 돌려막는 경우가 많아 부실화 위험이 크다. 금리 인상기에 다중채무자가 늘어나면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연체율 상승 등 부실 위험이 높아져 금융시장의 뇌관으로 간주된다. 다중채무자를 중심으로 금융업권 간 위험의 전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특히 저축은행의 경우 신용도가 낮고 상환능력이 취약한 차주가 경우가 많아 자산건전성 악화 가능성이 더욱 높다.
부동산 PF대출 또한 금융권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79개 전체 저축은행 부동산 PF 규모는 10조8000억원으로 1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2016년 말 3조4000억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6년 만에 약 7조원 이상이 불어난 것이다. 이중 5대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페퍼)의 부동산 PF는 총 2조80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08억원(46.6%) 증가했다.
부동산 PF대출은 건설 프로젝트의 수익성을 보고 대출해 주는 것을 말한다. 건설사가 금융권 대출로 토지를 매입하고 건물을 올린 뒤 분양 수익을 내는 구조다. 부동산 호황기에는 수익을 내기 쉽지만 지금처럼 기준금리가 높아지고 자산가격 하락이 동반돼 미분양이 확대될 경우 금융사까지 대규모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 이에 현재 금리 인상과 원자재 가격 상승, 주택가격 하방 등으로 PF 대출 부실 위험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부산·경남 소재 한 저축은행의 부동산업 관련 대출 연체율은 무려 2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업 관련 대출 287억 중 136억원만 정상 채권으로 분류됐으며 연체액은 85억원이다.
건설 부문에서는 부산·경남 지역 소재 B 저축은행의 연체율이 22%였다. 관련 대출 101억 원 중 연체액이 23억 원이었다. 부동산 PF 대출과 관련해서는 서울의 한 저축은행 연체율이 1년 만에 8%대에서 14%대로 뛰었다. 호남의 한 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0%에서 10%대로 올랐다.
이에 금융당국은 저축은행도 다중채무자 대출에 대해 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하도록 하고, 부동산 관련 업종별 신용공여 산정 시 원리금 상환 의무가 있는 실차주 기준으로 업종을 구분하도록 하는 등 선제적으로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상호저축은행업 감독규정 개정을 추진하고 나섰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시중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본여력이 떨어지는 저축은행 입장에서 보면 충당금 적립이 됐다고 하더라도 부실이 발생하면 급격하게 자기자본비율이 낮아지면서 건전성이 안 좋아질 수 있다”며 “경기 침체로 PF 사업 전망이 좋지 않은데 지금부터라도 대출 회수를 위한 노력을 해야하고 충당금 적립도 늘려야 한다. 정부에서도 부실 가능성이 있는 저축은행을 별도로 관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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