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준희 기자]10·29 참사 등을 빗댄 자극적인 문구의 현수막으로 논란을 빚은 은마아파트가 결국 관할구청으로부터 주의 요청을 받았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강남구청은 지난 7일 은마아파트 주택재건축 정비사업 조합설립 추진위원회에 ‘은마아파트 외벽 현수막 게첨 관련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구청은 추진위 측에서 게첨한 현수막 문구에 대해 “이태원 참사 희생자로 하여금 2차 피해를 유발하고 주민에게 위화감 및 불쾌감을 줄 수 있다”며 “주민 갈등 및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표현을 삼갈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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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구청이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에 발송한 현수막 게첨 관련 공문./사진=미디어펜 |
구청 측은 행정지도 차원에서 이러한 공문을 보낸 것이라고 밝혔다.
강남구청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해당 현수막은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에서 집회신고 후 내걸은 것으로 절차상으로는 문제가 없다"며 "그러나 단지가 위치한 대치동에도 10·29 참사 희생자가 2명이나 있고 주민들에게도 현수막 문구와 관련한 많은 민원이 들어와서 계도 차원에서 공문을 발송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5일 은마아파트 외벽에는 ‘이태원 참사사고 은마에서 또 터진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가 약 2시간 만에 철거됐다. 당시 아파트 주민을 비롯해 온라인상에서는 ‘국민적인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고 이용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해당 현수막은 은마아파트 주민의 입장과는 무관하게 게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은마아파트 및 은마종합상가 토지소유자 협의회(은소협)’ 관계자는 “해당 문구를 정한 것은 추진위원회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이 아파트 지하를 통과하는 데 따른 항의 차원에서 현수막 문구를 급하게 정하다 보니 부적절한 문구가 사용됐다”며 “은마아파트 주민의 입장은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은마아파트 측은 GTX-C 노선이 계획상 은마아파트 지하를 관통하는 것을 두고 준공된 지 40년이 넘은 점을 들어 안전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수막 게첨 역시 이를 반대하는 차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0·29 참사를 언급하는 것은 도가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추가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추진위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무리한 행보가 오히려 추가적인 집값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일대 위치한 은마아파트는 최근 부동산 시장의 거래절벽 현상이 장기화되며 직격탄을 맞고 있다. 20억원 중반대로 거래되던 전용면적 76.8㎡은 지난달 19억9000만원(2층)에 거래되며 ‘20억원’ 선이 무너졌다. 이는 2020년 12월 이래 처음이다.
한편, 미디어펜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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