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금융위원회의 중징계 처분을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거취를 겨냥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작심 발언 수위가 갈수록 거세지면서 손 회장의 거취 문제를 둘러싼 '관치' 논란이 점차 커지는 형국이다.
금융위의 중징계 의결로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손 회장은 3~5년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된다. 연임 도전을 위해선 금융당국을 상대로 징계처분 효력 정지 가처분을 포함한 행정소송이 불가피하다. 다만, 자칫 새 정부에 반기를 드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는 만큼 우리금융으로서도 부담이 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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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달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전날 금융사 CEO 선임과 관련해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 승계 절차"를 주문하고 나서면서 업계에선 금융당국이 손 회장의 거취 문제를 두고 재차 압박성 구두 경고를 내놓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당국에선 "외압 등으로 인한 금융사 CEO 선임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이를 바라보는 업계는 "본격적인 관치금융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이 원장은 전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감원장-은행지주 의장 간담회'에서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유능한 경영진을 선임하는 건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자 책무"라며 "CEO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 승계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주길 당부한다"고 주문했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 10일 우리금융 측이 행정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당사자자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사실상 손 회장의 연임에 제동을 건 것으로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이 원장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어려운 경제 상황이나 향후 선진 금융기관으로 도약할 금융기관의 여러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행정처분 당사자가 가장 좋은 판단을 했으면 좋겠다는 의미"라며 "어떤 외압이나 특정인을 염두하고 한 말은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지주 회장은 물론 CEO의 임명 등에 구체적으로 개입할 생각이 없으며 영향을 미칠 방법이나 정책적 수단도 없다"고 덧붙였다.
금융권 일각에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인사와 관련 관치 논란이 거세지자 금융사를 관리·감독하는 금융당국으로서 CEO 선임에 대한 "이사회의 책임"을 강조했을 뿐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적극 부인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CEO 선임을 둘러싼 당국의 연이은 압박 발언이 쏟아지면서 업계에선 손 회장 후임으로 관료 출신 인사를 앉히기 위한 '정치적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말이 무성하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는 지난 8일 낙하산 인사 반대 성명을 내고 "금융위의 중징계를 빌미로 전직 관료를 임명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지금은 정권이 CEO 인선 과정에 개입하지 않고 각 회사 내부의 승계프로그램이 정상 작동돼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진행된다는 안정감을 국내외 시장에 보여줘야 할 시점이다"고 말했다.
백혜련 정무위원장도 전날 '소상공인 지원 활성화를 위한 소통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융당국의 결정은 존중하지만, 낙하산 인사를 위한 사전 조치가 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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