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넘긴 마라톤 회담…협력 필요성 공감 속 대만·반도체 신경전
바이든, 중국의 ‘대북 역할’ 촉구에도 중국 北문제 일절 언급 없어
“한미일 3각 공조 강화 목도한 시진핑, 북한과 밀착도 높일 가능성”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현지시간) 3시간여 마라톤회담을 벌인 결과 양국의 관계 개선과 협력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다만 대만 문제에서 신경전을 이어갔고, 북핵 문제에선 접점을 찾지 못했다.

미중 정상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계기 인도네시아 발리의 물리아호텔에서 이날 오후 5시 48분부터 휴식시간 25분을 포함해 오후 8시 48분까지 3시간동안 양자회담을 이어갔다.  

백악관과 중국 외교부가 발표한 성명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미중 간 경쟁이 충돌로 비화해선 안 되며, 미국과 중국이 경쟁을 책임감 있게 관리하고, 열린 소통라인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이 기후변화, 부채탕감을 포함한 글로벌 거시경제 안정과 보건안보, 글로벌 식량안보 등 초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시 주석도 “중미관계를 대립과 제로섬 경쟁이 아니라 대화와 윈윈 협력으로 정의해야 한다”고 말하고, “중국은 현존 국제질서의 변화를 추구하지 않고, 미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으며, 미국에 도전하거나 미국을 대체할 의도가 없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중국과 미국의 성공은 서로에게 도전이 아닌 기회”라면서 “세계는 두 나라가 스스로 발전시키고 함께 번영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크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회담 이후에도 백악관과 중국 외교부는 “이번 회담이 솔직했고 건설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두 정상은 양국 실무진들에게 구체적인 후속 논의를 지시했고, 이를 위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중단된 8개 분야 대화를 복구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미중 두 정상은 서로의 ‘레드라인’(한계선)도 교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현상 변경에 반대하며, 세계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맞서 시 주석은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에서도 핵심이다. 중미 관계에서 넘으면 안 되는 첫 번째 레드라인”이라고 지적하고, “대만을 중국에서 분리하려는 사람은 중국의 근본이익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고 그것을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양안(중국과 대만) 평화 및 안정과 대만의 독립은 양립할 수 없다. 우리는 미국측이 하나의 중국 정책과 3개의 공동성명(미중 간 주요 성명)을 준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22.11.14./사진=백악관 트위터

이 같은 대만과 관련한 시 주석의 발언에 대해 지난달 당대회 때에 비해 절제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당시 시 주석은 대만 문제를 언급하면서 “무력사용 포기를 절대 약속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과 화상회담에선 “불장난 하는 사람은 스스로 불에 타죽는다”는 격한 표현도 사용했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시 주석이 하는 말을 이해했으며, 시 주석도 내가 한 말을 정확히 이해했을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려는 임박한 시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번에 바이든 대통령은 신장 위구르 자치구, 티베트, 홍콩 등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을 압박했으며, 시 주석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를 지적하면서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나고 국제무역 원칙을 훼손한다”고 강경하게 맞섰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관심을 모았던 북핵 문제에 대한 일치된 발언은 없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저는 시 주석에게 중국이 북한에게 장거리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해선 안 된다고 분명히 말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면서 “또한 북한이 만약 핵실험을 한다면 우리는 더 방어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방장관을 비롯한 당국자들이 중국의 카운터파트와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은 회담 이후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 문제를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또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와 관련해서도 미중 양측의 강조점이 달랐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핵전쟁은 결코 일어나선 안 되며, 핵전쟁에서 승자가 없다는 그들의 합의를 확인했다”며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 사용이나 위협에 대한 반대 입장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협상 재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의 북한 관련 발언을 볼 때 미중 정상회담 테이블에서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빠지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 주석은 ‘중국이 북한을 통제할 수 없다’는 입장과 함께 북한 핵실험과 한미 군사훈련을 연계하는 ‘쌍중단·쌍궤병행’을 언급하며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있을 경우 그에 따른 책임론 등을 피해가려 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역대로 미중 관계가 좋았던 시기에 남북관계도 긍정적 영향을 받았다는 점에서 미중 갈등의 해소를 기대했으나 미중 관계 개선은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남북관계 개선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다만 다행스러운 것은 북핵 문제가 미중 간 첨예한 갈등 이슈가 아니기 때문에 양국간 관리 이슈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이어 “중국으로서는 이번 한미일 3각 공조 강화를 목도한 만큼 앞으로 북한을 방치하기보다 북한과의 정치적·경제적 밀착도를 높일 가능성이 높고, 북한의 도발을 자제시키는 대신 정치적 교류, 경제적 지원과 개방 유도를 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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