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내 인생의 빛나는 전기들을 만들어 준 하나하나의 사업들이 창업 수통의 정신에 따라 한결 같이 번영해 기업의 융성은 물론이고 민족흥성의 선구가 돼 21세기로 향한 국가부강의 초석이 된다면 이제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
오는 19일 이병철 창업회장 서거 35주기를 앞두고 삼성전자를 비롯한 CJ, 신세계 등 국내 굴지 기업들의 초석을 다진 그의 경영철학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병철 창업회장은 ‘사업보국’이라는 신념 하에 기업을 일으켜 대한민국 산업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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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19일 이병철 창업회장 서거 35주기를 앞두고 삼성전자를 비롯한 CJ, 신세계 등 국내 굴지 기업들의 초석을 다진 그의 경영철학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병철 창업회장은 ‘사업보국’이라는 신념 하에 기업을 일으켜 대한민국 산업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병철 창업회장 /사진=삼성 제공 |
◇‘사업보국’ 신념을 굳히다
이병철은 사업에 대해 ‘사회를 이롭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사업을 하겠다고 결심한다. 1934년, 선친으로부터 논 3백 석을 사업 자금으로 분재 받은 그는 1936년 마산 협동정미소를 창업하며 사업가의 길을 걷는다.
정미소 사업 시작 후 여러 가지 부침을 겪은 그는 1938년 3월 1일 자본금 3만 원을 가지고 대구에 삼성상회를 설립한다. 삼성상회는 청과, 건어류를 만주와 북경등에 수출하고 제분과 제면을 겸영한 회사로 삼성물산의 모태가 됐다.
이후 1945년 8.15 해방을 겪은 그는 당시 혼란스러운 상황을 지켜보며 사업보국의 신념을 굳히게 된다. 사업보국은 ‘사업을 통해서 나라를 이롭게 한다’라는 뜻으로, 기업 경영을 통해 사회 전반적인 부와 이익을 창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는 “참으로 당연하고도 평범한, 그러나 매우 중요한 이 진리를 깊이 터득하게 됐다”며 자신의 능력과 장점은 사업의 길에 투신하는 것이라는 확신을 갖는다. 정치의 안정을 확고하게 만드는 기반은 경제의 안정에 있고, 거기에 수반해 민생도 안정된다고 믿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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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철 창업회장이 1938년 3월 1일 자본금 3만 원을 가지고 대구에 설립한 삼성상회 /사진=호암재단 |
◇한국 경제의 역사는 삼성의 역사
물론 이후의 사업 환경 역시 녹록지 않았다. 북한군의 침투로 6.25 전쟁을 겪어야 했고, 그가 일군 삼성물산은 물거품이 된다. 그러나 현실에 굴복하지 않는 그는 당시 임시 수도였던 부산으로 넘어가 1951년 1월 10일 ‘삼성물산주식회사’를 새로 설립한다.
전쟁으로 인해 그간 그가 일군 모든 것은 없어진 것과 마찬가지였기에 이병철은 “삼성물산주식회사의 재건은 그야말로 무에서 다시 출범했다”고 회고했다. 다행히 설립 1년 후 3억 원의 출자금이 60억 원으로 늘며 사업이 급진한다.
그러나 그는 무역업에 만족하지 않고, 우리 국민이 소비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야한다는 고민을 하게 된다. “그렇게 해야 국내산업이 발전되고, 값싼 상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뿐 아니라, 보다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기술의 축적과 산업 활동의 확대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렇게 탄생하게 된 것이 ‘제일제당’이다. 이병철은 “(사업보국은) 일관된 나의 기업관이 돼 왔다”면서도 “그러나 사회일반의 이해를 제대로 얻지 못하고, 때로는 돈벌이주의자라는 비난까지 사면서 고난의 길을 가는 출발점이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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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5년 5월 21일 삼성반도체통신 기흥 반도체 2라인 준공식에서 고 이병철 선대회장(오른쪽에서 다섯 번째)과 당시 고 이건희 삼성그룹 부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제막 줄을 당기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
◇CJ-신세계-호텔신라-삼성전자 초석 다지다
1953년 11월 5일, 제일제당공업주식회사는 외국에서 수입되는 3분의 1 가격으로 설탕을 판매하는데 성공한다. 이병철은 “외국산과 같은 품질을 싼값으로 제공해 소비자에게 이익을 주면서도, 초기의 회사이익은 매우 컸으며 수입대체효과도 컸다”고 자부했다.
이렇게 시작한 제일제당은 오늘 날 한국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는 CJ로 거듭나게 된다. 현재 CJ는 CJ제일제당 등 식품 및 식품 서비스, CJ FEED&CARE 등 생명공학, CJ대안통운 등 물류, CJ ENM 등 엔터테인먼트 및 미디어를 중심으로 사업을 이끌어가고 있다.
1963년, 동방생명 매수를 계기로 동화백화점도 자동적으로 인수하게 된 이병철은 신세계백화점을 운영하며 백화점 시장의 혁신을 이끈다. 이는 오늘 날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를 운영하는 신세계그룹의 모체가 됐다.
1960년대 말, 정부의 요청으로 영빈관을 인수해 호텔 사업을 맡게 된 이병철은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신라시대의 우아한 품위와 향기를 재현하자는 의미에서 호텔 명칭을 ‘신라’로 정한다. 호텔신라는 현재 면세사업과 호텔&레저 사업을 담당하며 유통 산업의 큰 축을 이루고 있다.
그의 도전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1970년대, 이병철은 우리나라 전자 사업이 초보적 단계에 있다고 판단하고, 삼성이 전자 산업에 진출해 국내에서 전자제품의 대중화를 촉진하고, 수출전략상품으로 육성하는 선도적 역할을 해보자고 결심한다. 그렇게 탄생한 삼성전자는 현재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오르며 한국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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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9월10일(현지시간) 삼성엔지니어링 도스보카스 정유공장 건설 현장을 찾아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
◇영원한 삼성을 꿈꾸며
이병철은 “삼성이 걸어온 길은 그대로 한국산업사의 구조전환의 과정이었다”고 회고한다. 그러면서 삼성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업과 구성원 모두 시대의 요구에 맞게 성장하고, 왕성한 기업가정신과 기술개발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은 결코 영원한 존재가 아니다”라며 “사업을 일으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지만, 이미 이룩해 놓은 사업을 지켜간다는 것은 그 이상 어렵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삼성을 올바르게 보전시키는 일은 삼성을 지금까지 일으키고 키워온 일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삼성이 오래도록 존속하길 바라던 이병철의 바람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병철 창업회장의 바톤을 이어 받은 이건희 선대회장은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며 ‘한국 속의 삼성이 아닌 삼성이 있는 한국’이라는 위상을 공고히 했다.
지난 달 27일 회장 직에 오르며 3세 경영 시대를 연 이재용 회장은 창업회장과 선대회장의 정신을 이어 받아 △기술 중시 △인재 경영 △동행 등 세 가지 비전을 중심으로 삼성을 이끌어 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재용 회장은 별도의 취임식 없이 경영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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