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은 5월 21일(목) 오전 10시 과잉범죄화 연속토론회를 개최했다. 제5차 토론회의 주제는 <‘사법(私法)의 공법(公法)화’, 대한민국 과잉범죄화 부추긴다>로 국민의 사적 자치를 보호해야 할 법이 과잉입법으로 인해 오히려 자유를 훼손하는 문제에 대한 논의와 제언이 오갔다.
토론을 맡은 김상겸 교수(동국대학교 법과대학)는 최근 부정청탁금지법이나 최저임금법에서 볼 수 있듯이 사법의 공법화는 사적 자치원칙을 훼손시키고 국민의 자유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래는 김상겸 교수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
|
|
▲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
오늘날 국가는 최고규범인 헌법을 정점으로 법질서를 구축하여 국민의 생활과 국가작용을 규율하고 있다. 국가의 실정법에는 법의 내용에 따라 크게 공법과 사법으로 구분된다. 공법과 사법의 구분은 그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인지 여부에 따라 여러 학설이 있다.
그런데 공법과 사법의 구분에 관한 학설들이 그 구분의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해 주는 것은 아니다. 법은 공법과 사법으로 그 영역을 구분함으로써 권리보호, 질서유지와 분쟁해결 등 법의 기능을 강화하게 된다. 또한 이는 사적 영역에서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여 사적 자치를 보호한다.
사적 자치는 일반적으로 사법상의 법률관계는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자기책임 하에서 규율하고 국가는 이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근대의 법체계가 구축되는 과정에서 사법의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민사법의 기본원칙인 사적 자치는 공동체에서 관계당사자들이 사회공동생활을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고 국가는 그러한 결정에 대하여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으로 존중한다는 원칙이다. 이러한 사적 자치원칙은 현대 헌법국가에서 헌법으로부터 근거를 갖는 사법상 기본 원칙이다.
헌법은 제10조에서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행복추구권은 행복이란 용어가 갖는 주관적이고 상대적 의미로 인하여 그 보호범위를 확정하기 어렵다. 그래서 헌법재판소는 초기부터 행복추구권의 기본권성을 인정하였지만, 다른 기본권과 관계에서 일반적·보충적 기본권으로서 성격을 갖는다고 하였다.
헌법재판소의 견해처럼 행복추구권은 일반적 기본권으로서 개인의 일반적 자유를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행복추구권은 누구나 자신의 인격을 자유롭게 발현하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인 개인의 일반적 자유권을 보장한다. 이렇게 행복추구권은 개인의 일반적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개인의 자유가 국가권력에 우선한다는 헌법적 결정을 표현하고 있다.
|
|
|
▲ 사적 영역에까지 형사처벌을 통하여 규율하는 것은 국가의 형벌권 남용이 될 수 있고, 개인의 자유권을 과도하게 제한함으로써 오히려 헌법질서에 부합하지 않아 국민의 법적 신뢰를 떨어드리게 된다. /사진=연합뉴스 |
헌법의 행복추구권으로부터 도출되는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과 일반적인 행동의 자유는 개인의 광범위한 행동의 자유, 즉 원하는 것을 하거나 하지 않을 권리를 보호한다. 이 일반적 행동자유권은 생활형성에 관한 자기결정권과 경제적 활동의 자유 등을 내용으로 한다. 특히 일반적 행동자유권은 경제활동의 영역에서 사적 자치로 나타난다.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10조에서 보장되는 행복추구권의 구체적인 한 표현이 일반적 행동자유권 내지 사적자치권이라 하였다.
사적 자치는 헌법 제10조에서 도출되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의 경제적 자유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법률관계를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형성할 자유란 점에서 계약의 자유를 핵심적 내용으로 한다. 계약의 자유는 계약의 상대방 결정, 계약의 방식과 내용, 계약체결의 여부 등을 당사자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자유를 말한다.
그런데 계약의 자유는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의 한 부분이고, 행복추구권의 보충적 기본권으로서 성격을 갖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제적 활동이 구체적으로 직업의 자유나 재산권의 행사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 한하여 보충적으로 보호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사적 자치는 사회의 발전과 더불어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자유경쟁을 통하여 자동적으로 최상의 결과가 나오고 사회정의가 실현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하면서 제한을 받게 되었다. 즉 공동체에서 사적 자치원칙이 실질적 타당성과 정의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현실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래서 사적 자치원칙에 따른 자유로운 경쟁사회가 사회적 평화와 정의를 실현시킬 수 없고, 국가는 개인과 함께 사회에 대하여 공동의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가 야기된다. 이를 위하여 우리 헌법은 사회국가원리를 기본원리로 하여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 사회적 약자의 이익을 적정하게 보호함으로써 사회적 정의의 실현을 추구한다.
사적 자치의 현대적 변용에서 볼 때 사법의 공법화 문제는 사적 자치의 헌법적 한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국가의 최고규범인 헌법질서 하에서 사법의 헌법적 근거는 사법질서의 정당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즉 사법질서가 헌법적으로 정당화되지 못하다는 것은 위헌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 효력이 부인된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사적 자치는 헌법 제10조로부터 도출되는 일반적 행동의 자유에 하나이기 때문에, 제37조 제2항에 의하여 법률로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즉 사적 자치도 국민의 안전보장이나 질서유지 및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법률로 제한을 받는다. 이는 사적 자치가 사법상 기본 원칙이라 하여도 헌법을 정점으로 하는 국가법질서에서는 당연한 법리이다. 그래서 기본권 제한원칙인 과잉금지원칙이나 비례성원칙에 따라 제한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김상겸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