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대한항공 우기홍 대표이사(사장)와 이수근 안전보건 총괄 겸 오퍼레이션 부문 부사장의 임기가 내년 3월로 만료되지만 연임 가능성이 제기된다. 코로나19로 글로벌 항공업계가 어려움을 겪은 가운데 최고 실적을 냈고,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이 진행 중인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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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사장)·이수근 대한항공 안전보건 총괄 겸 오퍼레이션 부문 부사장./사진=대한항공 유튜브 채널 캡처 |
17일 대한항공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3월 27일 시작한 우기홍 사장·이수근 부사장의 임기는 3년으로 내년 3월이면 우 사장과 이 부사장의 임기가 끝난다.
1962년생인 우 사장은 1987년 대한항공 기획관리실에 입사한 이래 △뉴욕 여객지점장 △미주 지역본부장 △여객사업본부장 △경영전략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고, 한진그룹 창사 이래 최연소 상무로 진급한 바 있다. 2017년 3월부터 대한항공 대표이사 부사장을 맡아왔고, 2019년 11월 조원태 현 한진그룹·대한항공 회장이 사장으로 발탁했다.
1960년생인 이 부사장은 1986년부터 대한항공에 몸 담았고, △자재부 상무 △시설환경부 상무 △정비본부장 등을 거쳐 운영·정비 등 안전 관리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이후 2017년 1월 기술 부문·정비본부장을 겸임하며 부사장으로 진급했다. 2016년부터는 앤진 정비 전문 자회사 IAT 대표이사직도 겸하고 있고, 올해부터는 대한항공 최고 안전 책임자(CSO) 자리에도 올랐다.
우 사장과 이 부사장은 각각 조원태 회장의 임기가 시작된 2019년 4월 이래 진급했거나 새로운 직책을 얻어 이들에 대한 인사는 조 회장 친정 체제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통했다. 두 사람 모두 '조원태의 남자들'인 셈이다.
조 회장이 취임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는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창궐했고, 글로벌 항공업계는 업황 악화에 따라 임직원들을 해고하는 등 고난의 행군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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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 카고기 노즈 도어 아래에서 지상 조업사 관계자가 하역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한진칼 제공 |
하지만 우 사장과 이 부사장은 조 회장을 보좌하며 비상 경영 체제를 가동했고, 인력 구조조정 없이 순환 휴직을 실시했다. 2020년은 코로나19로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았음에도 화물 사업량을 크게 늘려 매출 7조4050억 원, 영업이익 2383억 원을 기록해 흑자 달성에 성공했고, 이듬해인 2021년에는 매출 8조7534억 원, 영업이익 1조4644억 원으로 젼년 대비 515% 증가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우 사장과 이 부사장이 실적 방어 수준을 넘어 분기 사상 최고의 성적표를 이끌어낸 셈이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 올해 3분기 대한항공의 잠정 매출은 3조6684억 원, 영업이익 8392억 원, 당기순이익은 431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65%, 91%, 222% 증가했다.
올해 1월 12일 조원태 회장은 한진그룹 계열사 대표이사·전무·상무 등 임원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류경표 전 ㈜한진 사장은 그룹 지주회사 한진칼 사장으로 임명했고, 대한항공 부사장직에는 최정호 전 진에어 대표이사를 앉혔다.
최악의 시기에 호실적을 내는 데에도 성공했고 조 회장의 핵심 보직자 임명도 마친 만큼 연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아직 후임자로 거론되는 인물도 없어 우 사장과 이 부사장이 내년 3월 정기 주주 총회에서 연임할 가능성도 큰 것으로 점쳐진다.
또한 현재 한진그룹 창사 이래 최대 이슈이자 전세계 글로벌 항공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점도 연임에 무게가 실린다.
작업을 마무리하기까지 수장이 바뀌는 것보다 연임이 더 안정적인 데다 성공적으로 인수합병을 마무리하게 되면 이 역시 우 사장과 이 부사장의 성과인 만큼 연임에 무게가 쏠릴 수밖에 없다.
다만 1960년대 초반으로 나이와 함께 지난달 24일 필리핀 막탄 세부 국제공항에서 있었던 항공기의 활주로 이탈 사고는 불안 요소로 지적된다. 연말 인사 시즌과 맞물려 전문 경영인인 우 사장과 이 부사장이 자연스럽게 퇴장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는 이유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인명 사고 없이 사고 수습을 잘 했다고 조 회장이 판단한다면 자리를 보존하겠지만 흠결로 치부할 경우 다음 인사에 반영될 수도 있다"라며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지나오며 운항 실적이 크게 줄었던 만큼 조 회장으로 하여금 임원들이 안전 사고 예방에 소홀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특히 이 부사장은 정비 등 각종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임원이고, 사고 조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회사 자산인 기재 손실이 생겨나 주주들이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며 "실제 문책을 할 경우 우 사장보다 더욱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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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미디어펜 DB |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 내에서는 조원태 회장의 인사 철학에 비춰볼 때 우 사장과 이 부사장 모두 큰 무리 없이 연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조 회장은 선대 조양호 회장과는 달리 임직원들과의 소통을 중시하고, 집단 지성을 존중하던 '권한 위임형 CEO'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비슷한 면모를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 부사장은 대한항공 공식 유튜브 계정인 '사내 방송 채널 대한TV-[EP17] 임원의 서재'편에 출연해 "'안전 문화'는 조직 구성원 모두가 스스로와 공공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영속적 가치"라며 "처벌만으로는 절대 이뤄낼 수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11년 만에 사고가 났지만 당시 대한항공 임직원들은 대응 매뉴얼에 따라 매끄럽게 처리했고, 인명 피해도 없어 오히려 승객들이 해당 기장과 부기장에게 찬사를 보냈다"며 "항공업계에서는 2013년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나항공 214편 사고 당시 승무원들보다도 더 교과서적으로 대처를 잘했다는 평을 내놓는다"고 전했다.
이어 "조 회장은 휘하 임직원들을 믿어보고 결과를 지켜보는 '바텀-업'스타일을 추구한다"며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 우 사장과 이 부사장을 경질하는 일은 없을 것이고, 정기 주총에서 재신임 안건을 제출할 것으로 본다"고 부연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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