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안우진(23·키움 히어로즈)이 과거 '학폭'(학교폭력) 논란과 관련된 오랜 침묵을 깨고 진실을 얘기하고 싶다며 자신의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안우진은 18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배포한 입장문에서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하면서 학폭에 있어서는 늘 자유롭지 못했다. 제게 불거졌던 학폭 논란과 관련해 지금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침묵밖에 없었다"면서 "하지만 너무나 고맙게도 학폭 논란과 관련된 후배들이 용기를 내주었다. 학폭 논란의 무게를 견뎌온 시간만큼 제 입장을 밝히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지만, 이제는 사안의 진실에 대해 조심스럽게 얘기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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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키움 히어로즈 |
안우진은 5년 전인 2017년 휘문고 시절 학폭으로 징계를 받았던 사안에 대해서는 당시 피해자인 후배들이 학교폭력대책위원회와 경찰 조사에서 용서해 주었고 지금은 응원해주고 있다면서 "학폭 기사가 저희를 가해자와 피해자로 갈라 놓았지만 저희는 늘 서로를 응원하는 선후배 사이였다"고 주장했다.
안우진은 "후배들에게 더 좋은 선배이지 못했다는 점, 선배로서의 훈계 차원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도 더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는 점, 이번 논란으로 긴 터널을 지나며 끊임없이 반성하고 속죄했다"면서 "(학폭 관련) 언론 보도 이후 저는 가혹한 학교 폭력을 행한 악마가 되어 있었다. 여론의 질타 속에 사안의 구체적인 진실은 묻혀버렸다"며 억울한 면이 있다는 심경을 밝혔다.
안우진이 이와 같은 입장 발표를 하게 된 것은 피해자로 지목됐던 후배들이 먼저 나서줬기 때문이다. 5년 전 사건 당시 피해자였던 후배 4명 가운데 3명은 지난 16일 공동 성명을 내고 "안우진 선배는 학폭을 가한 것이 아니다. 일반적인 선배라면 할 수 있는 훈계 수준이었다. 오히려 우리를 잘 챙겨줬던 좋은 선배였다"며 "안우진 선배가 (한국시리즈 때 일부 야구팬으로부터) 염산 테러 위협까지 당하는 것을 보고 더는 두고 볼 수 없어서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진짜 피해자는 (과도한 비판에 시달린) 안우진 선배였다"고 안우진을 옹호했다.
안우진은 2018년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에 1차지명을 받았으나 휘문고 시절 학폭 관련 처벌을 받은 경력 때문에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아 아마추어 국가대표로 뽑히지 못했고, 프로 입단 후 소속팀 넥센으로부터 50경기 출장 정지 자체 징계도 받았다.
야구팬들의 따가운 시선과 징계로 인한 실전 공백 속 프로 입단 초기에 어려운 시기도 보냈으나 강속구를 앞세워 올 시즌 팀 에이스를 넘어 KBO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자리잡았다. 안우진은 올해 30경기(선발 29경기) 등판해 15승 8패, 평균자책점 2.11, 탈삼진 224개, 퀄리티스타트 24회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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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열린 2022 KBO 시상식에서 투수 부문 2관왕을 수상한 안우진. /사진=키움 히어로즈 SNS |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부문 타이틀을 획득해 2관왕에 올랐지만 안우진은 '학폭' 꼬리표 때문에 올해 최동원상 후보에서 아예 제외됐고, 18일 발표된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야구대표팀 예비 명단 50명에도 들지 못했다.
[키움 안우진 투수 입장문]
안녕하세요 키움히어로즈 선수 안우진입니다.
저는 프로야구 선수 생활을 하면서 학폭에 있어서는 늘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제게 불거졌던 학폭 논란과 관련해 제가 지금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침묵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고맙게도 학폭 논란과 관련된 제 후배들이 용기를 내주었습니다. "학교 폭력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우진이 형을 지켜주고 싶다"는 후배들의 목소리에 혹여나 후배들이 비난을 받지는 않을까 걱정도 컸습니다.
학폭 논란의 무게를 견뎌온 시간만큼, 제 입장을 밝히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지만, 저도 이제는 사안의 진실에 대해 조심스레 입장을 밝히고 싶습니다.
시점을 5년 전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학폭 논란이 불거졌던 2017년 당시 후배들이 학교폭력대책위원회와 경찰 조사에서 저를 용서해 주었고 더 나아가 지금은 저를 응원해주고 있습니다.
학폭 기사가 저희를 가해자와 피해자로 갈라 놓았지만 저희는 늘 서로를 응원하는 선후배 사이였습니다.
후배들에게 더 좋은 선배이지 못했다는 점, 선배로서의 훈계 차원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도 더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는 점, 이번 논란으로 긴 터널을 지나며 끊임없이 반성하고 속죄했습니다.
언론 보도 이후 저는 가혹한 학교 폭력을 행한 악마가 되어 있었습니다. 여론의 질타 속에 사안의 구체적인 진실은 묻혀버렸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많이 흘렀다고 해도 학교 폭력이라는 네 글자의 주홍글씨로 모든 진실을 덮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끝으로 저를 응원해주시는 야구팬들, 선후배 동료에게 이런 논란 속에 있는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합니다. 더 발전하고 성숙한 안우진의 모습으로 보답하겠습니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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