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코로나 위기 이후 찾아온 정글

코로나 팬데믹 위기를 벗어나며 맞이한 첫 해 2022년. 세계 각국은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면서 발생한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느라 분주하다. 그 중에서도 금리 인하, 유동성 공급 등으로 발생한 경제문제를 해결하고자 지혜를 모으고 있지만, 쉽사리 해결책은 보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반세계화 정서 강화에 따른 국제정세의 변화로 각자도생을 도모해야 하는 상황. 강대국들부터 앞장서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심판도 없는 정글에서 돈을 놓고 벌어지는 약육강식의 전쟁. 그것은 단지 국가 간의 일이기만 한 것일까.

돈을 둘러싼 먹잇감과 포식자, '약탈인간'의 탄생

2022년 대한민국. 저마다 경제 불황으로 불어닥친 위기를 극복하고자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이런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기생'을 넘어 '약탈'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돈을 향한 욕망과 제도의 사각지대가 만난 자리에서 생겨난 악인, 바로 '약탈인간'의 탄생이다.

이들은 평범한 사람들을 먹잇감으로 삼아 자신의 부(富)를 쉽게 늘리고자 하는 포식자들이다. 피해자들이 약탈당한 것은 단지 돈만이 아니라 삶 그 자체다. 때론 상대를 죽음까지 내몰기도 하는 '약탈인간'의 악행들. 그들의 약탈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돈을 향한 끝없는 욕망을 채우기 위해, 사람들을 교묘하게 함정에 빠뜨리고 있는 약탈인간들의 실태를 2주에 걸쳐 고발한다. 

우선 19일 밤 11시 10분 방송되는 1부 '빨간 거품의 포식자' 편에서 들여다 볼 곳은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20대들을 노린 청년약탈의 현장이다. 사회에 갓 진출한 젊은이들을 먹잇감으로 삼아 그들의 삶을 일순간 황폐하게 만든 한 대부중개업체 일당의 수법과 악행을 추적한다. 

   
▲ 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홈페이지


▲ '굿데이', 그리고 행복을 세뇌당한 청년들

"그냥 돈에 미친 사람들처럼… 돈에 미치고 차에 미치고. 혹하게 하는 거 있어요. 무조건 돈다발 보여주고 금팔찌 보여주고." - '굿데이' 전 직원 -

경기도의 한 소도시에 위치한 회사 '굿데이'. 이 회사는 이 지역 청년들 사이에 유명하다. 이곳에 다니면 20대 벼락부자가 될 수 있다는 소문이 나서다. 실제로 회사 앞에는 고급 외제차들이 즐비하게 세워져 있고, 직원들은 자신의 SNS 계정에 자신의 통장을 공개하며 노골적으로 재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20~30대 젊은이들이 회사 이름처럼 자신의 삶도 '굿데이'가 되길 꿈꾸며 너도나도 입사했던 상황.

그런데 이 회사의 사업은 다름 아닌 대출중개업. 자신이 성사시킨 대출중개 건수에 따라 월수입이 수천만 원까지 가능했다고 한다. 계약이 성사될 때면 다같이 '행복한! 굿데이!'를 외치며 함께 기뻐했다는 직원들. 젊은 나이에 큰 수입을 올리며, 앞으로 더 행복할 거라고 확신했다는 그들은 돈을 벌기 위해 회사가 시키는 일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

그런데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 만난 전 직원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의 삶이 '굿데이'가 아닌 말 그대로 '지옥'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 세 청년의 비극

"재작년 그리고 1년 텀으로… 팀장 빼고 4명이잖아요. 3명이 다 죽은 거예요." - 제보자 -

몇 년 전 '굿데이'에 다닌 적이 있다는 서른 살의 박수인(가명)씨. 그는 그 곳에 입사하면서  정말 큰 부자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다고 고백했다. 심지어 요즘에는 자신이 저지른 업보로 인해 나쁜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두렵기까지 하다는데… 

그가 했던 일은 '굿데이'의 다른 직원들처럼, 제도권 금융에서 내몰린 금융약자들을 상대로 대출이 가능한 상품들을 추천해주는 일. 하지만 회사가 계약을 유도한 방법은 상담자들을 속여 회사만 돈을 버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편법을 넘어 불법, 사기대출 행위가 이뤄졌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대출자들에게 돌아갔다는데…

그래서였을까. 수인 씨는 최근에 들은 세 사람의 사망 소식에 '굿데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1명은 살해당하고, 2명은 자살을 했다는 소식. 사건 시기는 모두 달랐지만, 3명 모두 '굿데이'에서 일했던 직원들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수인 씨는 '굿데이'에서 있었던 일과 이들의 죽음은 연관이 깊을 거라고 추측하고 있다.

도대체, '굿데이'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들이 약탈을 위해 동원한 방법들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세 사람의 죽음과 정말 관련이 있는 걸까.

▲ 빨간 거품의 포식자는 누구인가

"이 새끼 호구다. 빨아먹을 수 있겠다 생각하면은 빨아먹는 거고."

"파 먹어요, 끝까지 파먹고. 남을 죽이면서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저는." - 대출업 관계자 -

청년 대출을 둘러싸고 발생하고 있는 문제들은 비단 '굿데이'만의 문제는 아니라 전국적인 문제다. 제작진은 불법영업 세계로 끊임없이 청년들을 유혹하는 포식자의 실체를 추적하는 한편, 불법 대부업체에 잠입해 그 민낯을 낱낱이 들여다봤다. 또한 취재 중 대출 사기와 관련된 수많은 피해, 가해 청년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놀라운 것은 불법 대출이나 대출중개 업체의 종사자들은 대부분이 아주 평범한 20대 청년들이라는 사실. 경기 불황의 여파로 청년들에게 제공되는 양질의 일자리가 많지 않은 현실, 그리고 안정적 수입이 없기에 급한 상황에 대부업 대출을 이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청년들. 이 두 가지 상황이 겹치며, 청년들 서로가 서로를 약탈하고 있는 비극이 발생하고 있는 건 아닐까.

제작진이 만난 대부업 종사자 중에는 자신이 빌린 돈 때문에 시달리다 업자에게 취업 제안을 받아 일하게 된 경우도 있었는데… 먹잇감이 되었던 피해자가 이번엔 포식자가 되어 자신과 같은 피해자들을 사냥하고 있는 상황. 평범한 청년들을 범죄자로 내몰고 고통에 빠뜨린 빨간 거품의 포식자는 정말 누구인 걸까. 그리고 이들의 사냥을 멈추게 할 방법은 무엇인 걸까.


오늘 밤 방송되는 '그것이 알고 싶다'는 '약탈인간 1부- 빨간 거품의 포식자' 편으로 한 지역, 한 회사에서 일했던 직원들의 미스터리한 죽음을 통해 꿈의 회사라 불리던 그 직장의 정체는 무엇인지 파헤쳐 본다. 아울러 거품의 시대가 일으킨 기형적인 대부업이 불나방처럼 모여든 청년들의 삶을 송두리째 약탈하고 있는 현장을 고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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