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지난 수년 간의 초저금리에 힘입어 가계대출이 급증한 가운데,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5대 금융지주가 벌어들인 이자이익이 5년간 182조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5년간 5대 금융지주가 벌어들인 이자이익은 총 182조 1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이자이익만 44조 9000억원으로, 5년 전인 2017년 28조 4000억원 대비 58% 급증했다. 이는 지난해 총이익(이자이익+비이자이익)의 82.5%에 달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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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수년 간의 초저금리에 힘입어 가계대출이 급증한 가운데,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5대 금융지주가 벌어들인 이자이익이 5년간 182조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사진=김상문 기자 |
비이자이익 중에서는 수수료 이익이 눈에 띈다. 5대 은행은 지난 5년간 수수료 이익으로 총 39조 3000억원을 벌어들였다. 이에 힘입어 5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도 지난 5년간 61조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순이익은 16조 8000억원으로 2017년 9조 1000억원 대비 45.8% 증가했다.
올해도 은행권의 순이익 고공행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도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인상하면서 대출금리가 치솟는 까닭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7일 발표한 은행권의 2022년 1∼3분기 누적 이자이익은 40조 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조 9000억원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오는 24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내년에도 금융권의 이자이익·순이익은 커질 전망이다.
이를 두고 금융지주들이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금리 간 격차)에 의존해 손쉽게 '이자 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금리 하락기에는 대출금리보다 예금금리를 더 많이 내리고, 금리 상승기에는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를 더 많이 올린다는 시각이다.
실제 은행권의 예대금리차는 2020년 말 2.05%포인트(p)에서 지난해 말 2.21%p로 벌어졌고, 올해 9월 말에는 2.46%p까지 커졌다. 지난 2014년 2분기 2.49%p 이후 꼬박 8년 만이다.
김 의원은 "경기가 좋아도 나빠도 치열한 경쟁 없이 이자 장사로 안정된 수익을 얻고, 이를 통해 과도한 배당과 성과급 잔치가 이뤄지는 것은 문제"라며 "'약탈적 금융 사회'가 되지 않도록 금융당국의 더욱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도 과도한 금리 차익을 막기 위해 각종 규제책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8월부터 은행 간 여수신 금리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매달 '예대금리차 비교공시'를 은행연합회에 공시하도록 개편했다.
대출자의 신용 상태가 개선됐을 때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인 '금리인하요구권'도 수용실적을 비교·공시하도록 했다. 더불어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 혜택도 확대했다. 금리상한형 주담대는 시장금리가 상승하더라도 일정 기간 대출금리 상승 폭이 제한된다.
이와 함께 당국은 최근 은행권의 수신금리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수신금리를 인상하는 만큼, 대출금리가 빠르게 인상하는 까닭이다. 더불어 시중은행이 예금금리 인상 경쟁으로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면, 저축은행이 대출금리를 끌어올릴 수밖에 없어 취약차주의 대출금리 부담으로 이어지는 점도 한 몫 한다.
다만 당국이 회사채 시장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은행채 발행도 중단할 것을 권고한 터라, 은행이 대출을 내어주기 위해서는 예금금리를 인상해 수신자금부터 확보해야 한다. 또 금리 인상기에 은행권의 이자 증가는 시장논리에 따른 것인 만큼,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 인상이 과도하다는 당국과 정치권의 비판에 따라 예금금리도 올린 것인데, 이제는 예금금리도 올리지 말라 하고 있다"며 "각자의 요구사항이 제각각인데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 인상기에 은행권의 이자이익 증가는 불가피한 것이다. 순이익 증가는 시장논리에 의한 점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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