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인정…신한투증 등 6개사 피해자에 원금 반환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지난 2019년 6월 환매 중단으로 투자 원금 손실 위기에 놓였던 독일 헤리티지 펀드 사태에 대해 금융당국이 피해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펀드를 기획한 해외운용사가 중요 부분의 대부분을 허위 작성한 것을 국내 금융사들이 그대로 수용·판매하는 과정에서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했다는 평가다. 

   
▲ 지난 2019년 6월 환매 중단으로 투자 원금 손실 위기에 놓였던 독일 헤리티지 펀드 사태에 대해 금융당국이 피해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사진은 지난 14일 열린 피해자 측의 기자회견./사진=전국사모펀드사기피해공대위 제공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21일 "신한투자증권 등 6개 금융사가 판매한 헤리티지펀드 관련 분쟁조정 신청 6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민법 제109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민법 상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는 펀드사와 고객 간 계약체결 시점에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착오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만큼 중요한 경우 적용된다. 이에 따라 판매사가 펀드 판매계약을 취소하고, 피해자에게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

해당 펀드는 독일 정부가 문화재로 지정한 '기념물보존등재건물'을 현지 시행사인 저먼프로퍼티그룹(GPG)이 매입·개발해 수익을 내는 구조로 설계돼, 이 사업에 투자한 펀드를 기초자산으로 한다. 하지만 독일 정부의 헤리티지 건물 재개발 인허가는 불분명했고, 개발 사업을 맡은 현지 시행사가 파산하면서 사업이 전면 중단됐다. 결국 해당 펀드는 2019년 6월부터 환매 중단됐다. 

국내에서 이 펀드를 판매한 금융사는 6개사로 △신한금융투자(9월 말 현재 분쟁조정 신청 건수 153건) △NH투자증권(17건) △우리은행(4건) △하나은행(4건) △현대차증권(11건) △SK증권(1건) 등이다. 이들은 2017년 4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펀드를 판매했다. 환매중단 규모는 2020년 말 기준 4885억원으로, 신한금투가 3779억원으로 가장 많다. 

피해자와 펀드 판매사의 중재를 맡으며 3년 넘게 시간을 끌어왔던 분조위는 △시행사의 헤리티지 사업이력 및 신용도 관련 허위·과장 사실 △투자금 회수구조의 실현 가능성 △이면계약에 따른 높은 수수료 지급 구조 △시행사의 헤리티지 부동산 개발 인허가 미신청 등을 내걸어, 사실상 해당 펀드가 '사기'임을 인정했다. 

분조위는 "해외운용사가 중요부분의 대부분을 거짓 또는 과장되게 상품제안서를 작성했고, 6개 판매사는 계약 체결시 동 상품제안서에 따라 독일 시행사의 사업이력, 신용도 및 재무상태가 우수해 계획한 투자구조대로 사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해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한 것으로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분조위는 상품 판매 6개사에게 펀드 판매계약을 취소하고 피해자드에게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하도록 권고했다. 피해자와 판매사가 이번 조정을 수용할 경우, 분조위는 나머지 투자자에 대해서도 분조위 결정내용에 따라 자율조정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조정절차가 원만히 이뤄질 경우 일반투자자 기준 약 4300억원의 투자원금이 반환될 것으로 분조위는 내다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헤리티지 펀드 분쟁조정 결정을 마지막으로 많은 투자 피해가 발생한 소위 '5대 펀드'에 대한 분쟁조정이 일단락됐다"며 "앞으로 남은 분쟁민원에 대해서도 사실관계가 충분히 확인되는 대로 신속히 분쟁조정을 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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