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전날 베이비스텝(한 번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은행권의 여·수신 금리도 오를 전망이다. 가시적으로 은행권이 대출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예·적금금리 인상에는 유보적인 분위기다. 예·적금금리 인상 경쟁이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지고, 제2금융권의 유동성 위기를 촉발한다는 금융당국의 지적을 의식한 까닭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통위는 전날 연 3.00%인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p) 올렸다. 여전히 5% 대에 이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잡기 위한 금리 인상이었지만, △미국의 통화 긴축 속도 조절 가능성 △안정된 원/달러 환율 △자금·신용경색 위험 △경기 침체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금리 인상이 본격화된 지난해 8월 0.75%에 견주면 약 1년 3개월여만에 금리가 약 2.50%p 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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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전날 베이비스텝(한 번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은행권의 여·수신 금리도 오를 전망이다. 가시적으로 은행권이 대출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예·적금금리 인상에는 유보적인 분위기다./사진=김상문 기자 |
한은의 금리 인상 단행에 은행권도 대출금리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다만 분위기는 다소 차분한 모습이다. 당초 기준금리 인상폭을 두고 채권시장 전문가들이 베이비스텝을 유력하게 전망했는데, 예상대로 베이비스텝에 그친 까닭이다. 이에 은행들이 조달하는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와 금융채 등 채권금리 인상 폭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다.
한 은행 관계자는 "5년물 금융채 등 기타 금융채는 매일 바뀌는데, 이미 한은에서 기준금리를 올리기 전에 베이비스텝 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고, 시장에 이미 많이 반영됐을 것이다"며 "드라마틱한 금리 인상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채 기반 대출상품은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혼합형(5년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등이 대표적이다.
이어 "코픽스는 매달 15일 바뀌는데, 전달 조달금리를 반영하니 한은에서 금리를 올린 것은 빠르면 다음달 코픽스금리에 반영될 것"이라면서도 "11월 마지막 주에 기준금리를 올려서 그 효과는 별로 크지 않을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온전히 반영되는 12월의 금리를 반영하는 1월 코픽스 변동일에 (금리 인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출금리와 더불어 수신금리 인상도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앞서 당국은 시중은행의 예금금리 인상 경쟁이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고, 대출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며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 이후 은행들도 예적금 금리인상 홍보와 마케팅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한 은행 관계자는 "한때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금리 간 격차) 이슈가 나오면서 예금금리를 바로 올리곤 했는데, 은행 예금금리가 오르면서 자금이 몰리다보니 당국이 우려를 표시한 상태"라며 "현재로선 어느 은행도 선뜻 인상한다고 하기 어려운 우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한은이 금리를 인상하면 은행들이 수신금리 인상을 조정하는데 이번에는 당국 발언이 있었기 때문에 시기를 조정하고 있다"며 결을 같이 했다.
당국이 채권시장 안정화와 제2금융권의 유동성 위기를 막기 위해 △은행채 발행 중단 △수신금리 인상 자제 등의 극단적 처방을 내놓으면서, 은행들의 불만은 치솟고 있다. 서민과 기업들에게 자금을 내어줄 수 있는 수단을 모두 막으면서도, 낮은 대출금리로 금융지원을 해줄 것을 요청하는 까닭이다.
전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제17회 금융공모전 시상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은행들이 타은행 발행 은행채를 인수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다양한 방안으로 은행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공정거래법상 이슈와 관련된 문제점을 제거하면서 가능한 한 자금을 융통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시중 자금이 은행 예금 등에 쏠리면서 대출금리가 오르고 제2금융권의 재무 건전성을 위협한다는 우려가 제기된 데 따른 발언이다. 당국은 지난 23일 '금융권 자금흐름(역머니무브) 점검·소통 회의'를 열고 금융권에 자금조달 과당경쟁을 자제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예금을 못 올리고 은행채도 발행 못 해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은행의 입장을 잘 알고 있다"며 "주말 전후에 또 한 번 관계장관 회의라든가 어떤 고위급 의사 결정을 통해 유동성 운영 관련 제언을 드릴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 원장의 발언을 비춰볼 때 당국도 은행들의 불만을 이해하는 분위기다. 이에 은행들이 자체 발행한 은행채를 타행이 인수하는 방안을 해결책으로 내놓은 것인데 업계 반응은 회의적이다. 이 원장의 복안은, A은행이 발행한 채권을 B은행이, B은행이 발행한 채권을 C은행이, C은행이 발행한 채권을 A은행이 각각 가지는 이른바 '상호출자·돌려막기'하는 식이다.
은행 간 채권 매입은 이 원장의 발언대로 공정거래법상 담합 소지가 있어 그동안 금지됐다. 더불어 대형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은행들이 서로 리스크를 공유해야 해 연쇄 부실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선호되는 방식이 아니다.
은행들이 이번 완화책을 '땜질처방'이라고 평가하는 이유 중 하나다. 통상적으로 은행들은 예금을 통한 자금 확보 외에도 은행채를 자체 발행해 대출자금을 마련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내부적으로 자정거래를 하라는 식으로 이해했다. 은행이 돈을 빌려줘야 하니 서로가 빌려서 메우라는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채가 안정적이겠지만 금리가 높은 것도 아니고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은행 간 채권을 매입한다면 상호 리스크를 공유하게 되는 셈인데 방향성이 맞는지는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은행들이 바깥에서 돈을 받아서 기업과 서민에게 내어줘야 하는데, 타행한테 돈 받아서 (또 다른) 은행에게 돈을 빌려줘야 하는 상황이다"며 "이것 저것 다 막아놓고 비판 여론이 올라오니 '이렇게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는 형식적인 얘기인데 아이디어를 잘못낸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원래 은행들이 자체 채권을 발행해서 자금을 융통하지 상호 간 매입하지 않는다. (이 원장 발언은) 상호출자랑 비슷한 꼴인데, 문제는 금융위기가 오면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주게 된다"면서도 "당국이 한시적으로 이를 봐주겠다는 것인데 전례는 없었다. 한시적이라면 한두 해 제한을 두는 식으로 큰 타격이 없는 선에서 진행된다면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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