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잘못된 메시지 전달 호황 뒤 불황·붕괴 불러…시장자율에 맡겨야
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은 시장경제의 본질을 형성하는 주요 개념인 '경쟁(競爭)’, '사익(私益)’ '격차(隔差)’, ‘독점(獨占)’, ‘기업(企業)·기업가(企業家)’, ‘자본(資本)’ 등의 주제에 대해 우리 사회에 만연된 그릇된 통념을 깨뜨리기 위한 자유주의연구회를 개최해 오고 있다. 22일 오전에는 “자본구조와 경기변동”이라는 주제로 연구회가 개최됐다.

발표를 맡은 안재욱 교수(경희대 경제학과)는 불황에 대한 통찰이 담긴 발표문으로 눈길을 끌었다. “정부의 인위적인 저금리 정책으로 일시적으로 호황과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고 본 그는 "사상누각 상태에 있었던 이 상태의 실체가 곧 드러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즉 경제가 불황에 빠지고 기업가는 물론 사회 전체 역시 더 가난해지는 상황이 도래한다는 것이다. "인위적인 호황과 과열 뒤에 붕괴와 불황이 필연적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한 그는 "경기순환을 야기하는 요인은 시장경제와 별로 관련이 없다. 시장이 결정했을 이자율의 수준보다 금리를 더 낮춘 정부정책이 원인이다”라고 말했다.

아래는 안재욱 교수의 발표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안재욱 교수

많은 사람들은 자본을 돈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돈이 자본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돈은 자본이 아니다. 돈은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인다. 화폐의 의미로 쓰이고, 부의 의미, 소득의 의미, 자금의 의미로도 쓰인다. 화폐는 기본적으로 교환의 매개체다.

재화와 용역을 구매할 때 지불하는 수단이다. 우리가 물건을 사고 지불할 사용하는 돈은 화폐의 의미다. 이 때 돈은 교환의 매개기능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 참 돈 많다.”라고 할 때, 그 돈은 부의 의미다. 재산이 많은 사람임을 뜻하기 때문이다. 재산은 현금뿐만 아니라 부동산, 주식, 채권 등을 포함한다. “너 한 달에 돈 얼마 버니”라고 할 때, 그 돈은 소득의 의미다. 소득은 기간이 명시되어야 의미가 있다.

단지 100만원을 번다고 한다면 돈을 많이 버는지 적게 버는지를 알 수 없다. 한 달에 100만원을 버는 것은 그렇게 많은 돈을 버는 것이 아니지만, 하루에 100만원 번다고 하면 고소득자다. 따라서 우리가 돈을 번다고 말함으로써 소득을 의미할 때는 반드시 기간을 명시해야 한다.

경제학을 조금 접해본 사람들은 “자본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생산수단이라고 답한다. 맞는 말이다. 생산에 필요한 공장, 기계, 설비, 자동차, 선박, 항공기 등등 이 모든 것들은 자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자본은 근원적인 생산요소인 노동과 토지와는 다른 생산요소다. 자본의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자본재를 알아야 한다.

자본재와 자본

자본재(capital goods)는 미래에 더 많은 소비재를 얻기 위해 오늘 소비하지 않고 저축한 재화다. 따라서 자본재에는 자연스럽게 시간의 개념이 포함된다. 그리고 자본재는 자연자원(토지, 광석, 석유, 산림 등)과 노동을 조합하여 생산된다. 그리하여 자본재는 노동과 토지와는 달리 사람에 의해 창출된 생산요소다. 자본재에는 건물, 기계, 시설 등의 고정설비 외에 원료, 반제품, 완제품의 재고가 포함된다.

사람들이 저축하는 이유는 양의 시간선호(positive time preference) 때문이다. 양의 시간선호란 동일한 재화(양과 질적인 면 모두에서)라면 현재 재화(소비)를 미래 재화(소비)보다 더 선호하는 것을 말한다. 만일 사람들이 미래에 현재와 같은 동일한 양을 얻는다면 결코 저축하지 않을 것이다. 미래에 더 많은 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여 자원의 일부를 현재의 소비에 사용하고 나머지를 미래를 위해 저축한다.

그리하여 어떤 사람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원의 일부를 소비하지 않고 저축하여 이를 노동과 토지를 조합하여 기계와 시설과 같은 자본재를 생산한다면 그 사람은 자본가가 된다. 이것은 자본가가 근로자와 토지소유자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현재의 자원’을 제공하고 그들이 제공하는 ‘미래의 자원’을 구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의 자원’이란 근로자와 토지 소유자들이 소비하고자 하는 식품, 의복, 주거 시설, 여가 등의 형태를 띨 것이다.

‘미래의 자원’이란 자본재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 들어가는 생산요소들(노동과 토지)의 서비스를 말한다. 이렇게 자본가는 저축을 바탕으로 자본재를 획득하여 미래에 완성되는 제품을 팔아 소득을 얻는다.

자본은 이러한 자본재의 총 화폐액을 말한다. 따라서 객관적인 교환가치인 자본재에 대한 가격이 있어야 자본을 정의할 수 있다. 가격은 기본적으로 사적 소유가 있어야 생긴다. 사적 소유물이 있어야 서로 교환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가격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생산수단을 국가가 소유하는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가격이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자본재에 대한 가격이 없어 자본재는 존재하지만 자본은 없다. 따라서 자본 개념은 시장경제에서만 존재한다.

자본가와 기업가의 차이

자본가가 저축을 통해 자본재를 생산하고, 또 그것을 이용하여 최종재를 만들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자본가는 현재의 자원을 시간이 걸리는 생산에 투입하여 미래에 완성되는 제품을 팔아 소득을 얻는다. 이 소득은 기본적으로 시간에 대한 보상으로서 이자다. 자본가가 얻는 소득은 기업가가 얻는 이윤과 다르다. 이윤은 기업가가 당면한 불확실성을 성공적으로 떠맡는 데 대한 보상이다. 따라서 자본가가 얻는 보상인 이자와 기업가가 얻는 이윤은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그러나 자본가-기업가가 얻는 소득에는 이자와 이윤이 혼재되어 있어 이 둘을 개념적으로는 분리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불가능하다.

자본가는 자신의 저축으로 근로자와 토지 소유자에게 각각 임금과 지대 형태로 현재의 자원을 제공하고 이들이 가진 미래의 자원(즉 서비스)을 구매하여 생산과정에 투입해 미래에 완성되는 제품을 팔아 소득을 얻는 사람이다.

이로부터 근로자가 받는 임금과 토지 소유자가 받는 지대는 바로 자본가의 저축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현재의 자원을 제공할 수 있는 자본가가 없다면 경제는 생산성이 높은 생산양식을 갖출 수 없다. 자본가의 이런 생산 활동을 통해 경제가 발전한다. 이러한 점에서 자본가는 경제발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본구조와 자본재의 전용불가능성

실제로 자본은 노동과 결합하여 산출물을 생산해내는 여러 가지 다른 생산재를 총칭하는 말이다. 그래서 자본의 구조는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며, 질적 차이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자본재의 가치는 기업가의 주관적인 생산계획에 따라 다르다. 그리고 시점이 다른 재화는 경제적으로 다른 재화일 뿐만 아니라 특정 생산과정에 투입된다. 그리하여 한 재화의 생산에 투입된 자본재가 다른 재화의 생산으로 전용되기 어려운 문제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자외선차단제 공장 대신 우산공장을 지었다고 하자. 그런데 1년 후 우산에 대한 수요가 아니라 자외선차단제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 우산생산에 투입했던 자본재를 바로 자외선차단제 생산에 투입할 수 있다면 바로 우산생산에 투입했던 자본재를 바로 자외선차단제 생산으로 전용하여 수요에 맞춰 자외선차단제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우산 생산에 투입했던 자본재를 자외선차단제 생산으로 전용할 수 없어 수요에 맞춰 자외선차단제를 생산할 수 없다. 이것은 1년 전에 자외선 차단제를 생산할 수 있었던 생산능력에 못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다음 기에 각 재화의 과잉생산이나 과소생산이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시점 간 과오투자(malinvestment)가 있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것은 자본재의 전용불가능성으로부터 나온다. 이것이 결국 경기변동을 일으킨다.

자본재 생산이 우회적일수록, 자본재 생산이 최종 소비재에서 먼 것일수록 일반적으로 더 생산적이다. 예를 들면 맨 손으로 하루에 물고기를 세 마리를 잡는 로빈슨 크루소가 잠깐 쉬고 어망을 만들어 이것을 사용하면 하루에 30마리를 잡게 된다면, 잠깐 쉬고 그물(자본재)을 만드는 것이 우회생산이다. 더 넓은 바다로 나가 고기를 잡기 배를 만드는 것은 자본재 생산이 더 우회적으로 된 것이며, 최종 소비재에서 더욱 멀어진 것이 된다.

여기서 어망과 같이 최종 소비재에 가까운 자본재를 저차재, 배와 같이 최종 소비재에서 먼 자본재를 고차재라고 한다. 고차재가 더 생산성이 높은 이유는 저차재에는 적용될 수 없는 기술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자본축적과 경제성장

로빈슨 크루소는 처음에 먹을 것을 해결하기 위해 손으로 물고기를 잡았지만, 물고기 잡는 시간을 줄여 그물을 짜, 그것을 이용해 더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처음에 섬에 표류되었던 때와 비교하여 충분한 식량을 확보할 수 있었고 여가를 즐길 수 있었다.

여기서 물고기 잡는 시간을 줄여 그물을 짠 것은 그의 귀중한 자원인 시간을 저축하여 투자한 것이다. 저축과 투자를 통하여 그는 그물이라는 자본재를 획득하고, 그 자본재를 사용함으로써 물고기를 더 많이 잡게 됨으로써 생산성이 증가함에 따라 그의 생활수준이 향상되었다. 이처럼 사람들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현재 소비를 줄여 저축과 투자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 만일 정부가 불황을 치유하기 위해 통화팽창정책을 지속해 나간다면 불행을 초래한 원인으로 다시 불행을 치유하려는 것이다. 잘못된 생산으로 초래된 고통을 더욱 심화시켜 훨씬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심각하고도 급속한 인플레이션 즉 하이퍼 인플레이션의 위험이 뒤따른다. /사진=연합뉴스TV 캡쳐

저축과 투자는 금리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사람들이 10년이나 20년 후인 미래의 생활을 위해 현재 지출을 줄여 저축을 늘이기로 결정한다고 하자. 그러면 저축 증가로 인해 금리가 하락한다.

재화의 가격 변화가 생산자들에게 신호를 보내듯이 금리 하락은 기업가에게 차입을 늘려 새로운 장기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것이 이익이라는 신호를 보낸다. 그래서 금리가 내려가면 기업들은 미래의 생산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생산설비를 늘리거나 공장을 새로 세우거나 혹은 새로운 자본설비를 구매한다. 또한 고용을 늘리고 원자재 구입을 늘린다.

기업의 입장에서 미래에 투자하려는 또 다른 동기는 바로 저축하려는 사람들의 관점이다. 사라들이 저축을 많이 하려고 하는 것은 소비할 욕구가 당장은 비교적 적다는 점을 의미한다. 따라서 기업은 ‘당장’ 팔기위한 물건을 생산하기 보다는 ‘미래’를 바라보고 투자하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프로젝트에 착수하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고차재에 투자한다.

반면 당장 소비하고자 하는 욕구가 클 경우 사람들은 더 적게 저축하게 된다. 그러면 금리가 올라가고 기업은 장기 프로젝트를 실행할 여유가 적어진다. 이때는 당장 생산하고 판매해야할 시기다.

이처럼 저축이 많든 적든 혹은 이자율이 낮든 높든 상황에 따라서 기업이 적절한 전략을 세우게 된다. 다시 말하면 금리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생산조정을 담당한다. 사람들이 지금 소비하기를 원할 경우 기업은 여기에 맞춰 대응한다. 사람들이 미래에 소비하기를 원한다면 기업은 이와 같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원을 배분한다.

금리 인하로 인해 경제가 성장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새로운 투자로 들어가는 자원들이다. 이 자원들은 사람들이 소비를 줄임에 따라 매출 하락을 보는 분야로부터 나온다. 예를 들면 매달 저축을 더 하기 위해 사람들이 외식과 의류 구입을 줄인다면 음식점들은 종업원들을 해고해야만 할 것이고 의류를 생산하는 공장들은 문을 닫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노동자와 다른 자원들은 성장하는 분야, 즉 금리 인하 때문에 성장하는 산업들로 흡수된다. 다시 말하면 노동자와 다른 자원들이 현재 소비재로부터 자본재로 재배치된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는 미래에 보다 많은 양의 소비를 향유하게 된다.

그러나 자원의 희소성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보다 많은 자본재를 구축하기 위해 현재에 소비가 감소하는 트레이드오프가 있다. 최종적으로 생활수준이 더 나아지기 위해서는 절약과 인내가 필요하다. 새로운 기술발명이나 새로운 자원의 개발이 없으면 모든 사람이 보다 많은 것을 향유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이다.

정부주도 경제성장

그런데 정부는 단기적인 트레이드오프를 인내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많다. 아무런 대가(저축 증가에 따른 소비 감소)도 치르지 않고 경제를 성장시키려고 한다. 그 한 방법이 중앙은행을 통해 금리를 시장수준 아래로 인하하는 것이다. 금리 인하로 시장금리에서는 수익성이 없었던 투자 프로젝트가 갑자기 이익을 낼 수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여 기업들로 하여금 그 장기 프로젝트를 실행하도록 한다.

한편 이러한 정부주도의 경제성장에서는 시장주도의 경제성장과 달리 경제 내에서 트레이드오프가 일어나지 않는다. 즉 음식점, 의류 산업 등의 소매부문에서 소비 감소가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부문에서 판매가 증가한다.

낮은 금리로 인해 사람들이 저축할 유인이 줄어 더 많은 것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자본재를 만드는 기업가뿐만 아니라 소비부문 역시 호황을 보인다. 다시 말하면 모든 부문이 성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고용이 증가하고 노동자를 고용하는 경쟁으로 인해 임금이 인상되고 사람들은 이러한 호황에 도취된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성장은 일시적인 현상이며 착각이다. 이것은 정부의 금리 왜곡으로 기업가들을 오도하여 잘못된 투자를 유도한 결과이다.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자유 시장에서 금리가 내려가는 이유는 사람들이 더 많이 저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에 의하여 인위적으로 낮춰진 이자율은 소비자의 수요와 경제상황을 더 이상 반영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실제로는 저축을 늘리지 않았고 현재의 소비를 줄이려는 욕구를 나타내지도 않았다. 인위적으로 낮춰진 이자율은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한다. 정부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수익성이 없다고 정확하게 평가되었을 투자결정이 갑자기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 전체를 놓고 본다면 비이성적인 투자결정이 내려지고 투자활동이 왜곡된다.

저렴하게 신용을 공급하는 정부의 정책이 기업들로 하여금 현재가 ‘장기’ 프로젝트를 실행하기 위한 적기, 혹은 고차재에 대한 투자라고 잘못 판단하게 만든다. 그러나 소비대중은 ‘현재’의 소비를 미래로 미루겠다거나 기업이 장기 프로젝트를 위해 필요로 하는 자원을 저축을 통해 공급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적이 없다.

기업의 장기투자 계획이 제대로 실행되었다고 해도, 기업이 미래에 더 많이 생산하게 될 상품을 소화할 소비대중의 구매력이 없게 된다. 따라서 정부의 인위적인 저금리정책은 저축과 투자 간의 불일치를 초래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생산의 조정에 혼란이 초래된다. 소비대중에게 ‘현재’의 소비를 줄일 의사가 전혀 없는 시점에 ‘먼 미래’서나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장기’투자가 촉진된다.

소비자가 더 많이 저축하려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고 미래의 생산을 위해 자원을 축적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 정반대다. 투자자들이 자원을 ‘더 많이 투자’할 기회를 엿보는 바로 그 때에 낮은 이자율로 인해 소비자는 저축을 줄이고 소비를 늘린다. 투자와 소비가 동시에 확대되고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은 생산라인으로 자원이 잘못 배분된다.

시간이 흘러 장기 프로젝트를 완수하려는 기업은 노동과 원자재 등이 필요한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실제 저축총량은 기업가들의 예상보다 적은 것으로 드러나고 따라서 장기프로젝트에 필요한 생산요소가 기업가들이 원하는 양에 비해 매우 적다. 그래서 노동과 자원의 가격이 오르게 되고 기업가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사업에 필요한 비용이 상승한다.

예상하지 못했던 투입요소의 가격상승을 감당하기 위해 기업은 더 많은 자금의 차입이 필요하다. 자금조달에 대한 수요의 증가로 인해 금리가 올라가게 된다. 이제 현실이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기업이 실행에 옮기려던 장기투자 사업 중 일부는 완수될 수 없게 된다. 모든 장기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금을 댈 수 있을 정도의 부는 사회에 축적되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충분한 자금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이는 인위적으로 낮춰진 금리가 보낸 잘못된 신호였을 뿐이다. 인위적인 저금리가 모든 프로젝트를 완수하는데 요구되는 실제 자원을 공급하는 마법을 부릴 수는 없는 것이다.

정부의 인위적인 저금리 정책으로 일시적으로 호황과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곳곳에서 새로운 건물이 세워지고 기업은 생산 규모를 늘리며 사람들은 소비를 즐긴다. 그러나 경제가 사상누각 상태에 있었던 것이고 곧 현실이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과열상태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이 드러남에 따라 잘못된 투자된 사업을 중지해야만 하고 설비를 매각해야만 한다.

경제가 불황에 빠지고, 기업가는 물론 사회 전체 역시 더 가난해지게 된다. 인위적인 호황과 과열 뒤에 붕괴와 불황이 필연적으로 이어진다. 경기순환을 야기하는 요인은 시장경제와 별로 관련이 없다. 시장이 결정했을 이자율의 수준보다 금리를 더 낮춘 정부정책이 원인이다.

만일 정부가 불황을 치유하기 위해 통화팽창정책을 지속해 나간다면 불행을 초래한 원인으로 다시 불행을 치유하려는 것이다. 잘못된 생산으로 초래된 고통을 더욱 심화시켜 훨씬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심각하고도 급속한 인플레이션 즉 하이퍼 인플레이션의 위험이 뒤따른다.

2008년 금융위기 - 인위적인 금리 인하

2008년 금융위기는 위 경기순환이론에 의해 설명된다. 미국의 연방준비이사회는 2001년 9‧11테러, 기업의 회계 부정 등 일련의 충격으로 경제위기가 올 것이라 예상하여 저금리 정책을 썼다. 연준이 우려했던 위기는 오지 않았지만 연준은 계속해서 저금리 정책을 고수했다. 저금리 정책은 유동성 과잉을 낳았고, 돈이 주체할 수 없이 많아진 금융기관들은 경쟁적으로 대출을 늘렸다.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에게조차도 주택대출을 해주었다.

대출 경쟁으로 모기지 금리가 낮아졌고 주택에 대한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여 주택가격이 급등하였다. 연준에 의해 인위적으로 낮아진 이자율이 소비자들과 금융회사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냄으로써 엄청난 자원을 주택부문으로 이동시켰으며, 부동산 가격을 가파르게 상승시켜 거품을 만들었다. 이러한 과정은 정부가 손실을 보증해주는 국책 모기지 회사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주택저당증권의 규모를 확대하는 데만 열중함에 따라 더욱 증폭되었다. 경제 전체적으로는 단기적으로 호황과 번영을 누렸다.

붐-버스트 사이클

그러나 그와 같은 부동산 가격의 거품과 호황은 충분한 자원이 확보된 상태에서가 아닌 사상누각임이 드러났다. 그래서 터지고 붕괴될 수밖에 없었다. 금리가 오르고 주택 수요가 감소하였다. 주택가격이 하락하여 모기지 원금에도 못 미치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자 대출부도가 일어나기 시작하였고, 베어스턴스, 리먼브러더스 등과 같은 투자은행들이 문을 닫게 되었다. 2008년 금융위기 뿐만 아니다. 1990년대 후반 인터넷 신생기업들의 주가가 치솟았다가 2000년 급속하게 하락한 닷컴 붕괴 역시 연준의 통화팽창정책 때문이었다. 연준의 저금리 정책으로 인해 통화 공급량이 1995년 6월부터 2000년 5월까지 52% 상승했다.

방만하게 풀린 통화량이 닷컴 주식을 끌어 올렸고, 시간이 지나면서 웹프로그램머와 실리콘밸리의 부동산, 그리고 인터넷 도메인메임 등의 가격이 급속하게 상승하였다. 닷컴 과열이 지속될 수 없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재화와 용역의 가격 상승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앞에서 설명한 경기순황이론에 꼭 들어맞는다. 통화량이 증가하여 이자율이 하락하면 기업은 새로 유입된 통화량을 이용하여 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입함에 따라 자본재 시장의 호황이 일어난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통화량 증가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이자율이 이에 적응하여 상승하게 되어 기업의 비용이 증가한다.

그리고 기업의 비용이 상승하면 기업의 이윤이 줄게 된다. 그리하여 통화 팽창의 효과는 사라지고 인플레이션을 퇴치하려는 통화당국은 통화 공급 증가를 줄이거나 통화 공급 자체를 축소하게 되어 경제는 결국 침체국면에 빠지게 된다. /안재욱 경희대학교 경제학과 교수